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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8] 진화론이 종교-정치-사회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 이유와 역사적 사실들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10769 작성일 2018-03-26 08:46 조회수 1761

21세기에 과학적 진화론이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종교와 교육은 물론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인류사회의 모든 영역의 기초가 되고 있으며, 그것이 실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구태여 억지로 진화론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종교계와 정치계는 큰 모순에 빠져 있으며, 사람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설득력과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물론 우주진화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계획도 아니며,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 진화론을 거부하는 종교와 정치는 인류사회의 밝은 미래에 장애물이 될뿐만 아니라 대단히 위험한 걸림돌이 된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초자연적인 힘의 통제와 간섭없이 우연히 자연적으로 출현했다. 더욱이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출현한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개체들은 이기주의에서 전체의 통합적 웰빙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45억 년 전 태양계에 지구가 등장했고, 5억 년이 지난 후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체인 원핵세포가 출현하면서 협동작용과 복잡성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방식의 진화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20억 년 전 1백만 분의 1 미터 크기의 단세포들이 협동작용으로 분자들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진핵세포가 등장했다. 또한 7억 년 전 최초의 다세포 동물이 등장한 이래, 오늘날 지구상의 생물종의 수는 300-1000만에 이른다. 260만 년 전 남아프리카에 최초의 인간들, 호모 하빌리스가 등장했으며, 진화가 계속되면서 지구 전체에 흩어져 나갔다. 현재 인간의 종족수는 1만여종에 이르렀고, 언어는7천가지가 넘으며, 206개의 나라들과 70억이 넘는 거대한 인류사회를 이루었다. 창조적 협동작용과 복잡성의 진화과정은 과거의 조직체들이 현상유지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향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태초의 단세포가 이기적으로 홀로 개체에 머물러 있었다면 오늘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지구 전체의 모습은 불가능했다. 협동작용과 복잡성은 마치 동전의 앞뒤와 같은 진화의 필수적인 과정이다.

 

물론 진화는 외부의 초자연적인 힘이 지적으로 설계한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인류사회의 자율적인 협동작용을 촉진한 인간의 자의식의 진화는 인간뇌에 어떻게 정보가 저장되고 전달되는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인간의 상호의존관계가 증대됨에 따라 세련된 언어기술이 발전되고 이와 함께  인류사회의 복잡성은 확대되었다. 인간의 뇌는 호모 사피엔스가 최초로 진화된 이래 구조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21세기의 현대인들의 사고방식과 과거의 세대들의 사고방식은 동일하지 않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정보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뇌는 세계적으로 상호교류하는 정보들을 신속하게 입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와 통신이 발달하면서 인류사회는 새로운 세계관의 변화와 사회구조의 개편이 급속도로 진행되어 왔다. 특히 사회적 복잡성의 진화는 각 단계들마다 개체들과 작은 전체들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전체의 웰빙을 해치는 것을 감시하고 억제했다. 건강한 사회구조의 발달은 개체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의 협동작용에 달려 있다. 따라서 사회의 복잡성과 다변성의 발달은 이러한 상호협동작용에 의해 지속되어 왔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창조성의 궤도라고 한다.

 

진화 생물학자 존 슈트어트는 인간이 지구에 출현한 이래 인류사회의 복잡성의 진화단계들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1) 30-260만 년 전 인간들은 최초의 사회적 복잡성의 단계인 혈족과 친족이란 상호의존관계의 씨족 공동체를 이루었다. 상징적인 언어가 등장하기 전 원시적인 인간들은 혈족과 친족 안에서 구술로 협동을 이루었다. 자신들 이외의 외부의 모든 타자들은 위협의 대상이 되었으며 자연히 생존을 위해 고립된 소수의 무리가 되었다. 고대 인간들은 파충류뇌의 기질의 먹는 것, 생존하는 것, 재생산하는 것이 일종의 종교적 신조가 되었다.

 

(2) 30-20만 년 전 태초의 이성적인 인간 즉 원시 호모 싸피엔스가 등장했고, 4만 년 전 현대의 호모 싸피엔스가 상징적인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진화적 혁신은 사회적 복잡성의 새로운 단계를 촉진시켰다. 씨족 공동체들이 모여 수백 명 규모의 협동적이고 상호의존관계의 부족 공동체가 형성되었으며, 구술로 전해지는 믿음과 도덕의 규약(code)을 만들었다. 또한 규범과 도덕을 가르치고, 기적을 믿는 믿음과 외부의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힘이 부족의 구성원들을 보호하거나 징벌하게 하는 집단적인 의식을 강화했다.

 

(3) 12천 년 전 새로운 사회적 복잡성의 단계 즉 족장시대와 왕국시대가 출현했다. 협동작용이 촉진한 개혁가운데에 주목해야 할 것은, 가축을 기르고 농작물을 경작하면서 정착생활이 시작되었고, 물물교환의 거래와 함께 채무관계가 생겼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외부적 통치가 출현했다. 족장, 왕 또는 군사 지도자가 상벌로 권력을 행사하면서 가족관계, 부족 구성원들의 상호협력, 도덕적 징벌 등을 관장했다.

 

(4) 기원전 3500년 전 이래 문자와 수학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통신수단과 자료처리 기술이 협동작용과 복잡성을 더욱 확대시켰으며, 초기 국가의 형태인 신정국가와 제국이 일어났다.  외부적 통치는 더욱 지능적이고 유연해졌다. 신화와 종교는 통치를 합법화하고 개체들이 통치에 순종하도록 부추겼다. 국가와 제국의 종교는 포용적인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제한적이고 단순한 사회조직 보다 여러 전통들과 언어들을 수용하는 다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처럼 세계 종교 내부에 인류 공통의 창조 이야기가 출현함으로써 서로 다른 소수 민족들이 충돌없이 보다 큰 규모의 사회를 이룰 수 있다.

 

(5) 민주주의가 싹트면서 민주주의 국가가 세워지고 세계적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었다. 18세기 계몽주의 운동은 사회적 복잡성의 진화단계의 중추적인 시점이다. 문자적으로 이해했던 종교적 신화적 신조들은 무조건 믿기 보다 과학과 이성에 의해 경험에 근거한 입증이 필요했다. 인쇄술, 기계공학, 산업혁명은 세련된 통신정보 기술을 발전시켰고 방대한 지역에 뿔뿔히 흩어져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상호의존관계를 맺는 조직체를 가능케했다. 상호의존관계의 민주적인 공동체들은 구성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조직은 구성원들에 의해 통치되었다. 이 새로운 단계에서 민주적인 과정이 소개되면서 구성원들의 감정이입이 두드러지며, 각각의 개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감정이입이 확장되면서 도덕적 규약이 내면화되었으며 노예제도의 폐지가 가능했고, 세계적으로 인권운동이 확산되었다.

 

(6) 민주주의가 성숙해지면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서서히 물러가고,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등장과 함께 국제연합(UN)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외부적 통치는 더욱 중요해졌으며, 민주주의적 책임의식이 확산되었다. 또한 지구적인 감정이입의 능력이 커졌다. 고맙게도 전자통신 기술이 정보와 사상의 신속한 보급에 큰 역할을 감당했다. 물론 지구 전체의 웰빙을 위해 국가와 기업들의 동조가 효과적으로 이루지고 있지 못하지만, 국제적인 통치의 주류는 의견의 합의와 협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우주 이야기가 온 인류의 공통의 성스러운 이야기가 된다면 한계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

 

(7) 첨단과학과 컴퓨터공학의 발달로 세계적 문명화와 지구적 통치가 출현함으로써 인류사회의 작은 개체들은 희망과 밝은 미래의 비전을 갖게 되었다. 이 단계에서 각 나라들과 국제기업들은 이기적인 욕심에서 세계 전체의 웰빙으로 전환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제도들은 작은 개체들 즉 국가들과 국제기업들의 이기적인 욕심을 지구촌 전체의 웰빙을 위한 목적과 수단이 되도록 유도한다. 이 단계에서 사회의 작은 개체들은 과거에 중앙집권세력에 의해 타율적으로 맺었던 상하종속관계를 거부하고, 모든 개체들과 작은 전체들과 큰 전체가 자율적으로 상호의존관계를 이루는 지구적 통치와 세계적 문명화의 단계가 출현하고 있다. 이 단계의 가장 좋은 예로, 1991년 독재군주제도인 쏘비에트연방(USSR)의 붕괴에 이어서 1994년 유럽연합(EU)의 출현이다. 비단 이 진화단계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260만 년 전 이래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인간 공동체에 진화적 협동작용과 복잡성이 여러 단계를 거쳐 출현했다. 우리는 이 단계들을 살펴보면서 과학이 밝히는 공개적 계시 즉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를 온 인류가 공유해야 하는 성스러운 이야기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이 성스러운 우주 이야기는 인간을 포함하여 하늘과 땅이 출현한 태초의 창조 이야기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성스러운 이야기를 이루고 있는 모든 개체들은 우주진화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으며, 모두 함께 한 운명 속에서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사회진화학자 데이빗 윌슨은 물론 주류 과학자들은 과학적 진화론이 인류의 종교와 교육과 정치와 경제의 기초가 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확신한다. 우리의 진화적 사고방식은 사회적 지성을 촉진시킬뿐만 아니라, 과거의 어느 때 보다 더욱 우리의 삶은 두려움없이 자유해지고, 이기적 욕심없이 전체의 웰빙을 위해 너그러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과학적인 진화론이 종교와 철학과 신앙과 믿음과 정치와 경제의 기초가 되면, 세상은 이기주의에서 전체의 웰빙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인류의 밝은 미래는 오직 이것에 달려 있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토마스 베리 & 브라이언 스윙. 우주 이야기. 대화문화아카데미, 2010

토마스 베리. 위대한 과업. 대화문화아카데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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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_. 예수와 창조성. 한국기독교연구소, 2009

돈 큐핏. 떠나 보낸 하느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__________. 예수 정신에 따른 기독교 개혁.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존 도미닉 크로산. 가장 위대한 기도. 한국기독교연구소, 2011

오강남.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북성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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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기도: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지키는 힘. 명진출판, 2006

최성철. 깨달음의 하나님. 북성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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