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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에 입각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앞으로 미국이 어떤 방향으로 굴러갈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밖으로는 중국-러시아 등 미국적 가치를 위협하는 세력을 제압하고, 안으로는 백인분리주의와 음모론 등 내부의 적을 절멸하는데 몰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내색하지는 않지만, 외부의 적 ‘중국-러시아’든 내부의 적 ‘분리주의음모론집단’ 이든 재기불능의 몰락상태로 주저앉혀야 싸움이 끝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또 한가지 방향이 분명히 정해진 분야는 이민이다.
미국적 가치의 본원적 토대인 다인종-다문화 이민정책을 환원불가능한 수준으로 회귀, 확립시키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는 유난히 유대계와 이민자 출신 고위직이 많다. 외교-안보-국방-재무-백악관 참모진 핵심요직에 두루 망라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주목할만한 각료는 신임 국토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된 Alejandro Nicholas Mayorkas 다.
국토안전부(US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필자주: 한국에서는 국토안보부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는 22 개 보안관련 예하조직과 22 만 9 천 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최대의 위기관리 통합부서다.
연방재난안전청(FEMA), 연방교통안전청(TSA), 이민세관국(ICE)를 지휘하는 이민귀화청(INS)이 모두 국토안전부 소속이다.
이 거대하고 막강한 조직을 지휘할 신임장관 Mayorkas는 올해 61 세의 난민출신 이민자다.
그는 1959 년 쿠바의 수도 하바나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던 해인 1959 년에 그의 고국 쿠바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터키 유대계와 폴란드 유대계의 피를 함께 물려받은 쿠바인이었다. 하바나에서 스틸울(steel wool) 공장을 경영했다. 스틸울이란 철을 양모처럼 부드러운 실덩어리로 만든 일종의 수세미인데 세척력이 뛰어나 녹이나 스테인 등을 제거할 때 사용한다.
그의 어머니는 루마니아 태생 유대인으로 2 차대전 중 나치의 체포를 피해 대서양을 건너 쿠바로 탈출한 홀로코스트 난민이었다.
나치에 의한 학살위기를 모면하고 새 정착지 쿠바에서 동포인 유대계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린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카스트로 혁명군을 피해 미국으로 야반도주를 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어머니 Anita는 두 번 째 난민경험을 하는 셈이었다.
당시 한 살이었던 Mayorkas는 졸지에 어린 난민이 되어 조그마한 동력선에 실린 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난민들 중에는 생활력이 강하고 똑똑하고 돈도 많은 사람들이 많다. 위험에 대한 직감력이 떨어지거나 모험을 할 용기가 없거나 돈이 없으면 난민이 되기 어렵다.
Mayorkas 의 부모도 돈이 많았는지 플로리다에 도착하자마자 얼마안되어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스로 이주했다. 비버리힐스는 당시 LA 카운티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였다.
Mayorkas 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이미 연방시민권 및 이민국(US Citizenship & Immigration) 국장을 거쳐 국토안전부 부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미국정부를 대표해서 자기의 고국인 쿠바와의 무역 및 외교관계정상화협상을 주도하는 한편 대테러공작과 사이버전쟁을 지휘했다.
그가 지휘했던 사이버전쟁의 전략목표는 중국과 이스라엘(그가 유대계임에도 불구하고)이었다.
그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수행한 일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청소년서류미비자 구제정책인 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를 수립한 일 이었다.
80 여 만 명에 이르는 다카 수혜자 중 한국 청소년들이 차지하는 숫자가 제법 많다. 아마도 아시아계 중에는 가장 많을 것이다.
다카란 어렸을 때 서류미비자인 부모를 따라 미국에 입국해 살아왔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서류미비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구제해 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Dhaka)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카(DACA)이니 혼동하면 안된다.
다카 프로그램을 포함, 지난 4 년 동안 트럼프가 발동한 4 백 여건에 달하는 이민관련 행정명령을 차례로 뒤집어 원상복구시키는 사령탑 역할을 할 사람이 바로 Mayorkas다.
트럼프가 남발한 쓰레기같은 이민관련 행정명령 중에는 이슬람 6 개국 국민 입국금지와 국경에서 체포된 난민들에 대한 자녀분리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먼저 시행하려고 하는 것이 부모로부터 분리된 자녀들을 부모에게 되돌려보내는 일인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부모들이 ‘내가 부모요’ 하고 나타나지 않고 꼭꼭 숨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찾아가지 않고 숨어있는 이유는 자녀와 만나게되면 혹시 함께 추방되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천신만고 끝에 혼돈과 죽음의 땅 중남미 국가로부터 탈출한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비록 추방되더라도 자녀들만큼은 미국에 남게 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자녀앞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안전부는 곧 당사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자녀와 재결합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대안법령을 정비하는 테스크포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어쨌든,
트럼프가 쫓겨난지 불과 보름 여 만에 미국은 여러 방면에서 놀라운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엉망진창이었던 vaccination도 가속도가 붙어 지금까지 모두 3 천 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1 차 접종을 완료한 사실이 극적인 변화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2 차 접종 완료는 650 만 명)
이민행정과 대테러전쟁을 동시에 총괄하는 국토안전부는 그 부서의 특성상 변화를 상징하는 주목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4 개국의 피가 고루 섞인 첫 유대계 쿠바 난민 출신 국토안전부 장관의 활약 역시 관전포인트다.
2021. 2. 6 0700 (MST) sarnia (c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