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탐식가와 술주정꾼”이었고, “세관원과 범법자의 친구”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모든 사람들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거나 부족적으로 차별하지 않고, 경계 넘어, 평등하게 존중했다. 그리고 누구나 할 것 없이 가리지 않고 함께 한 식탁에 마주 앉아 먹고 마셨다.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철학과 신학이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98% 민중들에게 삶의 용기와 힘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결국 예수의 개방된 식탁의 이야기들이 성서로 기록되었고, 후대에 기독교가 탄생하게 된 핵심적인 동기가 되였다.
예수의 생애에서 가장 소중하고 인상적인 모습은, 그가 종교와 인종과 신분과 성(性)의 차별없이 모든 사람들을 식탁에 초대하고 그들과 함께 둘러 앉아 먹고 마시는 세속적인 일상생활이었다. 신학적으로도 예수의 새로운 밥상 공동체는 “비차별적인 하느님 나라”의 표상이고, “비차별적인 사회”의 축소된 형태였다. 예수를 “탐식가와 술주정꾼이고, 세관원과 범법자의 친구”라고 비아냥거린 사람들은 예수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유신론적 하느님을 신봉하는 기복적이고 내세적인 믿음을 보호하기 위해서 예수의 삶의 방식은 심각한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예수의 가르침의 가장 핵심적인 방식은 비유였다. 물론 예수의 비유는 자서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며, 모든 비유의 초점은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비전”이였다. 예수가 가르치고 몸소 살아 내였던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하느님 나라는 분리와 차별이 없는 “개방된 밥상”과 같았다. 예수의 밥상은 “계급과 분리의 자리”로서의 차별적이고 우월적인 밥상에 도전하는 혁명적인 선언이었다. 다시 말해 역사적 예수가 성차별과 계급차별과 종교차별의 “경계 넘어”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누구 한 사람도 제외하지 않고 그의 밥상에 초대함으로써, 그의 비유는 관념적이고 교리적인 말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수는 종교체제가 엄격하게 규정하는 범법자, 세리, 그리고 매춘부와 더불어 먹기 때문에 “탐식가요 술주정꾼”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성전에 열심히 다니는 자칭 깨끗하고 경건하다는 신자들은 예수에게 입에 담기에도 매우 험악한 호칭들을 내뱉었지만, 사실상 그러한 호칭조차도 하나의 신학적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예수를 반대하는 그런 호칭들은 역설적으로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하느님 나라의 특성을 밝혀주고 있다. 왜냐하면 예수는 개방된 밥상의 비유를 이론적인 토론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구체적인 삶으로써 실천했기 때문에 “탐식가와 술주정꾼, 세리와 범법자의 친구”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그 비판자들은 예수가 분리할 것을 적절히 분리하지 못했고, 차별할 것을 적절히 차별하지 못했다고 정죄했다. 그리고 여인들, 특히 결혼하지 않은 여인들이 예수의 밥상에 함께 앉아 있었기 때문에, “예수가 매춘부들과 함께 먹는다”는 비난을 받았다. 1세기에나 21세기에도 “매춘부”란 사회적으로 용인된 남성의 통제를 거부하는 여인들을 폄하하는 전형적인 모욕이다. 버림받은 모든 사람들, 즉 세리, 범법자, 매춘부 등은 그들을 이렇게 부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단지 경멸하는 호칭들이었으며,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교제해서는 안 될 위험한 사람들로 분류되었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는 새로운 종류의 밥상 공동체이며. 비차별적인 밥상은 비차별적인 사회를 축소한 형태이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비전은 근본적으로 고대 지중해 연안 문화의 기존 가치관과 정면으로 충돌했으며 큰 골칫거리였다. 결국 예수는 새로운 밥상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분노로 인해 체포되고 처형되었다.
현대 교회가 예수의 개방된 식탁을 왜곡하고, 기복적이고 내세적인 불량신학을 만들어낸 가장 좋은 예는 예수의 마지막 만찬이다. 오늘날 교회는 그것을 “최후의 만찬”이라고 부르며 가장 중요한 성례전으로 지킨다. 또한 교회의 제의 전통에서 이것을 “영성체” 또는 “주의 만찬” 혹은 “성만찬”이라고 부른다. 예수는 체포되어 십자가에서 처형되기 전에 아마도 마지막으로 그의 제자들과 식사를 했을 지 모르지만, 예수의 가르침과 정신과 그의 삶의 모습을 살펴볼 때에, 예수가 과연 자신의 순교를 상징하는 새로운 유월절 식사를 제정했으며 자신을 기억하여 이것을 반복하라고 지시했겠는가 하는 역사적 질문과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한 증거는 성서의 여기저기에 뒤섞여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신약성서를 최초로 기록한 바울은 교회가 예수의 개방된 식탁의 정신을 왜곡하는 성례전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했다(고린도전서 11:23-25). 또한 1세기 후반의 문서 디다케(Didache, Διδαχή “열두 사도들을 통하여 이방인들에게 전해진 예수의 가르침” 또는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이라고도 하며, 4세기 경까지는 정경(正經)으로 취급되던 것으로 추측되며, 초대교회 때 널리 읽힌 초기 기독교 문헌이자 제2 경전 중 하나)는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행해진 공동식사 관습을 묘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후의 만찬에서 비롯된 제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이 공동식사 관습이 유월절 식사와도 아무 상관이 없고, 예수의 죽음 곧 예수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죽었다는 것을 기억하여 행해진 것 조차도 아님을 분명하게 밝혀준다. 결론적으로, 예수가 후세대에게 남긴 것은 현세적 하느님 나라에서의 삶의 포용성과 평등성에 대한 상징으로서의 개방된 식사 전통이었다. 그러나 괴상하게도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개방된 식탁은 오직 교회에서 세례 받은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된 식탁 곧 차별적이고 부족적인 식탁으로 왜곡되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오직 성직자들만 사람들을 초대하고 주관할 수 있는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식탁으로 전락했다. 원초적으로 예수의 식탁은 신학적으로나 신앙적으로 그의 죽음과 구원과 내세적 천국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예수의 식탁에 참여하는 것이 신앙의 목적이 아니라,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분리와 차별 없는 개방되고 평등한 삶을 구체적으로 사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성서에 솔직해야 한다”는 말의 뜻은, 예수가 탄생하고 성장한 1세기의 긴박한 상황을 필수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면 예수와 성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수는 하루에 한 끼 먹기도 힘든 하층계급의 농민 출신이라는 사실을 외면한체 예수와 성서를 이해할 수 없다. 예수가 일으킨 “하느님 나라 운동”은 이 세계를 포기하고, 죽은 후에 하늘 위 천국으로 이주해가는 형이상학적이고 내세적인 망상이 아니다. 다시 말해 “예수 운동”은 지금 여기에서의 우주적인 개방성과 통합적인 평등성에 관한 사회 혁명적인 운동이었다. 오늘 교회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과 인종차별과 빈부차별과 종교차별을 반대하는 다양한 반차별주의 운동들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현대의 민주주의 가치들은 1세기의 예수 운동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 현대인들은 1세기에 98% 농민들의 뼈아픈 삶의 경험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1세기 농민들처럼 가난의 족쇄에 매인 사람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꿈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의 꿈은 자신의 족쇄를 다른 사람에게 대신 채워주는 세계에 대한 꿈이다. 이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소망이며 심지어 복수의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꿈은 정의의 세계, 즉 어느 누구에게도 어떠한 족쇄가 두 번 다시 채워지지 않을 그러한 세계에 대한 꿈이다.
예수 당시 1세기 이스라엘에는 98%의 대다수 민중들이 적빈(赤貧) 속에서 짐승만도 못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살았다. 사실상 그들은 종교체제와 정치체제의 폭력적인 탄압과 잔인한 착취 속에서 복수의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서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체제에 반대하는 민중봉기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것은 마치 19세기 한반도에서 썩을 대로 썩은 부패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농민들이 주도한 무장개혁 운동 곧 동학 농민 혁명과도 같았다. 1세기 당시 세계를 정복하고 통치하던 로마제국에서 유대 땅은 가장 골칫거리였으며 이곳에 황제가 임명하는 총독은 식민지를 혹독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잔인한 사람이어야만 했다. 불행하게도 민중들을 돌보아야 할 성전종교는 자신의 하느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제국의 시녀로 전락했으며, 소위 하느님의 말씀(율법)을 탄압과 착취의 수단으로 악용했다. 민중들이 직면한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서 촌부 예수가 등장하여 마치 암흑 속의 빛과 희망이 되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는 폭력적인 복수 대신에 평화로운 정의의 미래를 선포했다. 성서 전체에 깔려 있는 예수의 정신은 철저한 평등, 부족적인 차별주의와 권력 남용의 종말, 개방된 밥상이라는 하느님 나라 비전이었다. 예수의 정신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철저하며, 사탕발림의 달콤한 위로가 아니라 자신들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혁명적이고 개혁적인 도전이었다. 오늘 기독교인들은 만일에 예수의 하느님 나라 비전을 이 땅 위에 건설하고 완성할 수 없고, 혹은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다 하더라도, 그것을 약화시키거나 변형시켜 설명하려는 거짓과 은폐의 시도는 중단해야 한다. 사실상 현대인들이 읽고 있는 성서는 실종된 원본에서 수없이 많은 필사가들에 의해서 오랜 세월 동안 멋대로 복사되고 또다시 복사된 사본들의 모음집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들은 원초적인 예수의 말과 행동이 심하게 왜곡된 흔적이 남아있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인들의 온전한 신학과 신앙을 위해서 학문적인 역사적 예수 탐구가 필수적이다.
예수가 가르치고 몸소 살아 내였던 하느님 나라 비전은 매일매일의 실제적인 사회적 상황으로 즉각 옮겨질 수 없는 한갓 말장난에 불과한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비전은 지극히 현세적인 것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현실적인 상관성을 갖고 있다. 예수의 비전은 매일매일의 사회적 상황과 모든 인습적 제도들과 강렬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수의 비전은 기독교인들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도록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비전은 기독교인들이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를 확립하게 하는 철저한 정의와 평등의 하느님을 선포하게 한다. 오늘 기독교인들이 역사적 예수의 비전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의심하거나 불평하거나 왜곡한다면, 기독교의 예수와 하느님은 모두 돈벌이의 상업적인 상품들에 불과한 것이다. 예수는 사회적 격동기에 태어나고 성장하고 생애를 마감했으며, 예수의 하느님 나라 비전을 들은 사람들에게 그의 비전은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다시 말해 성서에 기록된 예수의 하느님 나라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십일조를 꼬박꼬박 바치고, 새벽 기도회에 빠지지 않고, 성서를 열심히 읽고,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고, 예수를 하느님으로 믿으면 만사형통 하고, 죽은 후에 천국에 올라가 영원히 잘 먹고 잘 살 것이라는 내세적 믿음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는 100% 현세적이기 때문에 100% 정치적이고, 100% 신학적이면서 100%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것이다. 예수의 가르침은 오직 영적이기만 하고, 그의 민족이 직면한 위기와 아무 상관이 없이 오직 하느님의 영광과 믿음에 대한 것이라는 교회의 망상은 오늘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무용지물이 되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98%의 대다수 농민들이 왜 예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이성적으로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수는 단순히 하느님 나라에 관해 미사여구의 말장난으로 토론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고, 또한 다른 사람들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초대하고,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고, 격려하고 도전했다. 만일에 예수가 한 일이 고작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 뿐이었다면, 하류계층의 갈릴리 사람들은 아마도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면서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성서가 기록되는 놀라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는 그의 생애 동안에 종교체제가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으로 규정한 죄인들, 다시 말해 소위 죄 때문에 하느님의 진노와 징벌을 받았다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말단 세리들, 생계를 꾸려 가기 위해 자신의 몸을 팔 수밖에 없었던 창녀들, 열악한 환경에서 고립되어 살아야만 했던 문둥병자들, 기타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 버림받고 격리된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그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먹고 마셨다. 결국 예수는 거룩한 신자들의 눈에 가시였으며, “탐식가와 술주정꾼이요, 세관원과 범법자의 친구”라는 험악한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예수는 그런 호칭과 협박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폄하하는 관습적인 사회 규범들을 철저히 반대하고, 의도적으로 위반했다. 예수는 사람들을 개방된 공동의 밥상에 초대하는 적극적인 실천 때문에 비판을 받는 사회적 모순과 구조적 불의에 강렬하게 도전했다. 예수가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공짜로 병고침을 행했다는 성서기록도 개방된 식탁처럼 기존의 사회생활 양식들을 개혁하는 새로운 하느님 나라의 모델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예수는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말장난의 믿음을 가르치지 않았다. 예수는 초자연적인 신관에 사로잡힌 내세적인 유신론자가 아니라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무신론적 실천가였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는 지금 여기 이 세계에서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분리와 차별 없이, 우주적이고 통합적으로 살아가는 온전한 삶의 방식이다. 예수에게 죽은 후에 유대인만 기독교인만 가는 천국은 없었다. 예수에게 영생은 죽음 후에도 영원히 계속되는 생명이 아니라, 오로지 현재의 순간순간에서 살아내는 영원함이 있을 뿐이다. 예수의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는 영원한 현재형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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