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에 갈릴리에 등장한 예수는 인간의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와 비폭력의 평화를 철저히 말살하는 제국주의 체제들을 극렬히 반대했다. 그런데 괴상하게도 종교 개혁가이며 사회 저항가인 예수가 지난 1700년 동안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성공주의를 신봉하는 체제들의 성상이 되었다. 기독교인들이 솔직하게 인식해야 할 사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우리의 인류 사회는 과학혁명과 인식혁명을 통해서 소중하게 얻은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또한 그것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자연의 법칙을 멋대로 깨트리고 조정한다는 초자연적인 신의 존재와 그런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신관을 숭배하는 내세지향적 종교체제를 이해할 수 없으며 더욱이 수동적으로 억지로라도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런 종교를 악용하는 정치체제는 국민을 단기적으로는 선동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오늘날 부족적이고 이기적이고 이분법적인 체제의 시녀 노릇을 하는 교회와 그 밖에 극우 성향의 소수 집단들은 가정과 사회를 분열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
예수는 제국주의 식민지의 농민계급의 출신으로 기존의 체제들을 반대하는 저항가이며 개혁가였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정책에서 혹독하고 처절하게 살았던 한국인들은 누구보다도 제국주의 식민의 처절한 경험을 잊을 수 없다. 부끄럽게도 식민의 혹독한 삶을 경험한 한국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이기적인 내세적 믿음을 보호하기 위해서 성서가 묘사하는 저항가 예수를 거부하거나 왜곡하는 행태에 몰두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성서와 예수를 솔직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하는 것은, 그들이 어느 시대에 어떤 환경에 살고 있는지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사실이다. 예를 들자면, 현대사에서 남성지배적 사회 속에 억눌려 있는 여성이나, 백인지배적 사회 속에 사람답지 못하게 살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일본제국주의 식민을 혹독하게 경험하고도 친일의 사슬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한국인은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 세뇌되어 현실을 직시하거나 잘못된 실재를 보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필자는 제국주의 식민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저항했던 부모님들에게서 태어났으며, 유년기에는 전쟁과 배고픔을 몸으로 겪었으며, 청장년기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탄압하는 군사적 독재의 비민주주의 정부에 항거하는 투쟁 속에서 성장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의 삶의 개인적인 경험은 성서가 묘사하는 예수와 예수 주변에 일어난 상황들을 왜곡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솔직하게 통찰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시 말해, 필자의 20세기 경험은 1 세기 예수 당시의 불평등과 불의에 대해서 예민한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대학에서 지질학과 신학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를 통한 지성과 이성의 깨달음이 성서와 예수에게 솔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성서가 소개하는 1세기 예수를 “21세기 예수”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고대 성서의 예수는 평등의 왕국, 곧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 갈릴리에 등장했다. 예수는 상위 2% 부유층들이 다수의 98%를 지배하는 종교체제와 정치체제를 반대하고, 그 대안으로 “아래로부터 위로” 사회를 재건설하고자 농민들 사이에서 하느님 나라 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교회는 니케아 신조가 만들어진 이래 오늘까지 2% 엘리트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기독교인만 구원하는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인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기적적인 축복과 구원을 염원하는 내세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교회가 강요하는 대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는 사람은 부와 성공과 보호가 보장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징벌을 면치 못한다는 새빨간 거짓말의 불량신학이 가정과 사회를 분열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 그러나 예수는 자신을 구세주로 믿어야 한다는 그런 믿음을 가르치지 않았으며, 초대 기독교인들의 신학과 신앙은 지극히 역사적 예수와 밀접한 연속성을 지키려고 온갖 위험과 고통을 감수했다.
역사적 예수의 정신과 그의 현세지향적 삶을 거부하는 교회의 내세지향적 믿음은 이기적이고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비상식적 행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주류 사회로부터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무용지물이 되었다.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1) 첫째로, 예수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예수가 무엇을 했길래 누구에 의해서 처형되었는지에 대해서 솔직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2) 둘째로, 예수가 산 것처럼 구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따라서 1세기에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살았던 초대 기독교인들은 사회에서 그리스도인(Christian)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그들의 삶의 모습에서 마치 예수를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독교인은 그리스도가 되는 것이다. 예수는 한 사람이지만, 그리스도는 많이 있을 수 있다. 원래 “그리스도”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히브리어 “메시아”와 같은 의미이다. 두 단어는 모두 “기름부음 받은 사람”을 의미하며, 하느님이 보낸 구원자에 대한 유대교의 희망을 요약해 준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따르는 21세기 현대 기독교인은 그리스도와 메시아를 어느 특정 종교의 숭배대상이 되는 초자연적인 신으로 믿을 수 없으며,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 극심한 빈부차이와 성차별과 인종차별과 종교차별이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절망에 빠트리고 있는 우리의 사회는 많은 그리스도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1세기에 예수는 98%의 농민계급 곧 가난하고 힘없는 하층민들에게 그리스도이고 메시아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예수는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예수는 종교체제가 억지로라도 믿으라고 강요하듯이 죽음 후에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천국으로 데려갈 초자연적 메시아가 아니라, 지금 여기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용기와 희망과 비전을 가르치고 몸소 보여준 세속적인 그리스도였다. 예수를 메시아로 보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는, 종교체제에서 버림받은 천박하고 힘없는 농민들이 예수의 삶의 모습으로부터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인식하고, 예수로부터 새로운 의미의 하느님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원초적으로 성서 저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묘사하려고 당시의 문학 장르인 은유법을 사용하여 신화와 서사시로 기록했다. 고대의 성서 저자들이 당시의 지극히 제한된 어휘를 가지고 궁극적인 진리의 깨달음을 최대한 표현하는 방법은 신화 이외에 다른 것이 없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예수가 죽은 지 불과 3백년이 지난 후 교회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거부하고, 그를 초자연적인 하느님으로 성상의 자리에 앉힘으로써 예수는 기독교인만 사랑하고 구원한다는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인 부족신 내지는 무당신으로 전락했다.
오늘 교회는 근본적으로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신봉하고 죽어서 천국에 올라간다는 내세 신학과 신앙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 이 불량신학과 관련한 여러 요소들 곧 예배와 기도의 언어와 선교의 의미와 교육방식을 개혁함으로써 원초적인 기독교 신학과 신앙을 회복하지 못하면 교회는 영원히 죽고 만다. 교회는 역사적 예수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가르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1세기의 원초적인 예수, 참 사람 예수, 역사적 예수는 사람들을 출신신분과 성별과 빈부와 인종과 종교에 따라서 이분법적으로 차별하고 불평등하게 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히 폄하하고 오직 하늘 위의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고 숭상하는 성전종교에 철저히 반대했다. 그렇다고 예수는 새로운 종교를 창시하거나 곳곳에 교회를 세우려는 계획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예수는 자신이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죽기 위해서 하늘 위에서 내려왔다는 허황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후대에 교회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통제하기 위해서 창작한 원죄론과 대속론에 불과하며 예수의 정신은 아니다. 예수는 인간을 벌레만도 못한 죄인으로 폄하하는 신학과 체제들에 정면으로 항거하고 그 체제들을 전복하려고 했다. 역사적 예수의 대안은 만인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와 비폭력의 평화가 실현되는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 건설이었다.
오늘 교회는 기독교인만 사랑하고 구원한다는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이고 우월적이고 부족적인 “만들어진 예수”를 미련없이 떠나 보내고, 역사적 예수를 구체적으로 따르는 삶에 대한 결단을 단행해야 한다. 그것은 늦지 않았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교회는 325년에 니케아 신조를 만들고 문자적으로 믿기 시작하면서부터 오늘까지 역사적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과 철저히 단절되었다. 기독교인들의 현재 삶의 행태는 예수가 살아 내였던 삶과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예수가 성차별, 신분차별, 빈부차별, 인종차별, 종교차별이라는 “경계 넘어”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고 환영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개방된 밥상”의 실천은 원초적으로 기독교의 정체성이고 핵심이다. 오늘 기독교인들은 2천 년 전 예수가 행한 것을 정확하게 되풀이하는 것 보다 예수의 기본적인 정신을 이해하고, 예수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21세기의 세계관과 가치관과 윤리관에 적용하여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의무와 책임은 역사적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을 교회 안에는 물론 이 세상에 깊이 뿌리내리고, 평등과 정의와 평화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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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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