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500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세계 인구가 약 79억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00명 중 대략 1 명꼴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팬데믹이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수백만 명의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으며, 새로운 바이러스 변종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오늘 지구상에서 팬데믹으로부터 제외된 안전지대는 없다. 이것은 인류역사상 최악의 위기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전 세계는 유례없는 장기적인 불안과 혼돈의 수렁에 빠져 있다. 이렇게 온 인류사회가 고통과 절망을 겪고 있는 팬데믹은 사실상 기독교 교회에게 하느님과 인간과 생명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암흑기에 교회에서 들려오는 메시지는, 이 세계의 밝은 미래의 비전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는 커녕, 오히려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한체, 진부하고 고루한 고대적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대면 예배를 고집하고 바이러스 확산의 근원지를 자처했다. 다시 말해, 교회는 인격신론의 전지전능한 하느님에게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보상심리의 믿음에 사로잡혀서 기복적인 예배와 주문형 기도의 노예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독교 신자들이 갖는 하느님에 대한 예배의식은 초자연적인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유치한 무당행위로 전락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예배와 기도가 없으면 하느님의 진노와 징벌을 불러온다는 두려움과 공포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따라서 교회로부터 들려오는 기도는 오직 하느님이 불치병을 고쳐주고,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주고 팬데믹을 물리칠 것이라는 비상식적인 말 뿐이다. 오늘날 교회가 주류 사회로부터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의식과 인간성 곧 인간의 심층적인 의미를 거부하거나 폄하하고, 오직 하느님에게 수동적으로 의존하고, 예배와 영광과 찬양에 목을 메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주류 사회에서 “참된 인간”의 현실적인 삶을 유신론적 하느님에 대한 관념적인 믿음 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종교 혹은 영성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도전의 소리가 드높아지고 있다. 지난 수천년의 역사에서 인류는 세계대전과 팬데믹과 경제공항 등의 역경들을 여러 차례 겪어왔지만 더욱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상황에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몸과 마음으로 절실하게 인식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팬데믹 위기에서, 인간을 폄하하면서 하느님을 보호하고 찬양하는 믿음은 주류 사회에서 철저히 신뢰를 잃었으며, 아무 것에도 쓸데 없는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었다. 사실상 인류사에서 전쟁과 테러와 생태계 파괴는 물론 성차별, 인종차별, 종교차별, 빈부차별의 주범은 종교체제가 창조하고 맹신하는 전지전능한 하느님이다. 그런 하느님은 이미 신뢰를 잃고 죽었거나, 가정과 사회에게 위험하고 불필요한 장애물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자들은 여전히 인간과 생명의 고귀함을 인식하지 못한 체, 그런 하느님에 대한 예배와 기도에 헛된 시간과 정렬을 낭비하고 있다. 오늘 기독교인들은 역사적 예수가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살아낸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갖춘 참된 인간됨을 자신들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신학자 존 쉬어(John Shea)가 말했듯이, “인간이 된다는 것은 경험을 초월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만든 믿음체계 안에 감금된 거룩한 신자가 되기 보다는, 이분법적 교리와 부족적 전통이라는 감옥소에서 해방된 자유하고 참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전세계는 아직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물가의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불황의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정책수립에 있어서 건강한 경제성장과 국가안보의 근본적인 기초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배타적 민족주의의 부산물인 부족적 국가주의는 이기적인 생존 방식이며 결국 나의 조국은 물론 지구촌 전체의 멸망을 초래한다. 국가정책의 목표인 국민들의 삶의 질(質)을 측정할 때에 인간의 존엄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생명의 연장을 위해서 오히려 외형적인 안보와 경제성장이 최우선의 기준이 되는 것은 모든 국민들에게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국내외적으로, 빈부 격차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오늘 세계인구의 2/3 이상이 가난과 질병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인류의 생명줄인 생태계가 기후변화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기독교 교회의 기능과 목적은, 세상의 정치체제와 경제체제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황금만능주의를 신봉하는 몰상식한 행태에 항거해아 하며, 죽음 후의 다른 세계에 대한 내세적 망상을 버리고, 지금 여기 현세에 대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회는 하느님의 믿음을 인간의 삶 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불량신학을 폐기 처분하고,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구체적으로 살아야 한다. 믿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오직 세상을 개혁하여 온 인류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글프게도, 오늘 교회는 기복적이고 내세적인 믿음체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불의의 체제들에 아부하고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으며, 부족적인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서 비롯된 불량 믿음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과학혁명과 인식혁명의 근현대사를 실제로 체험한 현대 교회는 수천년 전 삼층 세계관의 고대인들이 상상했던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존재를 맹신할 수 없다. “예수의 교회”는 그런 망상의 하느님을 맹신할 수 없으며, 인간의 존엄성이 신학과 신앙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온 인류가 지금 여기에서 평등과 정의의 하느님 나라에서 의미있게 만족하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끊임없이 팽창하고 진화하는 불확실성의 우주세계에서 생명은 일회적이며, 한 개체가 죽음으로써 새로운 개체가 탄생하며,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함이다.
오늘날 현대 사회의 종교체제는 예수가 철저히 반대하고 항거했던 당시의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종교체제와 무엇이 다른가? 쉽게 말해서, 오늘 교회는 자신과 하느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깨끗한 사람과 더러운 사람, 다시 말해, 하느님이 선택하고 축복하고 구원한 소위 선한 사람과 하느님이 징벌하고 내버린 구원받지 못한 나쁜 죄인으로 분리한다. 예수 당시의 성전종교와 현대교회의 공통점은, 삼층세계관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인간과 분리된 객체적 존재로 허공에 떠돌게 하거나, 저 멀리 하늘 위에 앉혀 놓고, 인간은 땅 위에 살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고, 축복을 받기 위해서 인간과 생명의 존엄성을 폄하하는 보상심리의 믿음체계이다. 오늘 교회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불량신학이란, 하느님을 위해서 인간을 희생시키며 더욱이 그런 몰상식한 행태를 훌륭한 믿음으로 추켜세우고, 교인들이 그런 불량믿음을 쟁취하는 경쟁을 유도한다. 그러나 예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며, 체제의 탄압과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무시하는 성전종교와 하느님을 보호하고 종교체제를 보호하는 성전신학을 철저히 반대하고 그것들을 개혁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성서 기록에 따르면, 예수는 자신의 가르침과 삶을 통해서, 하느님과 성전을 대변하는 안식일법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인간의 삶이 하느님의 믿음 보다 더 소중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세상의 모든 가치관들 중에 가장 고귀하다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비전을 가르쳤다. 따라서 종교체제가 하느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제정한 안식일에 병든 사람들을 치유했다(누가복음서 13:10-17). 종교체제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통제하기 위해서 만든 안식일법은, 하느님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식일에 예배의식 이외에 다른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은 하느님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안식일법은 종교체제를 보호하는 교리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그런 위선적인 거짓과 은폐에 항거하기를, 안식일은 하느님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루를 쉬고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예수는 그런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이고 부족적인 종교법과 전통을 개혁하기 위해서 개방된 밥상 초대와 무상치유를 안식일이라는 경계선을 뛰어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베풀었다. 쉽게 말해서, 예수는 종교체제가 이분법적으로 규정한 소위 죄인들과 대면해서는 안 되는 율법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버림받은 죄인들과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먹고 마셨다.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종교체제가 제정한 율법들 중에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정결법을 무시하고, 어느 혼인잔치에서 정결의식에만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잔치용 포도주로 변형시켰다는 성서의 은유적인 이야기의 메시지는, 하느님이란 믿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예수의 정신을 선포한 것이다(요한복음서 2:1-11). 복음서들이 예수의 이적 이야기들을 기록한 목적은, 그의 초자연적인 신성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은 종교체제가 멋대로 통제하거나 조정할 수 없으며, 하느님을 보호하는 종교체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이다. 원초적으로, 종교는 하느님의 믿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온전한 삶에 대한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의 온전함과 완전함을 위한 보조 수단이며, 하느님은 인간의 자율성과 창조성과 잠재력과 가능성을 멋대로 조정하고 통제하는 타자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삶에 멋대로 개입하고 명령하고 진노하고 징벌한다는 그런 하느님은 이미 인류사에서 무용지물이 되어 죽었다. 그런 하느님은 오늘 겨우 살아남아서 부족적 종교체제들 안에 갇혀 있는 정도이다.
현대 기독교인이 예수와 성서에 솔직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믿음체계에 의해서 박탈당하지 않는 지극히 중요한 일이다. 다시 말해, 종교체제에 의해서 변형되지 않은 원초적인 예수, 곧 갈릴리 해변가를 거닐고 장터에서 가난하고 힘이 없어 버림받은 민중들과 한 식탁에 둘러 앉아 먹고 마시면서 참된 인간이 되어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촌부 예수, 참 사람 예수, 역사적 예수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종교적 믿음이란, 체제가 만든 교리와 전통에 의심과 질문 없이, 자율적인 고민과 갈등 없이, 무조건 순종하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무작정 믿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믿음이란, 종교체제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통제하고 조정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만든 거짓과 은폐의 교리들에 수동적인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예수는, 인간을 폄하하고, 민중들을 이분법적으로 차별하고 탄압하고 착취하는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종교체제를 반대하고 정면으로 항거했다. 예수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하느님은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사람이 하느님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예수는 종교체제 내부에서 사용하는 코드화된 거룩한 하느님 언어에 대해서 회칠한 무덩이라고 규탄했으며, 하느님 언어는 세상에서 사용하는 세속적인 인간 언어와 이분법적으로 분리되거나 달라서도 안 된다고 가르쳤다. 즉 세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사고가 따로 있고, 교회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사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수는 거룩한 하느님과 세속적인 인간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교리와 전통들을 거부하고,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가르쳤다. 예수의 하느님은, 깨끗한 것(聖)과 더러운 것(俗)을 분리하는 경계선을 넘어서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이고 비전이다.
예수가 성전종교의 불량신학을 가장 반대했던 이유는, 종교체제가 하느님을 위해서 인간을 폄하하고 희생시키기 때문이다. 고대나 현대나, 예수가 반대했던 종교체제는 하느님을 위한다는 거짓과 은폐로 인간을 조롱거리로 삼는다. 예수는, 나를 사랑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동일한 것이며, 이것들을 따로따로 분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마태복음서 22:34-40). 예수는 예배의식을 이행하는 안식일과 하느님은 오직 인간을 위해서만 있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하느님을 위해서 인간이 희생되어서는 안되며, 오히려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느님이 희생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하느님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인간을 위해서 있다. 인간은 하느님과 예배와 안식일 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는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살면 이 세계는 성차별과 인종차별과 종교차별과 빈부차별이 종식될 것이며 결코 전쟁과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다. 더욱이 기후변화를 무시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일이 없는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 이 땅 위에 세워질 것이다. 오늘 현대 기독교인들은 대단히 위험한 자기기만에 빠져 있다. 예수는, 교회에 다니기만 하면, 예수가 나의 죄를 “대신해서” 죽었다고 시인하기만 하면, 하느님을 믿는다고 입술로 고백하기만 하면, 살아있는 동안 만사 형통하고, 죽은 후 천국에 올라간다는 거짓을 말한 적이 없으며, 그런 내세적인 불량믿음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았다. 오로지 예수는 모든 사람들이 참된 인간이 되어 사람답게 평등하고 정의롭게 살라고 가르쳤는데, 어떻게 교회는 오늘도 망상의 하느님을 맹신하는 믿음의 노예가 되었는지, 예수가 오늘 살아 있다면 얼마나 한탄할 것인가?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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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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