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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보고 글쓴이의 품성 전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이 말은 품성이 나쁜 글을 올린 사람이 글과는 달리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거꾸로 글에서 드러난 부정성은 빙산의 일각처럼 일부에 불과하고, 글에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나쁜 사람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긴 글을 올리든 짧은 댓글을 달든 글쓰기는 조심해야 한다.
기자나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쓰기 훈련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늘어놓는 법이 없다.
둘째 글의 어떤 대목에서도 불필요한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이 올리는 글들은 분쟁의 소지나 이념적, 정치적 편향성이 있더라도 게시판의 격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게시판의 격을 떨어뜨리는 글은 따로 있다.
촌스러운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올리는 촌스러운 표현들이 게시판의 격을 떨어뜨린다.
촌스러운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하는 촌스러운 표현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공부좀 더 하고 말하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스스로 100 퍼센트 공부에 컴플렉스가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공부에 컴플렉스가 있건말건 그거야 개인사정이니 알바가 아니지만, 이런 식의 군더더기 감정을 스스로 처리할 줄 모르고 외부로 발산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짜증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문제다.
“내가 기대했던 반응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누가 자기 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는 상대의 반응을 기대했던 게 아니라 내심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제대로 된 반론이 있으면 그 반론의 본론부터 바로 시작했겠지만, 제대로 구성된 반론을 준비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말로 자기보호막부터 치는 것이다. 이런 표현이 얼마나 촌스러워 보이는지 스스로는 잘 모르는 게 분명한 것 같다.
“관종…” 운운
‘침묵은 금’이라든가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든가 하는 말들이 대화와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약이 되는 교훈이 되기보다 오히려 독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지도 못하면서 나는 척한다고 가마떼기가 군자가 되지는 않는다.
관종(attention seekers)이란 관심종자의 준말인데, 타인의 관심을 유도하는 행위는 관계를 유발하고 설득을 준비하는 기본동력이다. 긍정적인 의미이든 부정적인 의미이든 모든 관종이 세상을 다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사 각 분야를 움직이는 거의 모든 프로들은 기본적으로 관종끼가 있다. 세상사가 움직이는 법칙을 성숙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용어를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이랍시고 사용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저 세 가지 중 첫 번 째와 세 번 째 표현공격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두 번 째 표현공격은 한 번 받은 게 기억이 난다. 아마 작년 이맘때 쯤이었을 것이다.
앞에 사례로 든 세 가지 표현들에는 핵심적인 공통점이 있다.
세 가지 모두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피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폄훼하려는데만 정신이 팔려있는 비생산적이고 destructive한 표현들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표현들로 상대가 폄훼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다행이지만, 불행하게도 상대가 폄훼되기 전에 상상력과 표현력이 동시에 부족한 자기 스스로의 초라함만 드러낼 뿐이고 덤으로 게시판의 격까지 떨어뜨리니 문제인 것이다.
게시판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는 좀 더 세련된 반론방법을 나라도 대신 찾아주고 싶은데, 나는 남을 공격하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지 그런 방법이 잘 떠 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