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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한 주간 _김동렬 칼럼
작성자 운영팀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1708 작성일 2009-08-26 15:12 조회수 1185
글) 김동렬 (미주 주간현대, 샌프란시스코)
dyk47@yahoo.com

지난 한 주간은 정말로 다사다난했다.
양용은 골퍼의 환상적인 PGA 역전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한 주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주 일요일에 터진 양용은의 PGA 우승을 받아들이는 미국인의 충격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더욱이 상대가 타이거 우즈(Tiger Woods)였기에 더 했다는 평이다.
타이거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선수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농구의 지존(champion)으로 불리는 마이클 조르던(Michael Jordan)의 인기를 능가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왜 타이거가 그토록 인기인가.
가장 큰 이유는 타이거 우즈는 불리한 경기 속에서도 역전할 수 있다는 신뢰를 미국인들에게 깊이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과거 박찬호가 LA다저스에서 출전하면 왠지 불안한 마음을 지우기 힘들었다. 이기고 있어도 조마조마했고, 질 때는 역전 할 것으로 생각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만큼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할까?
그러나 타이거 우즈는 달랐다. 아무리 지고 있는 게임이라도 그는 항상 오뚝이처럼 역전의 역전을 거듭했다. 그런 전적이 미국인들로부터 우수 선수로 신뢰를 받았고, 그 바탕에서 그는 가장 인기 있는 국민의 선수로 뽑힌 것이다. 그런 타이거 역전패를 당했다는 것은 미국언론의 표현처럼 ‘지구의 지축’이 흔들린 이변중의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역전의 명수가 역전을 당했다는 것은 분명히 대단한 뉴스 감이고, 그 중앙에 한국의 무명 선수가 있었다는 것은 실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신데렐라가 된 양용은의 뒷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의 겪은 어려움이 바로 오늘의 양용은을 있게 한 밑걸음이었다.
야후(yahoo.com)에서도 골프 결과를 메이저 리그 보다 앞에 2일 동안 게재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타이거의 패배가 얼마나 충격적이고 믿어지지 않는 사건이었나를 보여 주는 증거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좋은 일이 있으면 안타까운 일도 있는 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시기적으로 그런 말을 낳게 했다. 양용은의 역전승으로 온 한국인에게 큰 자부심과 기쁨을 안겨 주었는데 그 맛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비보가 날아 들었다.
이런 것을 보고 누가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나.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지만 그 동안 위기의 위기를 극복했던 경력 때문에 이번에도 병상에서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7전8기의 신화를 세운 대통령도 세월 앞에는 어쩔 수 없었다.
한때 한국의 정치사를 풍미했던 3김 시대의 주역 중 가장 먼저 국민의 곁을 떠났다.
김종필 전 총리가 와병 중에 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직도 건강하게 보이지만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3김씨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만큼 안타까움을 갖게 한 맡아들 김홍일 전 의원의 모습에 모두가 놀랬다.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었는데 장례식에 비쳐진 그 아들의 변화는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치매가 무섭다고 하지만 근육마비 증세를 일으키는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이라는 병도 너무나 무서워 보였다. 아버지를 대신해 군사정권으로부터 가장 많은 핍박을 받은 큰 아들의 황폐된 모습을 보면서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후진 정치의 한 단면을 보는 쓴 맛도 남겼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만큼 드라마틱한 과정을 겪은 나라도 많지 않다. 이승만 정권의 탄생과 북한의 남침, 이어진 4.19혁명과 군사정권의 개발독재와 신 군부의 등장,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의 탄생까지 파란만장한 정치변혁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서 항상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많은 슬픔을 남겼다.
아쉬운 점이 남았다면 그가 대통령 퇴임 후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한국의 만델라로 불리는데 손색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두 사람의 만남
한국과 잠시 통화를 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이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서 받은 충격과 애도의 마음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부에선 대통령의 유언을 정치적인 이익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대다수 국민은 김 전 대통령 생존 시 문제 되었던 여러 가지 오해가 이해와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돼 사후 평가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도 있다.
‘평가는 죽은 다음에 받는다’는 말이 있다. 생전에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아도 사후에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의 평가를 미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시대의 가장 위대한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역사에 남을 것은 틀림없다.
김 전 대통령도 생존 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인간적으로 용서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기 힘들지만 그는 그런 결단을 내렸다. 비운에 숨진 국가 지도자에 대한 최고의 예의를 표했던 것이다.
이젠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묻혀 있는 국립 서울 현충원에 안장 되므로 두 영원한 맞수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누가 두 사람이 한 곳에 묻힐 것으로 생각이나 했겠나.
이미 이생을 떠난 두 사람의 만남은 증오와 대결이 아닌 사랑과 용서의 장이 마련되었을까.
결국 두 대통령의 뿌리가 한국 정치의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현실을 볼 때 박-김 두 전 대통령의 만남이 한국 정치의 화합과 통합으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 주간 동안에 일어난 양용은-김대중 두 빅 뉴스는 한 주만으로 감당하기엔 버거운 격동의 사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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