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의 걸작 "로마인 이야기".
15부에 이르는 시리즈물답게 장난이 아니게 길지만 카이사르를 다룬 4,5부는 읽다 보면 시간 가는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그 중에 자주 인용되는 카이사르의 말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영어 원문은 이렇게 되어 있다.
"Men willingly believe what they wish."
뭐 대충 해석해도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쉽게 믿는다"이지만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카이사르가 어떻게 채무를 이용했는가이다.
"로마인 이야기"에 따르면 카이사르는 평생 엄청난 채무를 지고 살았지만
그 것 때문에 기를 못폈다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 부채를 적절히 활용한 면면이 등장한다.
채권자들이 절절매며 카이사르를 따르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카이사르는 그 부채를 나중에 다 갚는다.
참 매력적이면서 천재적인 인물이다.
왜 이런 오래 전 이야기를 풀어 놓는가하면
현 국제 정세에 대한 판단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이 자신들의 부채를 이용하는 것을 보면 카이사르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0년 1월 15일 현재 2조 4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봤다.
일본의 지난해 말 외환보유고는 1조493억달러에 그쳤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더불어 기자들은 외환 보유고로 인해 중국의 국제적 발언권이 커진다는 둥 난리를 떨고 있다.
빙신2들 같으니....
과연 그럴까?
미국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미국의 재정 적자는 심각하다못해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그런데 난 왜 카이사르가 생각날까?
카이사르는 그 당시에는 전세계의 심장인 로마와 지중해 전역을 생각의 범주에 넣고 정치를 한 사람이다.
그의 막대한 부채도 그런 측면의 하나였다.
미국은 지금 전 세계를 상대로 체스판을 운영 중이다.
지구 곳곳에 널려 있는 자원-역시 돈이다-을 갈취하고 관리하는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
자기 나라만 생각해서 재정 적자와 무역 적자를 운영하는 나라가 아니다.
보이는 것만 보지 말자는 얘기다.
그렇게 해서 발행된 미국의 채권을 자꾸 덥석덥석 물어 버리면 나중에 카이사르에게 돈을 꾸어 준 로마인-이름이 기억나지 않음-처럼 카이사르 뒤를 졸졸 따르게 되지 않을까?
일본의 외환 보유고가 점점 줄어드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1편에서 우리나라의 독립전쟁에 대해 잠깐 언급만 하였다.
캐나다와 가까운 미국은 어떨까?
우리처럼 목숨걸고 독립 운동을 하였을까?
캐나다의 역사 초기에 미국 왕당파가 이주해 온것만 보더라고 그렇지 않다는걸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볼 수 없는 또는 안보여 주려 자들에게 미국 독립전쟁은 고귀한 애국심에 의한 전쟁으로 미화된다.
영국 귀족들과 미국 신흥 귀족들의 땅따먹기 싸움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역사적인 것은 1편에서도 얘기했지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왜 숨길까?
숨기는 그 자체가 본질-돈-이기 때문이다.
경제 현상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고 알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고 때로는 왜곡되어 있다.
그래서 숨겨진 것에서 관계를 찾는 작업이 더불어 따라줘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아서는 갈리아인들처럼 카이사르에서 백번 싸워 백번 진다.
경제가 어려워진 것에는 물론 경기 순환에 따른 사이클적인 면도 있지만
그 것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음모론이라고?
그냥 음음음 웃으면서 넘어가자.
중국은 자본화되면서 더우기 자본의 집중 정도가 심화되면서 1%도 안되는 층이 중국 전체 자본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한국 또한 갈수록 왜곡된 경제 현상에서 이득을 취하는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은 이상한 동거-공산당 독재와 천민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세력의 이득이 맞아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지금 다시 독재로 회귀하면서 자본가들의 입에 맞는 구조로 개편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돈의 흐름이 막히는....
가진자의 세력이 점점 커질수록 돈은 돌지 않고 썩게 되어 있는 돈의 구조적인 본질.
자본주의의 역사는 확장성의 역사다.
그것이 내부의 모순이던 아니면 외부의 도전이던 간에 그런 것들과 싸워 나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거다.
그런데 지금 중국과 한국에서 그 모순에 대항할 세력이 너무 없어서 자체적으로 맴돌고 있는 현상.
부의 집중과 그로 인한 흐름이 막혀서 썩고 있는 현상.
거기에 발 맞추어 터진 미국의 내부적인 고름.
그게 이번 전 세계 경제의 어려움의 본질이라고 보는 거다.
미국의 어려움은 이미 예견된 어려움이었기 때문에 가닥을 잡을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실마리가 보여진다.
그건 어느 정도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의 바닥에 깔려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구조는 어떤 세력이 경제를 조정하더라고 멀리 가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를 잡아오는 구조다.
그만큼 민주주의를 위해 오래도록 투쟁한 덕을 보고 있는 거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의 부를 어느 정도 소유했다고 하는 동 아시아-특히 한국,중국-은 그렇지 못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세력을 확장하고 더 커지는 건 그게 자본주의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이 뽑아준 권력은 자본으로 이득을 취하는 세력을 조정해주고 견제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권력은 오히려 덩달리우스처럼 붙어다니면서 빌빌 싸고 있는 그런 모습.
MB정권이 두려워 지는건 그 이유 때문이다.
용산에서 너무나 아프게 목격했고 4대강에서 재차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모르겠다고 할것인가?
좌파이기 때문에 MB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가?
나이를 어느 정도 먹으면 좌파니 우파니 하는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허나 안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보고 싶지 않은것이 자꾸 눈에 들어 오면 말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권은 어떻게 해도 욕을 먹게 되어 있다.
그게 권력을 가진 자들의 숙명이다.
좌쪽에 서 있는 자들은 우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소리지를 것이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최소한 대통령이라면 비록 자신의 성향이 어느 한 쪽에 있다 하더라도
둘의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그게 국민이 바라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한 쪽으로 치우쳐서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면 욕 먹게 되어 있다.
지금이라도 제 자리를 찾으면 경제의 파국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물론 중국도 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지만 캘거리에 살고 있고 중국말도 전혀 모르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같지 않고 한국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계속 소리를 내야 된다고 생각해서 이 얘기를 쓰게 된거다.
그리고
이젠
나나 잘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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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니 너무 큰 주제를 작은 글에 담으려 하다보니 눈에 띄게 확대하거나 연결이 안되는 부분이 보인다.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그냥 이런 생각도 있구나 라는 정도로 읽어 주시면 고맙겠다.
제가 무슨 정치나 경제 평론가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