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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파업에 침묵하는 비겁한 언론"
작성자 태권V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2593 작성일 2010-04-23 00:48 조회수 1550
- 하종강 소장님의 강의는 죽어있는 저의 심장을 깨우는 큰 북과 같습니다.  이기사를 작성해 주신 경향신문 최훈길 기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이 23일 MBC 파업 관련 언론의 무관심을 질타하며, 시민들이 직접 파업 현장을 방문해 파업 열기를 느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종강 소장은 31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 "18개 지역 계열사들까지 모두 참여한 이번 MBC 파업처럼 강고한 파업을 최근 몇 년 동안 본 적이 없다"라며 "백령도 천암함 사건 못지않게 중요한 우리 사회 최대의 현안 문제"라고 밝혔다.

하종강 소장은 "그럼에도 신기할 정도로 다른 방송사나 언론사들이 MBC 파업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며 "그러한 현실이 오히려 MBC 노동자들의 파업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경향에는 누락됐지만, 하종강 소장이 본인의 홈페이지 '하종강의 노동과 꿈'(http://www.hadream.com)에 올린 글엔 이 같은 언론 행태를 "언론이 이미 권력에 장악 당했다는 증거"라는 주장이 나와 있다.
하종강 소장은 "우리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MBC노조의 파업 현장에 최소한 한번쯤 찾아가봐야 한다"며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여의도 MBC 앞에서 열리고 있는 '공영방송 MBC 지키기 촛불문화제'에 최소한 한번쯤 참석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종강 소장은 "그곳에서 언론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벌이고 있는 바른 언론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열기를 한번이라도 직접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산 것과 죽은 것만큼의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 소장은 한 MBC PD가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 사건을 열정적으로 취재한 내용도 전하며,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그 PD가 바로 지금 옹골찬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 노조의 이근행 위원장"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MBC를 지키지 못하면 우리는 개, 돼지가 되는 것이다. MBC는 국민의 희망이다. 국민들의 희망을 지키기 위해 즐겁게 투쟁하자"는 이근행 위원장의 발언도 전했다.

앞서, 하종강 소장은 MBC 노조의 파업 현장을 방문해 두 번의 강연을 한 바 있다. 지난 21일 촛불문화제에서 하종강 소장은 "투쟁에 승리하는 조직과 패배하는 조직의 차이가 있다"며 "승리하는 조직은 생각은 달라도 행동은 같이 하는 것"이라며 노조를 응원한 바 있다. MBC 노조는 지난 5일 정권의 '방송 장악'에 반발해 사장 퇴진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했고, 현재 19일째 파업 중이다.

다음은 하 소장의 칼럼 전문이다.

MBC 파업 현장에 가봐야 하는 이유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한 방송사의 PD가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스스로 목을 매거나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 노동자들의 삶과 주변의 모습을 100여 개의 테이프에 담았지만 도대체 내용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일요일 우리 연구소에서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두어 시간에 걸친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그 PD가 나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그럼 이제 분신한 노동자나 스스로 목을 맨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한 마디 해주십시오.”

그 물음에 나는 겸손하게 답했다.

“그 노동자들의 심정을 내가 어떻게 몇 분의 일이라도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1년 반 동안이나 수배 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불을 지른 사람이나, 129일이나 골리앗 크레인 꼭대기에서 외로움을 견디다가 목을 매야했던 노동자의 심정을 내가 어떻게 몇 분의 일이라도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짐작할 수 있다면 교만이겠지요.”

내 말을 들은 그 PD는 푸념하듯 그러나 조금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지금 어떻게든 그걸 한번 해 보겠다고,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아, 나는 부끄러웠다. 30년 가까운 알량한 노동운동 경력이 그 PD 앞에서 단번에 무너져 내린 이유가 무엇일까? 직접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그렇게 컸던 것이다. 1년 반 동안이나 수배 생활을 하다가 분신한 노동자 집에 찾아가 무심코 냉장고를 열었을 때 두터운 곰팡이가 하얗게 덮여있는 반찬들, 졸지에 아빠를 잃어버린 세 어린 아이들의 올망졸망한 눈망울들을 직접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사이에는 마치 산 것과 죽은 것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더 나아가 천사불여일행(天思不如一行)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MBC노조의 파업 현장에 최소한 한번쯤 찾아가봐야 한다.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여의도 MBC 앞에서 열리고 있는 ‘공영방송 MBC 지키기 촛불문화제’에 최소한 한번쯤 참석해봐야 한다. 그곳에서 언론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벌이고 있는 바른 언론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열기를 한번이라도 직접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산 것과 죽은 것만큼의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18개 지역 계열사들까지 모두 참여한 이번 MBC 파업처럼 강고한 파업을 최근 몇 년 동안 본 적이 없다. 백령도 천암함 사건 못지않게 중요한 우리 사회 최대의 현안 문제다. 그럼에도 신기할 정도로 다른 방송사나 언론사들이 MBC 파업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언론이 이미 권력에 장악 당했다는 증거다. 그러한 현실이 오히려 MBC 노동자들의 파업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내가 지금 어떻게든 그걸 한번 해 보겠다고,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 몇 마디 말로 그 뒤 몇 년 세월 동안 기억날 때마다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PD가 바로 지금 옹골찬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노조의 이근행 위원장이다. 그 이의 얼굴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MBC 파업 현장에서 과거의 인연을 더듬다가 몇 년 전의 그 장면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아, 그때 저한테 ‘내가 지금 어떻게든 그걸 한번 해 보겠다고,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예, 그 비슷한 말을 했었습니다.”

나는 또다시 부끄러웠다.

“MBC가 죽으면 우리 사회 언론 전체가 죽는 것이다. MBC를 지키지 못하면 우리는 개, 돼지가 되는 것이다. MBC는 국민의 희망이다. 국민들의 희망을 지키기 위해 즐겁게 투쟁하자!” - MBC노조 이근행 위원장의 말이다.

<경향신문> 201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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