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 안희선
내가 지니지 못한 것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천천히 뒤집혀지는 오욕(五慾)의 나에게서
긴 한숨 같은 날마다의 호흡에서
검은 세상에서 돋아나는 끔직한 소름에서
형식만 남은 사랑에서
징징거리는 눈물에서
오래 전에 낡아버린 그리움에서
실신한 듯 견디어 내는 시간 속에서
두려움이 없는 꿈이나 꾸는 시시(詩詩)함에서
나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들에게서
묘지의 꽃 같은 추억에서
너절한 쓰레기 통 같은 나에게서
애초에 없었던 이 모든 것들의 믿음에서
염치좋게 티 없는 자유를 탐(貪)하며,
살아온 어두운 힘
이제, 놓게 하소서
해질 무렵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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