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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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처럼 민감하고 복잡한 영역의 정세를 모니터링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주제에 대한 의견을 글로 만들어 낸다는 건 그것대로 쉬운 일이 아니고요.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의견을 전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눈팅을 하느라 의외로 시간소비가 많은 페이스북을 새로 시작하고 나서부터 좀처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나지 않는군요.
어쨌든 오늘은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어서 잠깐 나왔습니다. 어렵게 성사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어이없이 결렬됐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북측 대표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갔으므로 마치 북측이 잘못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사정을 살피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의제문제와 관련해서 북측은 천안함 미제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 등을 다루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남측이 별 명분도 없이 이 세 가지 의제 중 세 번째 사항, 즉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완화방안을 빼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선만을 다루자고 주장한 것 입니다. 이런 주장을 한 이명박 정부의 의도는 지나치게 속 보이는 것 입니다. 이 군사실무회담을 오로지 북한에 대한 단죄의 무대로만 끌고 가자는 것이지요.
현재 조성되고 있는 남북해빙무드와 관련된 아주 잘못된 생각이 하나 있는데, 마치 북측이 아쉬워서 먼저 대화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 입니다.
Wake-up!!
전혀 그렇지 않죠. 분명히 몇 번을 말하지만 현재의 화해전환국면은 11.21 UEP 사건 (11.23 연평도 포격전과 혼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후 새롭게 조성된 북미관계의 근본적 변화에서 파생된 것 입니다. 작년 12 월 이후 서울을 다녀간 국무부와 국방부 소속 고위관리들이 하나같이 한국정부에 짜증을 내면서 요구한 것은 ‘대북협상에서 자세를 낮추라’는 것이었고, 남한측은 마지못해 지난 1 월 말 외교통상부를 통해 6자회담 전제조건에서 천안함과 연평도를 빼겠다는 언급을 하기에 이릅니다,
시차 때문에 날짜가 헷갈리는데 한국시간으로 8 일 1 차 회담이 끝난 후 일부 남한 보수언론이 북한의 저자세 운운한 것은 이런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 입니다. 지금 자세가 낮아진 건 북한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근데, 왜 미국의 자세가 갑자기 이처럼 낮아진 것 일까요? 단지 UEP 때문만일까요?
지금 이 시간 미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최대 난제는 과연 유사시 자기네들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남한을 지원하기 위해 한반도 근해로 항모강습단을 파견할 수 있느냐 하는 것 입니다. 미 정보기관은 2009 년 7 월 4 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성공 사건 이후 북한 전략무기체계에 대한 집중적인 정보분석을 해 왔는데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북한은 한반도 근해로 접근하는 니미츠급 항모강습단 (예: 조지워싱턴호) 을 단 한 발에 산산조각 낼 수 있는 해수면밀착비행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순항미사일은 INS (관성항법장치) GPS 는 물론이고, 지형영상정합 항법장치(terrain-matching navigation system) 까지 장착하고 이지스 방어체계를 돌파해서 타격목표물을 정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는 온전한 의미의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 이다.
셋째, 북한은 지난 2009 년 4 월 사실상 위성발사에 성공했는데, 현재 150 km 비행고도를 유지하며 미국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을 이미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넷째, 우라늄 농축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각종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경량화 핵탄두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상 네 가지 최종 정보 판단을 근거로 남한 정부에게 일단 평화무드 조성 책임을 떠넘기며 압박하고 있는 것이고, 남한 정부는 남한 정부대로 미국의 ‘비겁한 변심’을 돌려보기 위해 자잘한 문제들을 가지고 딴지를 걸며 시간을 벌어보려고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런데 말이죠. 미국이 골이 비었습니까? 한미연합사고 상호방위조약이고간에 눈뜨고 타격 당할 걸 뻔히 알면서 적유도탄 사정거리 안에 생떼 같은 자국 인원과 장비를 실은 항모강습단을 파견할 리가 만무한 거죠. 2010 년의 북한과 이란은 2003 년의 이라크가 아니라는 걸 미국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 입니다.
오늘 아침 남북군사회담 결렬소식을 읽으며 문득 좀 더 강해진 생각은…… 좀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 입니다.
한심한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비난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 이지요.
새로운 국면에서는 새로운 판단과 정책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남한에 외세에 휘둘리지 않는 자주-민주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새 정책을 담보할 수 있는 전제조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MB 정권이 가능하면 하루라도 빨리 사라져줬으면 좋겠는데 내년 12 월까지는 기다려야 하겠죠. 저는 명분보다는 절차를 중요시하는 자유민주주의자랍니다 : )
그런 다음, 이런 정책들이 차례로, 또는 거의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 입니다.
북미평화조약/ 북미수교/ 남북상호불가침조약 체결
남한 자주정부의 ‘착하고 이쁜’ 마음이 전제된 독자적인 핵무장 추진(과도기 남북간 군사적 대칭균형유지)
한미연합사 해체/ 6.15 공동선언 실천
북한에 대한 남한의 대대적인 경제-기술지원/ 북한의 경제적 재생산 및 자립구조 확립
남한에 대한 북한의 대대적인 무기기술 이전 (UEP 및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상호간 비대칭분야 격차 해소를 통한 물리적 통일기반을 우선 마련
불가능하다고요?
불가능해 보이기는 하지만…… 뭐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 같아서요.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서만 평화적 통일의 길로 갈 수 있다고요?
평화, 또는 최선의 善이란…… 관념이 아닌 균형을 통해서 유지되는 것 아닐까요?
좀 멀리 보자구요.
…………………………… 끝.
2011-02-09 17:40 (M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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