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 이틀 전 (2 월 16 일) 세계 언론은 미국 고위관리들의 중요한 발언 두 가지를 보도했다. 하나는 베윌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Voice of America 와 인터뷰한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정보기관 총괄 책임자 제임스 클레퍼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가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연례안보위협 보고서' 에서 밝힌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관한 것이다. 먼저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은 요새 다시 불거져 나온 북한급변사태론에 한껏 고무된 반북인사들에게 무척 실망감을 안겨줄 만한 내용이다. 그는 반북우익인사로서는 용감하게도 “나는 북한 체제가 붕괴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는 자신의 고백을 분명히 밝혔다. 밸 전 사령관의 발언은 오는 2 월 28 일부터 실시할 한미함동군사연습인 Key Resolve 훈련이 북한체제의 붕괴를 상정한 작전명 5029를 토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두고 그 작전의 위험성을 지적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부시 정권 당시 한국의 MD program 참여를 적극 추진했던 인물이기도 한 그는 북한 붕괴론을 가리켜 ‘근시안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요새 탈북자 단체나 반북 인터넷 매체 등에서 마구 양산되고 있는 북한괴담에 귀가 솔깃한 사람들은 자기들의 선생님 격인 이 대북군사전문가의 솔직한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밸 전 사령관의 발언은 괴담 따위에 대북정책이 흔들거리는 한국정부와 북한군인 반란설 같은 날조된 풍문을 기사화하는 일부 언론의 무책임함에 기가 막힌 나머지 나온 것이긴 하지만 새로운 사실폭로는 어니라는 점에서 센세이셔널한 것은 아니다. 벨 전 사령관의 발언보다 주목되는 것은 같은 날 미국 16 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 제임스 클래퍼의 보고서에서 나온 정보들이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북한이 통신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일단 실패했으나, 이 과정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많은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며, “ICBM으로 실전 배치할 경우 미국 영토 일부에 도달할 수도 있다” 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매년 이맘때 상 하원에 각각 제출하는 DNI 의 의회보고서는 그 전문을 검색해서 PDF 형식으로 열람할 수 있는데 이틀 전 제출된 전문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검색이 되지 않으니 언론 보도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예상대로 불과 한 달 전 로버트 게이츠 국방정관의 “5 년 안에” 라는 말을 지금 당장으로 바꾸었다는 것인데 게이츠 장관도 ‘5 년 안에” 라고 했지 “5 년 후에” 라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닌 셈이다. 통신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이 보고서의 전제 자체는 2009 년 4 월 9 일 은하 2 호 발사 사건 당시 북미주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와 미국 북부사령부(U.S. Northern Command)가 이름도 밝히지 않은 하급 장교들의 증언을 이용해서 발표한 내용과 러시아 외무부의 안드레이 네스트레넨코(Andrei Nestrenenko) 대변인이 발표한 보도자료 전문 및 일본 교토통신 등이 보도한 자료 사이에 차이가 너무 판이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지만 일단 이 문제를 다루면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이 글에서는 접는다. 각설하고……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지난 2 월 16 일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었다. 미국의 전 주한미군사령관이나 국가정보총괄책임자가 친북인사 일리가 없는 다음에야 왜 하필 다른 날도 아니고 이 날 나란히 진실고백을 한 것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주변 동료들 눈치를 보거나 ‘패거리 멘탈리티에 매몰돼 딴 소리를 하지 않고 비교적 정직한 의견개진과 보고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로서의 그들의 장인정신이 돋보인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미국은 역시 한국보다는 분명히 한 수 위다. DNI 의 상원보고서가 제출되기 6 일 전인 지난 2 월 10 일에는 하원보고서가 제출됐는데 이 보고서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대목이 발견된다. “우리는 북한이 핵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지 못 한다” 는 요지의 보고를 한 것이다. 이런 이상한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의 입장은 마치 ‘마누라가 남자 친구와 호텔방으로 들어간 것을 목격하기는 했는데 같이 잤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고 발언한 남편의 처지에 필적할 만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이 말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공식 인정함으로써 파생될 수 있는 정치-외교적 문제들을 고려해서 만들어 낸 말장난에 불과한 소리라는 것이다. 현재의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 가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이렇게 행간을 읽어내는 요령이 필요하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가령 이런 것이다. 바로 어제 (17 일) 주한미군사령부의 상급부대인 태평양지구사령부에서는 로버트 윌라드 사령관의 약간 쓸데없는 듯한 기자회견 발언이 있었다. “북한의 미사일은 중요한 우려사항이지만 북한이 조만간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이 말은 들으면 미국이 꽤나 신통한 대북 군사첩보망을 보유하고 있는 줄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은 북한과 같은 철저한 통제사회에서 미국이 현지 첩보인력을 통해 고급군사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기껏 인공위성에 설치한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찍어온 영상자료를 가지고 통밥기법을 바탕으로 이런 저런 판단정보와 예측정보를 짜 맞추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근데 로버트 윌라드 사령관은 왜 이런 발언을 한 것일까? 이 말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고 북한에게 부탁을 한 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평안북도 동창리 제 2 미사일 발사기지 완공보도가 있자마자 미국 정부를 대신해 북한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해 주도록 요구한 것인데 대개 이런 종류의 외교거래는 비공식 라인에서 일단 합의가 이루어지면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상대방에게 이런 식으로 재확인을 해 준다. 그럼 왜 다른 사람이 아니고 태평양지구사령관이 이 역할을 맡았을까? 그건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북한이 시험 미사일 발사하면 십중팔구는 태평양 바다 위에 떨어질 테니까 태평양을 관할하는 부대의 사령관이 그냥 맡아서 기자회견 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런 식으로 명령하지 않았을까? 중요한 것은 왜 미국이 북한에게 미사일 발사를 유예해 주도록 부탁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지금 대화와 협상 국면이 계속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지난 2 월 8 일 간신히 마련해 놓은 선 보는 자리에서 깨빡을 치고 나온 남한이 속으로는 밉살스러워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일 깃이다. 암튼 요즘 진행되는 흐름의 대세를 면밀하게 관찰해 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대북유화노선은 비교적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있다는 감을 잡을 수가 있다. 미국판 개스통 할배들과 반북 인권단체인지 탈북 브로커들인지 하는 집단들의 아우성만 아니라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ICBM 과 북핵을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으로 당장 바꿔버리고 싶을 것이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2011.02.18 01:00 (MST) sarnia (c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