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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옛날...... 남가좌동의 어느 단독주택 가정집. 그 집을 약 1000 여 명의 경찰병력이 겹겹이 포위했습니다. 그 집 안에서 갑자기 두 발의 총성이 몇 분 간격을 두고 울렸습니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여자의 찢어지는듯한 비명과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인질범 네 명 중 두 명이 자기 머리에다 대고 권총을 발사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입니다. 잠시 후 Bee Gees 의 Holiday 가 카세트 스테레오를 통해 흘러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 노래를 들으며 창가에서 뭐라고 외치고 있던 한 30 대 사내가 유리창을 깨 유리조각으로 자살을 시도합니다. 동시에 중무장한 SWAT (경찰특공대) 팀이 자동소총을 조준사격하며 출입문과 유리창을 부수고 이 주택 안으로 돌입하지요. 공포탄을 난사하는 소리와 비명소리, 스테레오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Bee Gees 의 Holiday 에 뒤섞여 10 대 후반쯤 되는 여자아이가 울먹이며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저씨 쏘지 마세요!!” 그 여자아이의 비명같은 호소에도 아랑곳없이 방안으로 돌진한 특공대원은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있는 30 대 중반쯤 되는 사내를 향해 두 발의 실탄을 발사합니다. 특공대의 총에 맞아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절명한 이 사내는 경찰특공대가 진압작전을 벌이기 30 분 전쯤, 마지막으로 듣고 싶다며 Bee Gees 의 Holiday 와 Nazareth 의 Please Don't Judas Me 카세트 테이프를 경찰에 요청했었습니다. 경찰은 이 사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었고요. 전국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됐던 이날의 인질극 종반부에서 이 사내는 권총을 자기 머리에 겨누며 밖에 떼거리로 몰려와 있는 경찰과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치기도 했지요. “나 550 만 원 훔쳤는데 징역 17 년 (보호감호 10 년 포함) 받았어. 2 심에서도 똑같이 받았어. 수 백억을 훔친 도적놈들은…… 유전무죄야 무전유죄고……”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지강헌’ 또는 ‘지강헌, 유전무죄 무전유죄’ 를 검색하시면 자세히 조회할 수 있을 겁니다)
비 내리는 도시, 계단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사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씻겨져 내려가는 핏물…… 대한민국에서 Bee Gees Holiday를 또 한 번 유명하게 만든 영화가 있지요. 1999 년에 개봉된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형사 박중훈 (우 형사였던가요?) 의 연기가 정말 압권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안성기 최지우 장동건 모두 나왔던 것 같은데 그들의 존재감이 희미할 정도로 박중훈의 연기가 독보적이었던 것 같군요. 이 노래를 배경으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영화 속 살인사건이 일어나던 그 계단은 부산에 있습니다. 40 계단이라고 부르지요. 보수동에 있다는데 저는 가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마 책방골목 근처인 듯 하군요. 군 시절 지나다니다가 멋진 누님들을 많이 보았던 완월동에서도 별로 멀지 않을 겁니다 (진짜 지나만 다녔음) 사실은 그 계단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다 보니까 이 노래가 생각나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그 계단 이야기를 왜 하려고 했느냐하면...... 그 계단 근처에 있는 어느 화랑에서 제가 잘 아는 화가 한 분이 올 가을에 작품 전시회를 하신다는 군요. 그 화가 분은 제가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처음 만나 사귄 친구입니다. 아마 그 기간 동안에는 저도 한국에 가 있을 것 같고, 그 분이 최근에 전시회 일정을 제게 알려주어서 그냥 노래와 그 계단 이야기 올려봅니다. 전시회를 하는 화랑이 마침 부산 중구 보수동 그 40 계단 근처라 이 노래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거리들이 떠올라 잠깐 들렀다 갑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