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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 나에게 곧 죽음이다. |
작성자 Beeho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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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번호 4388 |
작성일 2011-07-31 19:58 |
조회수 1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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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 나에게 곧 죽음이다
-흑과부거미의 교미 2
Beeho
소낙비 머금은 자작나무 숲 속에서 시작되는 나의 이야기를
올바르게 인식하라.
에로스는 나에게 곧 죽음이나 그녀의 황홀한 유혹 앞에
밤이 찾아와도 어둠은 없다.
나는 일생 동안 오로지 한 번 교미를 하노라.
두 번째 기회는 결코 찾아오지 않으니
그녀의 은밀한 사랑의 몸짓 어찌 잊을까.
나의 여덟개의 길고 가느다란 다리를
심술궂은 눈빛의 그녀는 게걸스레 먹고
에로스 절정의 순간 불타는 독액에 마취되어
꺾여진 다리 절단되고 분쇄되어도 고통을 몰라
심장 고동이 숲 속에서 멎을 때까지
운명의 신이 허락한 짧은 시간 동안
한 모금 남은 쾌락의 잔을 천천히, 천천히 맛본다.
에로스 끝나는 순간 나의 목숨도 저 편 하늘로 날아가
다시는 그녀와 아름다운 눈길 나눌 수 없으리라.
하지만 날 잡아 먹으려는 그 계획 결코 멈추지 마라.
내 입술에서 단 한 마디 말 나오지 않으나,
나의 눈동자는 더 기막힌 대화를 나누고
너의 모습 잊지 않기 위해
내 가슴의 슬픔을 바쳐
마지막 죽음의 기도를 하게 해다오.
헛된 사랑의 미련 끝나
끊어지려는 목숨 응시하며
어쩔 수 없이, 내 삶의 끝이 다가옴을
지금 이 순간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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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ho
| 2011-07-31 21:07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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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상의 거미숲에 거미들을 방목하고 있다.
내가 키우는 거미들은 매우 독특한 종류의 거미다.
그 거미의 이름은 바로 흑과부거미이다.
그 수컷은 평생 동안 단 한 번의 교미를 한다.
두 번째 기회는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교미를 하는 도중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거미숲 세계는 추악한 인간 세상과 비슷하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 권모술수, 사랑, 배신, 교미
그리고 죽음 등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인간 세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암컷이 수컷을
지배하는 모계중심 사회라는 것이다.
나는 거미숲의 주인이기는 하지만 거미들의 삶을
조정하거나 관여하지는 않는다.
나는 거미들의 감시자가 아니다.
그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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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아프리카
| 2011-08-01 21:48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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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조르쥬 바따이유 (Gorges Bataille)의 [에로티즘]을 연상시키는 글로 저는 보였습니다. 의인화, 유비적 상상력 등 종회무진 하는 비호님의 글은 비범하며 명쾌하고, 또 아우라를 느끼게 합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님과 소통이 거의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인사드립니다. 이 게시판 휴가 떠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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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아프리카
| 2011-08-01 21:51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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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가지, 더...이 자리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저 아래의 아래의 저의 글에 대해서 댓글 달아 주신 레이크사이드님 감사합니다. 멋진 여름 보내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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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
| 2011-08-07 06:50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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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름다운 작품
즐감하며 음미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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