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 글에 댓글로 달려다 괜히 특정 교회를 비판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것 같아 따로 글타래를 엽니다.
해외에서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교민들이 모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한국 사람들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도 교회나 이슬람 사원 같은 종교단체를 구성해서 사회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교회는 매 주일 미사나 예배가 있어 구성원들끼리 만날 기회가 잦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 장소나 이벤트가 없다보니 비종교인들은 네트워킹을 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랫글에 파모라마스님이나 clipboard 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저는 캘거리 교민사회에 종교단체들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에 대해 조금 경계적입니다. 이번에 한인의 날 행사에도 일정을 보니까 참가하는 교회들 숫자가 상당하더군요. 순수하게 봉사를 하기 위한 참여라면 이의가 없지만, 아무래도 홍보 효과를 보려는 목적이 가장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느 종교단체에 매우 "느슨하게" 소속돼 있고 정기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사회봉사 행사가 있는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편입니다. 산악회나 사진동호회처럼 취미나 관심사 위주로 조직된 소규모 단체를 제외하면 비종교인들이 찾을 수 있는, 그야말로 non-religious people's association 같은 그룹이 없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왜냐면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끼리 굳이 모여서 '종교가 없음'에 대해 논의할 필요도 없고, 재미도 없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정보 습득이나 네트워킹의 수단으로 종교단체가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종교인들에게도 그런 수단을 공유할 수 있는 meetup 장소 내지 포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CN드림 게시판이 그런 가상공간을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만나서 이뤄지는 활동이나 교류로 이뤄지는 강한 소속감은 없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communication 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수단이 종교단체에 제한돼 있다면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어쩔 수 없이 교회나 성당, 절로 찾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비종교인들을 위한 단체... 종종 생각해 보는 주제이긴 하지만, 존속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어떤 행동을 취하기가 어렵더군요. 비종교인들이 가진 특별한 공통 관심사도 없고 말이죠.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가 궁금합니다. :)
*짤방은 천문학자 Carl Sagan 의 생전 모습입니다. Contact 라는 영화로도 잘 알려진 작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