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 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바람은 몸 속을 휘 돌더니
다시 차 밖으로 빠져나가고
들판에 눕는다.
검정 소가 드러누운 넓은 알버타 벌판 한 켠에
푸드럭거리며 눕는다.
가장 살찐 소가
가장 먹기 좋은 소
빨리 자라면 빨리 죽는다.
검정 소는 알고 있을까?
바람이 소 위로 심드렁하게 자빠지고 있다.
아름다운 건 가지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
차를 세우니
바람이 서고 햇빛이 서고
풀을 뜯던 사슴도 멀뚱히 선다.
내가 보는 건 사슴이 아니라
태양이고 바람인데
사슴은 나를 보고 있다.
매일 매일 들판을 돌고 바람을 돌고 태양을 돌아야
입에 풀칠을 하는 나를
사슴이 지켜준다.
살찐 소를 내일 볼 수 없을지라도
내 몸 안을 휘돌아 나간 바람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니
사슴의 눈망울을 뒤로 하고
집에 간다.
침대 위에 벌렁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