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노래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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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문 중 1순위로 들를 곳을 정했는데, 아마도 올해는
안동 병산서원, 옥천 육영수 씨 생가, 용산 전쟁기념박물관, 의왕시에 있는 철도박물관, 평창 이승복 생가, 국가정보원(NIS) 안보전시관 등등을 갈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중 국정원 안보전시관은 웬 씨잘떼기없는 관람규정이 그리 많은지 방문을 재고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정보기관임을 감안해서 카메라나 녹취기구를 소지하고 입장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더라도, 요원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이동해야 한다든지, 이미 공개된 장소인 내곡동 본원 전시관을 가는 교통편 질문에 예약하면 요원이 안내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한다든지, 필기는 (볼펜이나 만년필이 아닌) 연필을 사용해야 한다든지, 껌을 씹지 말라든지, 뛰어다니면 안 된다든지, 쓰레기를 좌석에 버리면 안 된다든지 하는 안내문을 읽고 있노라면 <웬만하면 오지 말라>는 말로 들려서 많이 섭섭합니다.
근데……
국정원 홈페이지에서는 <역대부장> 임기와 직책명 조차 잘못 기재한 부분이 두 군데나 있군요.
제 4 대 부장 김형욱에 마우스를 가져다 댔더니 <1963 년 7 월 12 일부터 1968 년 10 월 20 일까지 5 년 3 개월>이라는 글이 뜨는데 1968 년이 아니라 3 선개헌 이후인 1969 년 10 월 20 일까지 6 년 3 개월입니다. 다행히 본문 프로필에서는 오류 없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군요. 사소한 것이지만 대한민국 정보기관 홈페이지에서 이런 오류가 발견되어서는 곤란하지요.
그리고 1980 년 4 월 14 일부터 3 개월 간 재직한 제 10 대 부장 전두환은 부장이 아니라 부장서리였습니다. 당시 중앙정보부 조직법상 국군보안사령관이었던 그가 합법적으로 부장 인준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불법적인 직책명으로 재임했던 것 입니다. 당시 전두환이 중앙정보부장 서리에 불법재임한 이유는 국내정보를 독점하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중정 예산을 장악하기 위해서였을 것 입니다.
이런 사소한 부정확성 하나하나가 조국의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가 전혀 intelligent 하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요인이겠지요. 자기 신상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기관이 어떻게 남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는 말입니까?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대표적인 정보-공작기관은 세 군데가 있는데,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가 바로 그 곳입니다.
국가정보원이 벌인 신출귀몰한 공작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묵고 있는 호텔방에서 빈집털이를 하다가 주인에게 들킨 사건입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세상에 이름을 드날린 사건은 윤석양이라는 이름의 소속부대 이등병이 약 천 여 명에 달하는 국내 민간인 사찰 명단이 담긴 디스크를 들고 탈영해서 폭로한 사건이겠구요.
대북특작임무를 주로 하는 국군정보사령부가 벌인 특명작전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중앙일보 기자 오홍근 씨의 허벅지를 식칼로 찌르고 달아나다 그 신출귀몰한 식칼요원들이 타고 간 자동차 번호판을 발견한 웬 파출소 순경에 의해 뒷덜미가 잡혔던 일이었지요.
엄청난 액수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을 대한민국의 첨단정보기관이 찾아오는 손님을 삼등시민 취급해서 <떠들지 말고 껌 씹지 말라>고 훈계하는 그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든가, 자기 기관 역대 수장들의 임기와 직책명 조차 버벅대는 <사소한> 부정확성, 이 두 가지만 보아도 그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짐작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어쨌든……
국가정보원 안보전시관을 방문하고자 했던 목적은 1961 년 <중앙정보부>라는 이름으로 창설된 이 기관이 1981 년부터 1998 년까지의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획하고 집행해 온 국내외 공작에 대해 스스로 어떤 해석을 공개적으로 내리고 있는지 그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마찬가지로,
평창에 가고자 하는 이유는, 아홉 살짜리 <반공소년>이 죽음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하고 외쳤다는데, <그것도 과연 그러했는지> 그 현장을 일단 가 보고 다시 곰곰 생각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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