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기 직전 잊지 말고 해야 할 일들 목록입니다. 1. 수도 메인 밸브 잠그기 2. 온수탱크 온도조절기 <vacation>으로 맞춰놓기 3. 가스보일러 (furnace) 온도조절기 섭씨 10 도로 내려놓기 4. 스토브와 세탁기 드라이어는 아예 전원코드 빼놓기 여행기간이 길어 차를 공항에 주차하기가 좀 그래요. Park’ N Fly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주차료가 100 불이 넘는군요. 그렇다면 차라리 택시를 타고 가는 게 낫겠어요. 택시비가 왕복 100 불 정도 나올 겁니다. 평일 아침이라 픽업해 줄 사람도 없어요.
항렬이 높은 sarnia 는 조카들이 많습니다. 에드먼튼에도 한 명 있어요. 약대 졸업반인데, 2 년 정도 데리고 있었던 아이라 요즘도 한 달에 한 번쯤 만나 함께 식사를 해요. 식사비는 번갈아 한 번씩 냅니다. 이모부와 조카가 식사비를 번갈아 내는 것이 좀 이상한 말 같지만 실은 그 아이의 엄마아빠 (제 처형과 동서)가 그렇게 하도록 시켰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는 자기가 밥을 살 차례라며 중국집 <원정각>에 같이 가서 짬뽕에 간짜장에 깐풍기까지 시켜 잘 때려 먹었는데, 밥 먹다 말고 갑자기 자기에게 한국 돈 오 만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솔깃했지요. 한국에 따로 은행계좌가 있기는 하지만 10 월 3 일까지 휴일이라 어차피 조금은 환전해야 했거든요, 마침 그 중국집에서 식사비가 43 불이 나왔길래 제가 먼저 제안을 했죠. 식사비 내가 날 테니까 그 5 만원 나한테 달라고요. 그 아이 아파트에 같이 갔습니다. 5 만원을 훌륭한 환율로 환전할 수 있게 된 것만 즐거워서 싱글벙글하며 14 층까지 열심히 따라 올라갔는데…… (뭐 어제 오늘 갑자기 환율이 폭등하는 바람에 더 이상 훌륭한 환율은 아니지만) 조카가 여기 저기 찾아보더니 하는 말이, <5 만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없는데요> 하는 겁니다. 덜렁 대지말고 어디다 두었는지 잘 생각을 더듬어보라고 했지요. 눈을 껌벅껌벅 하더니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난다고…… 밥값 먼저 냈는데 무슨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최면술사라도 고용해서 기억을 되찾아주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결국은 그 아이가 <저, 이모부 아까 식사비 43 불 있잖아요. 제가 지금 캐쉬가 없는데 체크(수표) 써 드리면 안될까요? >했는데, 조카한테 그 체크를 어떻게 받겠어요. 그냥 나오기는 했는데, 뭔가 개운치가 않고 무지하게 손해 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생각 끝에 결국 그 아이 페이스북에 오만원짜리 사진을 한 장 링크해서 올렸어요. <keep searching> 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러고 나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돈을 날린 것보다는 뭔가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좀 뿌듯하군요. 혹시 그 아이 페이스 북에서 제가 올려 놓은 오만원짜리 사진을 보시고 <왜 이런 걸 올렸지? > 하고 의아해 하신 분들이 있다면 궁금증이 풀리셨을 겁니다.
작년까지는 동남아시아 여행할 때 서울에서 하루나 이틀 휴식한 다음에 갔는데요. 이번에는 난생 처음으로 인천공항을 환승여객으로 통과하게 됐습니다. 인천공항 환승구역 편의시설은 전 세계 1700 여 개 국제공항 중 단연 top 일 정도로 예술이라고 하니까 기대가 되는군요. 그렇다고 예술적인 인천공항 환승시설을 이용해보기 위해 일부러 당일 환승 티켓을 구입한 건 아닙니다. 첨엔 한국에서 첫날밤을 지내려고 했어요. 다만 서울 숙소까지 갔다가 다시 오는 대신 인천공항 환승호텔에서 하루 숙박할까 생각했지요. 환승호텔에서 하루 숙박하면서 판문점 DMZ이나 실미도 같은 곳을 다녀오는 환승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할 계획이었습니다. 좀 색다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죠. 근데 이 호텔이 러브호텔처럼 시간제로 운영하더라고요. 6 시간 기준으로 5 만원에서9 만 원인가 그랬어요. 그럼 아예 대한항공 마일리지 20000 마일을 사용해서 인천 하얏트리젠시에서 쿨하게 1 박하자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막상 티켓팅을 하는 날 알아보니 인천도착 담날 출발하는 세부 행 티켓은 <대기>라는군요. sarnia 사전에 <대기>라는 말은 없답니다. 그래서 다 포기하고 인천 도착당일Cebu 까지 곧바로 가는 티켓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지요. 이런 사정으로 인천까지 날아와서 고국 땅도 못 밟고 그냥 지나가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혹시 비행기타고 날아가다 마주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델타와 합병한 노스웨스트를 타고 보스턴에 가던 중이었는데, 무심코 창 밖을 보다 아래쪽에서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한 대를 발견했어요. 처음엔 무슨 미사일이 날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빠르더란 이야기지요. <Southwest> 라는 빨간색 로고를 보고 민항기라는 것을 알았어요. 언젠가 항로간 안전거리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검색을 해 본 적이 있는데, 내용이 좀 복잡하더라고요. 제가 본 것처럼 다른 고도에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들의 항로간 안전거리를 수직분리 (vertical separation minima-VSM) 라고 하는데 이 경우 최소 안전거리는 약 300 미터 라고 합니다. 그밖에 같은 고도를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간 안전거리간격 (약 32 km)을 의미하는 종적분리 (longitudinal separation), 동일한 고도에서 양 옆으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리를 규정한 횡적분리 등등 복잡한 개념들이 많은데, 뭐 승객이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관제할 일은 없을 테니까 더 자세하게 알 필요는 없겠죠^^
알버타(Alberta)주 주정부 청사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제가 사는 동네 소개를 한 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살짝 섭섭하니까 조금만 소개할까요? 알버타 주는 캐나다 서쪽에 위치하고 있고요. Daylight Saving Time 적용기간인 3 월부터 11 월까지는 한국보다 15 시간 늦습니다. 한국에서는 예전에 Daylight Saving Time을 섬머타임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는 섬머타임이라는 말을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합니다. 섬머타임이란 6 월 21 일부터 9 월 21 일까지의 절기를 의미합니다. 여름엔 덥지만 끈적거리지는 않습니다. 겨울은 춥고 길지만 역시 dry cold 라 견딜 만 합니다. 알버타 주의 면적은 약 67 만 평방킬로미터 입니다. 한 변의 길이가 820 km쯤 되는 정사각형 지역 면적이라고 상상하시면 간단합니다. 실제로는 한 쪽이 찌그러진 소주팩 모양을 하고 있지만요. 인구는 2010 년 기준으로 372 만 명 입니다. 부산광역시 인구와 비슷하구요. 이 중 한국계와 한국인은 약 2 만 명입니다. 주 수도는 에드먼튼(Edmonton 인구 85 만 명)이고요. 가장 큰 도시는 캘거리(Calgary 인구 110 만 명) 입니다. 참고로 캘거리는 미국 텍사스 주의 휴스턴과 함께 북미 석유-에너지자본 본사들이 집결해 있는 에너지 전략도시입니다. 실제로 알버타 주의 캘거리와 텍사스 주의 휴스턴은 마치 쌍둥이자매처럼 닮은 점이 많은 도시입니다. 알버타 주가 강원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오늘 자료를 다시 읽어 보니까 저도 모르는 사이에 경상남도하고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군요. 심심한 동네인 반면 하늘이 크고 넓어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공기가 참 깨끗합니다. 제가요. 카메라 구입하고 두 시간 만에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된 줄 알았거든요. 근데요. 올 여름에 한국에서 오신 어느 진짜 사진작가가 그러시더라고요. <이곳은 공기 빛깔이 다른 것 같다>고요. 그래서 알게 되었어요. 여기서는 아무나 아무 카메라로 아무 시간에 아무데나 아무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찍어도 웬만한 사진은 다 건질 수 있다는 것을요. 사진찍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놀러 오세요. 후회 안 하실 거예요. 현재 보수당이 다수당으로서 의회와 주정부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곧 주의회 선거가 있을 예정입니다. 거의 확정된 거나 다름없는 차기 州 수상은 게리 마(馬) 라는 중국계 보수당 소속 정치인입니다. 캘거리에서 출생한 중국이민 3 세 입니다. 저는 이 사람이 수상이 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반대하는 이유는 마(馬) 씨가 의료시스템을 공공부문과 사유화 부문으로 이원화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알버타 주뿐 아니라 캐나다 전국의 의료시스템은 public system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무상의료-무상교육은 소득과 계층차이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당위적 기본권이라는 사회적 동의가 이런 시스템 유지를 가능하게 해 왔습니다. 당위적 기본권에 바탕을 둔 복지제도는 수혜가 아니라 권리이니까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공동체가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의무라는 말이지요. 물론 이런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액수의 세금납부를 감수하는 부자들의 양보와 사회일반의 기부문화, 자원봉사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요. 이 세상에 입만 나불댄다고 공짜로 얻어지는 복지-평등 사회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암튼 게리 마씨가 매우 보수적인 인물이기는 하지만 기본소양이 부족하거나 비합리적인 인물은 아닙니다. 적어도 <이건희 씨 손자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발언한 대한민국의 어느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처럼 현대적인 복지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하지만 마 씨의 의료시스템 이원화 주장은 지금까지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되어 온 알버타 주 의료시스템을 계층별 차등화 구조로 후퇴시킬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그가 수상 후보로는 여전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제가 평소에는 말 수가 적은 편인데, 오늘은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모르겠네요. 더구나 오늘은 간략하게 떠난다는 신고만 하러 나온 것인데요. 처음으로 알버타 주 소개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어요. 미안합니다.
제가 집떠나 고생하는 동안 열심히 공부하시고 땀흘려 일하시면서 행복한 시간들 보내시길...... ^^ 작년처럼, 그리고 언제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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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thday & have a wonderful trip, my love s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