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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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세부에서 아주 반가운 분들을 만났습니다. 000 회원이신데요. 지난 봄부터 소식이 끊겨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던 그 분 입니다. 현재 필리핀에서 체류하시며 사업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옆에 있는 어린(?) 처자는 이 분의 조카인데 예비 승무원입니다. 앞으로 국적기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시기 바래요. 사진 올리는 건 허락 받았지만 닉을 함께 올리는 건 제가 미처 묻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익명으로 올립니다. 누구신지 추측해 보세요^^
그럼 이 분들은 또 누구일까요?
저는 이 분이 태사랑 회원이시라는 걸 알고, 더구나 제 닉까지 알고 있다는 걸 알고 무척 놀랐습니다. 요즘처럼 할 일은 없고 세상만 좁은 시대에 살아가려면 조심해야겠어요^^
제 형수님입니다. 옆에 있는 처자는 당연히 제 조카인데, 바로 얼마 전에 인도에 가서 3 개월 간 돌아다니다 온 바로 그 조카입니다. 토론토 학교 1 년 휴학하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데 태국 배낭여행 준비 중입니다. 카오싼-동대문도 알고 있는 것 같던데 태국에서 만나면 역시 반갑게 인사하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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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제가 싸움닭은 아닌데 1 년에 한 번씩 누군가와 말다툼을 하는군요. 작년에는 서울역 안내센터에서 한 줄 서기를 안하고 새치기를 한 어느 60 대 아저씨와 <옐링매치>를 벌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어떤 중국 아줌니와 영토분쟁을 벌였습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첨에 앉았던 제 좌석 옆에 호주에서 캐나다로 배낭여행을 가는 커플이 있었어요. 브리즈번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 다시 밴쿠버 행 071 편으로 환승해서 가는 커플이었습니다. 이미 브리즈번에서부터 열 시간 이상 비행을 한 터에 인천에서부터 밴쿠버까지 다시 열 시간을 가야 하는 그 불쌍한 커플을 배려해서 탑승마감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내가 자리를 옮겨주었지요.
자리를 옮기는 경우 해당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승무원에게 알려주는 것이 예의라 당연히 알렸고 담당 승무원은 웃으며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새로 옮긴 좌석은 세 좌석이 배열된 중간열이었는데, 어떤 중국 아줌니가 한 편에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한 편에 앉은 뒤에도 가운데 좌석은 여전히 비어있었지요.
근데 내가 그리로 자리를 옮겨 앉자마자 그 아줌니 표정과 태도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입술을 삐쭉삐쭉하더니 갑자기 바닥에 있던 자기 가방을 들어 그 가운데 빈 자리 위에 탁하고 놓는 겁니다.
짐작하건대, 세 자리에 가로 누워 자고 갈 생각에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가 웬 불청객이 갑자기 나타나서 자리를 점령하니까 화가 나신 것 같았습니다.
근데, 그 아줌니가 좌석 위에 가방을 내던지는 모습을 어디선가 본 승무원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득달같이 다가와서는 영어로 <손님, 가방 오버헤드빈에 넣어 드리겠습니다> 하고 냉큼 집어 올리더군요.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아시겠지만 이착륙 중에는 가방 같은 것은 앞 좌석 밑에 놓거나 오버헤드빈에 집어 넣어야 합니다.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결사적으로 참고,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자마자 이번에는 제가 제 숄더백을 꺼내 옆 자리에 놓았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제 쪽으로 치우쳐서요. 그랬더니 이 아줌니가 글쎄, 아주 싫은 표정으로 <No~~ > 하면서 제 가방을 제 쪽으로 밀치는 겁니다. 이건 저도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지요.
<No~~ > 라니. 이번에는 저도 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어디가 좀 모자란 사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는데, 그 분이 남의 가방에 허락도 없이 함부로 손을 대는 무례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 입니다.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했어요.
<이 좌석 (가운데 좌석)은 당신 자리도 아니고 내 자리도 아니에요. 다만 빈자리이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사용할 수는 있어요. 사이 좋게 함께 사용할까요? 아니면 정가운데에 금을 그어 서로 넘어가지 않기로 할까요?
그 이후로 저와 그 중국 아줌니는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우연인지 식사도 두 번 다 서로 다른 것을 시켜 먹게 되었고요.
초장에 그런 일이 있고 나서도 그 비행기 안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비행기가 하도 흔들거리는 바람에 식사할 때는 와인 잔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밥을 먹어야 했고, 화장실은 뭐가 고장이 났는지 한 사람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승무원이 들어가서 다시 정비하고 청소하고 하는 바람에 항상 줄을 길게 서 있었고요.
잦은 터뷸런스 때문이어서 그랬는지 제 옆 줄과 앞 줄에 있던 어린이 두 명이 멀미로 토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좌석 위에다 쏟았는지 승무원이 페이퍼타올과 쇼핑백을 들고 와서 뒷처리를 하기도 했지요. 그 아이 엄마는 영화 <체포왕>을 보느라고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아마 영화에 몰입을 하다 보니까 아이가 멀미한다는 것을 미처 눈치 못 챘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기내면세품을 파느라고 승무원들이 가트를 밀고 들어와 가뜩이나 어수선한 기내가 더 혼잡해 졌습니다.
그 때 얼핏 남자 승무원 한 명이 뛰다시피 객실 뒤편으로 가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잠시 후에 다급한 목소리의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지금 우리 비행기에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의사선생님 계시면 즉시 저희 승무원에게 알려 주시거나 승무원 호출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비행기는 흔들리고, 아이들은 울어대고, 면세품을 가득 실은 카트는 복도를 막고 있고, 그 뒤로 화장실에 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이런 방송까지 나오면서 술렁술렁대니까 비행기가 마치 돗떼기 시장 같았습니다.
인천에서는 예정시간보다 5 분 일찍 출발한 비행기가 잦은 난기류에 걸려 빌빌거리며 가더니 결국 밴쿠버 공항에는 예정시간보다 15 분 늦게 도착했는데, 제 경험상 대한항공이 연착한 적은 이번이 처음 같았습니다.
이상은 2011 년 10 월 14 일 18 시 50 분 인천 출발 밴쿠버 행 KE 071 편에서 일어난 이야기였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무사히 집에 돌아왔습니다.
대한민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KAL 라운지에서 버섯크림 스프와 파인애플 업사이드다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