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외삼촌이 자기가 발견한 맛집이라며 소개해 준 곳이다. sarnia 는 술을 별로 안 마시므로 북어국도 먹어 볼 기회가 적었다. 첫 날 아침, 택시를 타고 시청옆 무교동으로 향했다. 식당 안은 평일이라 그런지 아침식사를 하는 직장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번쯤 가 볼만한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 가게 됐다. 두 번 째 갔을 때는 일요일 아침이었는데 문 밖으로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일본에서 온 여행자들이었다. 20 분쯤 줄을 서 있다가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근처에서 빈둥거리다가 점심때는 충무로 근처에 있는 하동관에 갔는데, 세상에 바로 앞에 원당감자탕집이 있다. 점심을 두 번으로 나누어 먹을 수도 없고 항상 하던 대로 <어디로 들어갈까 알아 맞춰 보십시오>하다가 <오> 자 하나 더 붙이고 <원당>으로 들어갔다. 탁월한 선택이었어.
추억의 오므라이스와 돈까스 (돈까스를 모르신다면 그냥 포크 커틀릿을 생각하시면 되겠다) 현대백화점 지하에 가면 푸드코트가 있다. 특별한 맛집들은 아니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다. 이 곳은 잘 모르고 가면 졸지에 촌놈내지는 간첩이 되기 십상이므로 약간의 <소양교육>이 필요하다. 음식은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것이 아니고 <MENU>라고 쓰여진 간판이 달린 곳에서 주문한다. 그러면 카운터 직원이 영수증과 함께 좌석번호와 음식번호가 적힌 종이쪼가리를 줄 것이다. 우선 자기 좌석을 찾아가서 앉자. 한 쪽 벽에는 증권거래소처럼 전광판이 하나 달려있는데, 네 자리로 된 자기 음식번호를 기억하고 있다가 그 번호가 전광판에 뜨면 해당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받아온다. 다른 식당들엔 다 있는 다방커피 무료자판기가 여기는 없다 -_-
소양교육 하나 더. 공항 라운지도 그렇고 시내 식당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가서 뭔가를 주문하면 이런 걸 줄 때가 있다. 아이스하키 할 때 쓰는 puck 하고 무게와 모양이 비슷하다. 직원이 이걸 주면 잠자코 받은 후 자리에 앉아 있으면 된다. <이거 안 사요> 라든가 <이거 뭐죠? > 라고 묻는 일이 없도록 하자.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믿고 기다리면 저게 뭔지 저절로 알게 된다. 때가 되면 저게 혼자 진동을 하고 빽빽 소리가 나는데 이때 놀라지 말고 저 puck을 들고 카운터에 가면 주문한 것을 줄 것이다.
홍대앞은 참 신기한 곳이다. 새벽 여섯 시인데 한 낮인 것처럼 거리가 붐빈다. 이 곳은 가끔 아침식사를 하러 들른 곳이다. 묵은 김치 말고 새로 담근 김치(뭐라고 부르는지 잊었음)가 아주 맛있는 집이다. 파를 담은 통은 달라고 해야 준다. 그래서 첫 날은 파 없이 먹는 설렁탕인 줄 알고 파 없이 먹었다. 설렁탕은 원래 검찰청이나 경찰서에서 조서 꾸미고 난 뒤 시켜먹어야 제 맛이라고 한다.
갈치조림이다. 보기에는 엉성해 보여도 엄청 맛있다. 선택 성공이란 이야기다. 갈치조림으로 유명한 식당들은 남대문 시장에 모여있다. 점심시간에 가면 빈자리 찾기가 힘들다. 2 인분이 기본이므로 혼자 가면 받지 않는데, 우와!! 주인아줌니가 나는 들어오란다 ^^
인사동에서 픙문여고쪽으로 길을 건너자. 정독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삼청동 총리공관과 감사원을 거쳐 가회동 북촌마을에 이르기까지가 몽땅 카페와 식당 거리다. 과거에는 보안구역이라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던 이 길이 지금은 멋진 산책로로 변해 있다. 근데 이 길은 혼자 걷기엔 좀 멀다. 길동무 하나를 만들어 같이 가면 좋을 듯…… 삼청동 수제비는 너무 줄이 길어 안 들어갔다. 대신 근처 카페에서 핕빙수 큰 거 하나 사서 길동무와 나누어 먹었다.
며칠 지내다 보면 가끔 한국음식에 질릴 때가 있다. 그럼 돈까스 집에도 한 번 들러보자.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분이라면 커틀릿 요리는 아무래도 한국식이 입맛에 맞을지 모른다.
몇 년 전 까지는 종로 3 가 뒷골목에 생선구이 백반집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동대문 시장 쪽으로 옮겨갔다. 이곳은 아직 남아있는 종로3가 생선구이집이다. 안동에서 먹은 유명한 자반구이보다 이 집이 나은 듯 했다. 우선 안동 유명한 집에서는 자반이 반토막이었는데 이 집에서는 한 마리가 온전히 나온다.
종로 3 가 피맛골 근처에 예산집이란 간판을 단 허름한 지하식당이 있다. 돌솥비빔밥(이라기보다는 볶음밥)과 돼지두루치기 도토리묵 등등해서 5000 원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5000 원짜리 메뉴 찾기 어렵다.
강남역 6 번 출구와 7 번 출구에는 <소렌토>라는 파스타 집이 있다. 사실 한국에 와서 무슨 파스타를…… 뭐 이런 생각도 있지만 한 번쯤은 들를만하다. 대신 점심때 가자. 저녁때 가면 당신 생애에서 제일 비싼 파스타를 맛 볼 수도 있다. 이상은 대체로 1 만원 내 (소렌토 제외)에서 해결 가능한 식당들이다. 비싼 레스토랑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코스 요리도 아닌 버페를 10 만 원 받는 곳이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음식을 맛으로가 아닌 멋으로 먹는 수요가 많아서 생긴 거품 가격인데 당신이 쓸데없이 그 거품비용을 지불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순대국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동교동 숙소 앞에 있는 <용마루>라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한 번 이용한 다음부터 가끔 들른다.
북미와 대한민국은 커피 문화가 많이 다른 것 같다. 블랙으로만 마시는지 맥카페나 스타벅스가 아니라면 크림과 설탕을 구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비싸다. 3000 원이 기본이다. 맥카페나 던킨도우넛 같은 월드브랜드는 그래도 우리 동네와 값이 비슷하다. (1500 원) 아, 맥카페 이야기 나와서 생각났는데, <롯데리아>라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가서 <불고기버거> 드셔보기 바란다. 정말 죽인다. 이거 우리 동네에 가져와서 팔아도 인기폭발할 것 같다. 사실 이 햄버거 일부러 먹으려 해서 먹은 거 아니다. 어느 날 아침 아침식사 할 곳을 찾는데, 이상하게 근처에 식당 문 연 곳이 없었다. 눈에 띄는 <롯데리아>에 들어갔다. 아침식사 메뉴 뭐 있어요? 하고 묻자 종업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깐 바라보더니 <햄버거 있습니다, 고객님> 한다. 젠장, 누가 그걸 몰라서 묻나? 아침부터 무슨 햄버거 하고 그냥 나오려다가 귀찮아서 그냥 시킨 게 <불고기버거>였다. 정말 대박이었어…… 참, 내가 전에 왔을 때 못 본 건지 아니면, 새로 생긴 건지 확실치 않은데 <PARIS BAGUETTE>라는 이름의 웬 빵집이 동네방네마다 하나씩 생겼다. 숙소 앞에도 하나 생겼는데, 단팥빵과 슈크림 여기서 매일 두 개씩 사 먹었다.
오늘은 무궁화호 타는 날. 부산에서 안동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다. KR Pass 본전뽑겠다고 KTX 만 타고 다니면 안된다. 그런 것에 초연해져야 여행의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여행기였어요 : )
sarnia (c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