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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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이었어요. 광화문에서 <북미 인디언>을 만난 건.
세종문화회관에서 더큐멘터리 사진작가 에드워드 커티스의 <위대한 유산展>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진전을 보러 간 게 아니라 세종문화회관 전문식당가에 누군가를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어느 카탈로그엔가 캐서린 스티븐스 (한국이름 심은경) 주한미국대사가 오프닝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있더군요. 알아보니 이 사진전을 주한미국대사관에서 후원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제가 <북미 인디언>이라고 했나요?
ㅎㅎ 제가 실수했어요. Native American (원주민 출신 미국인) 또는 Native Canadian (원주민 출신 캐나다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American Narive 라는 말도 있지만 어감상의 의미가 좀 다른 말 같습니다.
개인이 아닌 종족일반을 지칭하는 공식명칭은 First Nation 입니다. 북미 땅에 가장 먼저 정착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이지요.
인디언은 인도에 사는 사람들이 인디언이고요.
이곳에 놀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일본 사람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중국말이 많이 들리는군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인물은 아무래도 세종대왕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불행한 산전수전을 많이 겪은 분이지요. 아버지에 의해 삼촌들이 죽임을 당하는 걸 다 목격했고요. 사랑하는 부인의 아버지 (장인) 역시 자기 아버지에 의해 죽는 비극을 경험합니다. 후에 문종이 되는 장남의 두번째 부인 (며느리)는 궁녀들과 동성애 관계를 가져 오다가 폐출되고야 말았지요. 이 비운의 며느리는 그 아버지에게 살해 당합니다. 일종의 <명예살인>이었을까요?
자기 살아 생전에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손자는 둘째 아들 (삼촌)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골육상쟁이 벌어졌고요. 한 마디로 집안에서 피비린내가 가실 날이 없었지요.
제가 세종대왕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훈민정음이라든가 저 사진들에 보이는 해시계 측우기 뭐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닙니다, 저런 콩가루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풍상을 다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이 보통사람들에 근접한 착한 심성을 내내 유지했다는 점 때문일 것 입니다.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데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이나 대통령들은 보통사람의 윤리기준으로 보면 대체로 나쁜넘들이라고 합니다. 두뇌는 우수할 지 모르지만 심성은 형편없는 자들이라는 거지요. 때문에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도 <보통 사람>처럼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몇 분 은 존경해 드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광화문에 서 있는 동상들도 그렇고 지폐에 등장하는 모델들도 그렇고 <조선>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지폐 모델은 전부 조선 사람 뿐 이군요.
세종대왕은 가장 중요한 세종로 동상과 역시 가장 대표적인 지폐인 만원 권에 함께 등장합니다.
지폐에 등장하는 여성모델은 두 분도 아니고 딱 한 분 계십니다. 근데 제가 무식해서 그런지 이 분에 대해 떠 오르는 이미지라고는 <현모양처> 이외에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지폐 모델로 선발되신 게 좀 의외네요.
암튼 오 천 원 권 모델인 아드님과 함께 모자가 나란히 등극했으니 그 집안은 지폐모델 명가가 된 셈입니다. 오천원 오만원 그리고 강릉 사가 이름이 오죽헌이니 <오> 자 돌림으로 외우기도 좋아요 ^^
아, 참......
정식 지폐는 아니지만 이번에 한국은행에서 <도깨비 복권지폐>를 발행했다고 하지요.
그나마 이 지폐 모델로 선정된 인물이 유일하게 조선 사람이 아닙니다. 1931 년 태어나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현대인물>이니까요.
근데, 이 분도 존경받는 분인가요?
이 사진은 퍼 옴
만 원 권 그림 안에 이렇게 생긴 도안이 숨겨진 이 지폐를 발견하는 즉시 한국은행에 가지고 가면 평생 놀고 먹을 만큼 돈을 준다고 하니까 잘 찾아 보세요.
광화문에 있는 이 책방. 세계에서 가장 큰 책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진짜 캐나다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에 달린 부제가 재미있군요. <캐나다 사람들은 본질을 추구하니까 행복할 수 밖에 없다……>
글쎄요. 동의 여부를 떠나 무슨 말인지 저는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사람은 대개 무엇엔가에 살짝 미쳐 있을 때 행복한 거 아닐까요? 수도승도 아니고 매번 본질만 추구하면 머리만 아플 것 같은데요.
옆에 다방커피 자판기가 있습니다. 400 원 이예요.
약간 서늘한 늦은 오후, sarnia 님은 그거 한 잔 뽑아들고 계단이 앉아 오키스트라 연주를 듣고 있었어요. 아주 한참 동안, 어두워 질 때까지.
충성! 잠시 불심검문이 있겠습니다.
서글펐던 건...... 제게 아주 나쁜 버릇이 하나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길거리에서 이런 동상을 발견하면, 혹시 친일파가 아닐까 이름을 수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한 거지요. 서글프기도 했지만, 한편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시집을 읽는 아저씨. <불심검문>에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미안하고요.
그럼 이제부터......믿고 사는 따뜻한 대힌민국을 만들어......볼까요 : )
sarnia
대한민국 여행 이야기 였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