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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침교와 경희궁의 아침 |
작성자 philby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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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번호 4730 |
작성일 2011-11-05 21:47 |
조회수 2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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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없어지며 표지석을 세웠다 한다. 그러나 표지석도 없어지고 교회에서 세운 이런 안내판이 남아있다.
음악출처: youtube
나는 서울, 특히 사직공원에서부터 혜화동 로터리까지는 빠삭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서울 나들이는 내 근거 없는 서울 거리에 대한 자신감이 얼마나 근거 없고 어리석은 자신감인지를 잘 일깨워줬다. 다음에 서울 갈 기회가 생긴다면 업 그레이드 된 지도 지참은 필수다.
내 기억으로 광화문 어딘가에 종침교가 있어야 했는데 나는 결국 종침교를 찾지 못했다. 종교교회 근처에 있었지, 그러나 종교교회 찾는 것도 쉽지 않아 기껏 찾아 간 곳이 천주교회 세종로 본당. 결국 근처 부동산에 들어가 물어봐서 종교교회를 찾아갔다. 종교교회는 내 기억 속에 있던 그 종교교회가 아니었다. 안내판을 보니 2000년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내 건물 내가 때려부수고 새로 세우는 거는 뭐라 할 수 없지만 종침교는 흔적도 없었다.
20대 시절 어느 날, 친구들과 술 마시고 오다 종침교라고 쓴 돌 위에 엉덩이 걸치고 담배 피우다 꽁초를 개울에 버리던 생각이 나건만 다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종침교는 종교다리라고도 불렀다.
“이상하다, 다리는 없어졌을지언정 부근에 표지석이라도 있을 텐데.” 그 의문은 종교교회에서 세운 안내문에 나타나 있었다. 종교교회라는 이름은 다리에서 비롯되었다. 琮橋敎會. 그런데 2000년에 구 건물 때려부수고 새로 지으면서 교회이름도 宗橋라고 바꾸었다.
“내 교회 이름 내가 바꾸던 말던 너희가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 할말 없고 “내 땅에 있던 표지석 없애건 말건 그것도 내 권리다.”라고 말하면 할말 없다. 그러나 내 권리 때문에 역사적 유물이 하나 없어졌다.
허종(許琮)은 갑사출신으로 입신해 영의정을 지낸 인물이다. 武보다 文을 높이 쳐주던 조선시대에 중인계급인 무사로 시작해 영의정을 지냈으니 입지전적 인물이다. 허종이 대신을 지내던 성종 때 일이다.
어전회의에 참석 하라는 전갈을 받았다. 그날 아젠다는 윤비 폐출문제였다. 형제(허종, 허침)가 같이 대궐인 경복궁을 향하는데 누나를 만났다. 누나는 동생들에게 회의에 참석하지 말 것을 넌지시 일렀다.
전장터를 누비며 여진족을 소탕하던 백전노장 허종은 개울을 건너며 보는 사람이 전혀 의심하지 않도록 아주 자연스럽게 낙마를 했다. 형제는 부상을 핑계로 어전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연산군 때 갑자사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갑자사화 때 어전회의 참석자는 모두 도륙을 당했고 한명회 같은 사람은 부관참시 당했다.
살아남은 허종 허침 형제의 이름에서 종침교라는 다리 이름이 생겼는데 종침교를 찾아 좌우충돌 하다 경희궁의 아침이라는 주상복합 괴물이 눈에 띄었다. “여기가 바로 신정아가 살았다는 문제의 장소였군” 꿩 대신 닭이라고, 사실 닭은커녕 병아리도 안되지만 궁금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봤다. 곳곳에 금줄을 둘러놓고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걸어 놓았다. 조선시대 정자인지 조선시대 정자를 흉내 내서 만들어 놓은 건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런 정자가 고층건물 틈에 포위된 채 서 있었다. 그곳도 외부인 출입금지.
우리만 올라가 보고 즐길 테니 다른 인간들은 범접도 하지 말라는, 우선 나부터 배불리 먹고 보자는 천민자본주의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경희궁의 아침이라는 이 주상복합 괴물이 언제 세워졌는지는 몰라도 추측해 보건대 쥐씨가 서울시장 할 때가 아니었을까?
역사, 전통, 유적, 문화라는 건 개념 속에도 없고 오로지 부동산 개발 차익만 생각하는 똥파리 십장 머리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 일 것 이다. 그 건물에 살던 신정아가 쥐씨가 밀어주던 정운찬을 한방에 날려버렸으니 그것도 악연은 악연이다.
쥐씨의 머리 속에서는 퇴임 후 신분보장이 떠나지 않고 있다. 수갑차고 유치장 갈게 뻔하니 누가 후임자가 되던 신분보장 해줄 인물이 필요하다. 대세론의 박근혜, 그 대세론도 10.26을 기점으로 물이 빠지기 시작해 본인 조차 ‘대세론은 없다’라고 한 발 빼고 있지만 박근혜를 완전히 믿지 못하니 정운찬, 정몽준 등 띄워 보는 것인데 신정아는 후보 중 한명인 정운찬을 책 한 권으로 날려 보냈다.
종교교회 안내판과 경희궁의 아침에서 천민자본주의의 본 모습을 보았다. 나부터 잘살고 나부터 잘되자. 남이야 굶던 말던 일단 내 배가 불러야 된다. 내 곶간부터 가득 채워놓고 남는 게 있으면 부스러기나 나눠주지 라는 천민 자본주의.
한국이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인데도 여전히 “파이부터 키우자”라고 목청을 높이는데 경제규모 세계 1위가 되어도 여전히 파이부터 키우자라고 할 것이다. 키워서 힘있는 자들이 다 차지하고 약자들은 부스러기나 주워 먹으라는 거지.
좌빨들이라고 해서 파이 키우지 말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좌빨들도 파이 키우는 데는 누구보다 열심이다. 그러나 파이를 키우는데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파이를 1% 힘 있는 자들이 다 먹고 99%는 부스러기나 나눠 먹는다면 사회정의상, 사람의 인두겁을 쓰고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좌빨들은 복지를 힘 있는 자들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보편적 권리라고 하는 것이다.
종침교와 경희궁의 아침에서 “이러다 남미처럼 되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의구심은 인왕산 밑 필운동 골목을 거닐면서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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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by 님이 \"복지는 (국민들의) 보편적인 권리\"라는 주장은 너무나 옳은 말씀입니다. 보편적 복지가 잘 시행되고 있는 캐나다에 살아가는 우리는 캐나다 사회에 감사한 마음이 있어야 될것입니다.
은퇴자들이 이곳에서 받는 복지 혜택은 Old Age Security (OAS) 매월 $537.97 (inflation 에 따라 해마다 재 조정) 이고 CPP (Canada Pension Plan - 매월 급료에서 35년간 불입히는 금액에 대한 은퇴연금)는 고용된 해수에 따라 다르지만 35년간 불입하였으면 최고 매월 $960을 수령 합니다. 이 외에 기타 수입이 없는 seniors에게는 GIS (Guaranteed Income Supplement)가 있고 알버타 정부에서 지급히는 Seniors Benefit도 있습니다. 캐나다는 바로 복지 천국입니다. 심장 수술을 하여도 병원비 한푼 안내는 복지천국입니다.
한국에서는 상속세가 있어서 부의 대물림에 제동 장치가 있지만 캐나다에는 상속세가 없습니다. 파이를 계속 키우는 정부 시책은 매우 중요하며 부의 편중을 막는데에는 세금 제도를 잘 운용하면 1%가 부를 독식하는 현상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캐나다 처름 누진세를 적용하여 5%의 고소득자들에게 소득의 50% 정도를 세금으로 걷우어 들이고 기업에서도 수익의 30% 정도를 세금으로 받아들이면 복지를 위한 재원이 마련 되겟지요.
정치인들은 걷우어 들인 총 Revenue에 대한 Spending priority를 잘 정해야 될 것입니다. 복지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Revenue가 뒷받침 되지 않은 빚을 내여서 시행하는 복지정책은 절대 반대 합니다. 그것은 한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파이를 계속 크게 만들어야 복지도 따라서 더 크지지 않을 까요!!! 파이를 크게 만드는 정책이 좋은 정당이 바로 보수당 이기에 평생 보수당을 지지하여 왔습니다. NDP, 민노당의 파이를 크게 만드는 좋은 정책은 보지를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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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by
| 2011-11-06 21:30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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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이나 NDP는 집권해본 적이 없는데 집권을 해야 정책을 내놓지요. 자유당이 집권했을 때 경제통계를 본적은 없지만 살아온 경험으로 볼 때 자유당 정권 하에서 복지 때문에 경제가 파탄 났더던가 경제가 후퇴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복지정책 쓰면서도 경제는 경제대로 성장을 한겁니다.
지난 노무현 정권때에도 전여옥 같은 여자는 \'좌파정권이 경제파탄 냈다\'하면서도 증권투자로 짭짤한 재미를 봤지요. 좌파정권 하에서도 경제성장은 계속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IMF를 조기졸업하기도 했고, 그런데 IMF 조기졸업은 개인적으로 반대 합니다. 한국인들의 빨리 빨리 근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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