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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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교포님들을 독자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작성했습니다. 대한민국 거주자님들에게는 새삼스런 내용일 수 있습니다.
어느 포털 사이트 시작화면을 열자마자 항상 뜨는 광고 아이콘 때문에 좀 성가셨던 적이 있다. 광고카피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대충 이런 거였다.
<스마트폰이 없는 윤아도...... 블라블라블라~~>
허구헌날 모니터 귀퉁이에 떠서 기사를 가리는 그 광고 아이콘을 매번 지우면서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윤아가 누구지? 영화배운가?
sarnia는 그때까지 <윤아>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광고에 뜨는 얼굴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수 십 번을 그냥 넘어가다가 결국 검색을 해 봤다. 그 날 sarnia는 윤아가 대한민국 girl group 소녀시대의 구성원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소녀시대 구성원이 여러 명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아홉 명이라는 것은 그 날 첨 알았다. 내가 언젠가 그들의 뮤직비디오 <Gee>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따라서 윤아도 전에 틀림없이 본 적이 있을 텐데, sarnia 의 눈에는 아홉 명 모두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가는 바람에 첨 본 사람처럼 느꼈던 것 뿐이다.
한국 여행 이야기로 돌아가서......
sarnia 에게는 잠 자는 곳에 대한 원칙이 하나 있다. 가족이 있는 친구 집에서는 밤을 새지 않는다는 거다. 그 가족을 배려해서라기보단 우선 내가 relax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혼자 사는 친구 집이라면 상관없다.
올해 한국 여행 중에는 두 번이나 이런 독신 친구 집에서 잤다. 예전엔 가족이 있었던 친구들이다. 혼자 쫓겨난 건지 아니면 거꾸로 가족들을 모두 쫓아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쨌든 드넓은 아파트에서 혼자들 살고 있었다.
서울에서야 내 숙소가 있으니 상관없지만 지방 여행을 하다가 숙박을 하는 경우에는 호텔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형이 한화콘도 회원권을 내 주었지만 넓은 콘도에서 비싼 관리비 따로 내가며 혼자 청승을 떠는 것 보다는 깔끔하고 아담한 호텔에 투숙하는 게 편했다. 그렇다고 아무 호텔이나 무작정 들어가면 안된다. 대한민국에는 잠을 자러 가는 호텔과 쉬러 가는 호텔이 따로 구분돼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부산 여행 중 이용했던 토요코 체인호텔이다. 사진에 나온 이 호텔은 부산역 지점인데 해운대 지점이 있다는 말을 듣었다. 그리로 예약을 변경하고 옮겨갔다. 말이 예약이지 워크인이나 다름없었는데 요금이 정찰제라 워크인이라고 더 비싼 건 아니었다.
싱글은 60000 원이고 더블은 77000 원 인가 그랬다. 한국에서 <싱글>은 진짜 <싱글 사이즈>다. 학교 도미토리 같은……
싱글침대에 누워있으면 답답하기도 하지만 자다가 굴러 떨어질 염려가 있다. 무엇보다 베개가 두 개 있어야 한다. TV볼 때는 두 개 다 베야 하고 잘 때는 하나는 머리에 베고 하나는 발을 올리고 자야 하니까……
그래서 더블을 선택했다.
토요코 호텔은 아침식사 메뉴가 좀 희한했다. 쌀밥 미소시루 김치 단무지 식빵 소시지 커피 차 주스 오믈렛...... 메뉴는 희한해도 깔끔하고 입맛에 맞았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부산은 왜 나를 자꾸 유혹하는 것일까? 이상하게 이 도시가 내 맘을 잡아 당긴다. 생각해 보니 한국에 갈 때마다 부산에 갔다.
고등학교 다닐 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여자아이와 만난 적이 있었다.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 왔다고 했다. 딱 한 번 그 아이와 부산에서 서울까지 기차여행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새마을호로 ㅎㅎ
세월이 오래 지났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별 것이 아니어도 말이다. 예를 들어 그 때 기차요금 같은 것……
새마을호 보통실 (그때는 일반실을 그렇게 불렀다) 요금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4190 원이었다. 맞는지 틀리는지 어디서 조회해 보아야 하나? 검색하면 나올까? 그 기차는 부산역에서 오후 다섯 시에 출발했는데 서울역에 밤 아홉 시 오십 분에 도착했다.
한 번쯤은 호텔 대신 <찜질방>에서 밤을 지내보는 것도 괜찮다. 찜질방이란 여러 가지 형태의 사우나와 마사지 휴게실 레스토랑 수면실을 한 공간에 갖추고 있는 종합휴식공간을 말한다.
하룻밤 숙박료가 얼마냐고?
단돈 10 불이다. 유니폼 비슷한 걸 공짜로 빌려주는데 안에서는 그걸 입고 돌아다니면 된다. 대한민국이 아니라면 이런 특이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public bath 경험이 없는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라면 사전 <소양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식 public bath 문화를 황당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선호도는 다 다르겠지만, sarnia 가 다녀 본 찜질방 중에서 가장 좋은 종합평점을 주고 싶은 곳은 용산역 바로 옆에 있는 <드래곤힐 스파>라는 곳이다.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근데, 그 사람 시애틀에서 나고 자란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마을> 보단 동네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도서관 이야기 나오니까 생각난다. sarnia가 캐나다에 첨 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역시 <동네마다 있었던 작은 도서관>이었다. 지금도 sarnia는 학구적이 아니지만 그때는 더 아니었는데, 하도 심심하고 할 일이 없어서 결국 도서관엘 다니게 됐다.
그 때가 21 년 전이었는데, 중부 대평원 한 가운데 있는 <리자이나>라는 소도시의 그 작은 동네도서관 다문화 공간에 한국 서적들은 물론이고 <한국일보>까지 비치되어 있는 걸 보고 많이 놀랐었다. 그 한국일보는 한국에서 온 건 아니고 토론토에서 발행되던 신문이었다. 당시 그 도시 인구가 17 만 명이었고 그 소도시에 살고 있는 한국 교포가 100 명이 채 안 됐을 때 이야기다.
sarnia 님이 빌 게이츠 님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다시 말해 후시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대한민국 우리 동네에는 작은 도서관이 없었던 것 같다. 있었다고 해도 가지 않았을 테지만 암튼 그렇다.
대신 유료 도서관은 두 군데나 있었다.
이 유료도서관이야말로 오늘날의 내가 있게 한 그 장소였는지도 모른다.
뭐, 이제 <서울수복>도 됐고 하니 서울 동네마다 도서관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근데, 만일 서울에 동네 도서관이 많이 생기면 동네 PC방이 위협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방법이 있다. 동네 도서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인터넷은 한 시간으로 제한하고, 대신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카탈로그 검색 전용 라인을 따로 설치하면 될 것이다.
KR Pass를 구입해서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교포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이 한 가지 있다. 그 패스의 본전을 뽑겠다고 KTX 만을 타려고 들면 여행을 망치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KTX 는 서울(또는 용산)에서 대전 동대구 부산 광주 목포 순천 등 장거리 포스트로 이동할 때만 이용하고 단거리 구간에서는 무궁화호를 이용해 가고 싶은 곳에 여유있게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KR Pass 를 가지고 있다면 무궁화호는 특실도 무료다. 따라서 입석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특실로 피난할 수도 있다.
기차여행다운 기차여행을 풍부하게 하려면 무궁화호 타는 법을 통달해야 한다.
청량리에서 출발해 원주 영월 태백 도계 동해 정동진을 거쳐 강릉까지 가는 기차도 무궁화호고, 부전에서 출발해서 삼랑진을 돌아 창원 진주 순천 광주로 가는 느림보 경전선 열차도 무궁화호다.
특히 태백선타고 가는 도중에는 들를 곳이 많다. 영월 동강에 둘러싸인 청룡포는 노산군 (후에 단종으로 복위된)이 사약을 받고 죽은 곳이다. 혹시 최민식이 주연한 <꽃피는 봄이 오면>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도계에 내려 도계중학교에 가 보는 것도 좋다. 송지나가 극본을 쓴 <모래시계>덕분에 유명해 진 정동진은 역사 바로 앞에서 동해바다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해운대역을 출발, 송정 기장의 멋진 해변을 통과해서 울산 경주 안동 영주로 가는 중앙선을 타 본 적이 없다면 한 번 시도해 보자.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