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의 화두는 '공감'입니다.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공감에 관한 말씀을 듣는 순간 - 죄송스럽게도 어디서 언제 무슨 이야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아이둘의 출산과 수유, 양육과 함께 쑤욱 빠져나가버린 제 몸의 칼슘 못지 않게 아쉬운 저의 기억력이 한탄스러울 뿐이죠. - 몇년전 잃어버려서 포기했던 아꼈던 물건을 찾는듯한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역시 펌글입니다. 제 생각을 풀어놓기엔 아직 지식도 짧고 글쓰기를 좋아하던 어린이에서 학력고사의 폐해를 입은 세대로 변천하면서 나뿐만인 아닌걸 치사하게 그 핑계를 대면서 글을 쓰지 않는 제자신을 합리화시키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글들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능력은 퇴화되지 않았으니 그나마 감사할 따름이죠.
읽으면서 고개를 끄떡이며 한편 궁금해지는 것이 15년전쯤 유럽 배낭여행을 다니며 보았던 작은 상점들은 아직도 그대로일까 싶었답니다. 그때에는 파리의 맥도날드외에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침략(?)을 찾아보기 힘들었거든요. 그쪽도 미국의 거대자본에게 휘둘리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네요.
글을 쓰신 원글님께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즐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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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여 전에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하고 보니 내가, 미국내에서도 극과 극을 달리는 동네로 이사를 한것은 아닌가 슬슬 느껴 집니다.
예전에 살던 동네는 약간 외진 곳입니다. 하지만 급행 기차가 놓여있어서 맨하탄 출근이 아주 용이한 동네이지요. 타겟도 쇼핑몰도, 그 흔한 패밀리레스토랑 하나 없는 동네. 구멍가게 같은, 파리만 날리던 버거킹 하나 있었네요. 프랜차이즈로는 아마 덩킨 도너츠, 스타벅스 그리고 그로서리 슈퍼가 다 였던 것 같습니다. 동네 메인스트리트에 나가면, 마치 한국의 70년대 마냥, 인테리어 하나 없는 조그만 구멍가게들이 헐어버린 장난감처럼 늘어서 있는데, 제게는 좀처럼 들어가서 물건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그런 가게였습니다. 그런 동네에서 제가 가장 신선하게 생각했던 것은, 동네에 70년 된 어린이 서점, 영화 You've got mails생각나게 하는 그런 서점이 있습니다 . 약 10분에서 15분 운전해서 옆동네로 가면 으리으리한 반즈앤노블 서점이 있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이 어린이 서점을 애용합니다.포인트카드를 운영하긴 하지만 할인도 안해주고 책 선택도 제한적인 서점인데, 급기야 이 서점은 1년전에 확장 이전까지 하며 성황리에 비즈니스 합니다. 동네사람들이 동네 역사의 한부분이 된 이 서점을 지켜야 한다 나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제가 거기 살던 그때에는, 한국사람 많지않은 백인 동네의 폐쇄성으로만 치부했었지요.
새로운 동네는 쇼핑몰이 지척에 있습니다. 뭐20분 이상 운전하지 않아도 타겟, 월마트, 홈디포 ,그로서리 슈퍼 부터 왠갓 대형 체인은 정말 다 있습니다. 정말로 없는 가게가 없어서 쇼핑이 무척 쉬워졌습니다. 아무리 볼 거리,살 거리가 많은 동네 로 이사왔다지만, 누가 뭐래도 '금강산도 식후경'.저희 가족에겐 먹거리 탐방이 영순위였습니다. 물론 이사짐 정리 중이라 밥을 하기 힘들다는 핑계로 외식을 많이 한것도 사실이지만요. 유독 중국음식과 피자를 좋아하는 남편 덕에 동네 중국집과 피잣집 훓고 다니느라 운전을 하고 많이 돌아다니다 보면 이상스럽게도 대형 쇼핑몰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아닌 로컬에 자리잡은 가게와 식당들이 너무 처참합니다. 문 닫은 가게가 태반이고 식당의 음식맛은 정말 눈물나올정돕니다. 내가 다 식당을 하고 말겠다 싶은 마음 들 정도니요. 예전 살던 조그만 동네는 멀리 PF CHANG 가지 않아도 그 작은 동네에 정말 맛있는 중국음식점이 3개, 죽이는 피자집도 3개..
그러면서, 얼마 전에 읽은 우석훈 교수의 '88만원세대'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납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유통업체와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가격 경쟁력의 유혹을 그 누구도 뿌리칠 수없기에 그들은 더욱 팽창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사람들은 싼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을 얻을 수있는 대형 마트에서 돈을 쓰게 되고 이는 지역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가져 오게 된다고요. 그리고, 이 몰락한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아니라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대형마트에 점원으로 취직할 수 밖에 없고, 사람들이 쓰는 돈은 거대자본의 이익이 되고 지역경제는 사라지게 되는 시스템이 강화된다고요. 제가 새로 이사온 동네가 정말 딱 이런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음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중세가 떠올랐습니다. 거대한 토지를 소유한 몇몇의, 또는 극소수의 봉건 영주와 그를위해 일하는 대다수 사람인 농노들. 갑자기 제게는 맥도날드가, 스타벅스가, 타겟이, 더 나아가 세계 금융을 주무르는 월가의 투자회사들이 중세의 영주들처럼 우리위에 군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미 FTA의 많은 폐해 중의 하나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존립역시 풍전등화라고 합니다. 우석훈 교수는 책에서 말했습니다. 한국의 20대, 88만원 세대가 스스로를 살릴 수있는 길 중의 하나로 세대내에서 스스로를 살릴 수있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가서 밥먹고, 스타벅스 커피 마시는것이 어떻게 독이되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지를요. 스타벅스 가는 대신 친구가 운영하는 동네 커피집에서 커피를 사먹는 것이, 우스워보이지만,얼마나 큰 의미인지를요. 2007년 책을 쓸 당시 우교수가 20대에게 던졌던 이 제안이, 이제 FTA체제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듯도 싶습니다.
스타벅스가 유일하게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스웨덴, 스웨덴 유학오려는 외국 학생에게 스타벅스 좋아하면 오기 전에 많이 마시고오라고 대학 안내서에 써있다네요. 그 스웨덴이 지역경제가 그 어떤 나라보다 활성화 되어있는 것과 빈부차이가 가장 적은 나라중의 하나라는사실은 무관하지않다합니다.
갑자기 떠나온 동네가 그리워집니다. 마을을 지키겠다고 열심히 노력하던 모습이 백인들 폐쇄주의가 아니라 스스로의 존립기반을 다지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떠나온 뒤에야 알았다니요. Staples가 들어오려다가 무산되었다는 애기에 분노했던 제 자신이 참 부끄럽게 느껴지네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당장 대형 마트가 아닌 대안이 있나 생각해 보니 막막합니다. 당장 야채사고 고기 살 시장이 없네요.연필 한자루, 티셔츠 하나, 대형체인 스토어가 아닌 어디를 가야 살 수있는지 , 새로이사 온 동네에선 알 길이 없네요. 벌써 이리 멀리 와 버린 걸까요. 물론 똑같이 그때의 그모습으로 돌아가진 않겠지요. 그 뒤로 축적된 역사가 있으니요.그리고, 완전한 극단이 아닌 그 선상 어딘가에서 다양한 모습들이겠지요. 정말 다시 중세같은 그런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데,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너무 무섭게 들리는 아침입니다. 하지만, 그 중세의 몰락이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고 인본주의를 꽃피우는 새로운 시대를 알린 그런 역사를 생각하며 희망도 품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