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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성공을 뒤늦게 축하하며......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4950 작성일 2011-12-15 14:24 조회수 3317

 

어제 필비님이 올린 글을 보고 좀 자세히 알아 보았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가끔 훌륭한 일을 할 때가 있는데, 김경환 씨 망명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오늘은 캐나다 정부의 인도적인 결정을 뒤늦게나마 지지하는 의미에서 국가를 배경에 넣었습니다.  

입대를 앞 둔 대한민국 국적의 성소수자 한 명이 캐나다 난민심사위원회 (Immigration and Refugee Board of Canada) 로부터 난민자격을 인정 받고 영주권을 취득한 사건을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어제 나온 뉴스이긴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대서특필되고 있으니까요.

 

먼저 이 사건이 일어난 게 지금으로부터 2 년 전인 2009 9 월인데 이제야 알려지게 된 이유가 좀 궁금했습니다. IRB of Canada 사이트부터 검색해보았어요. 난민신청요건에 대한 기준은 공개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난민신청자의 신상보호차원에서 그런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스스로 판결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외부인은 알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국인의 캐나다 망명 사례는 남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구타 당해온 여성 한 분 이외에는 없습니다. IRB에서 공개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지요.

 

김경환 씨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캐나다 이민국 난민심사위원회가 조목조목 적시한 내용은 통계자료와 구체적인 학대 및 처벌 사례를 근거로 하고 있어 할 말을 잊게 만들지만 거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건 다 아는 이야기같고......

 

딴 이야기나 좀 더 해 볼까요?

 

왜 캐나다가 내전국가나 독재국가도 아니고 같은 OECD 가입국인 대한민국의 병역의무자의 망명을 받아들였을까 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과는 확연히 다른 이 나라의 성소수자 문화를 먼저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이 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지난 2005 년 하원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동성결혼 합법안을 통과시켰지요.

 

결혼이란 인격과 인격의 특별한 관계를 사회가 공인해 주고 축하하는 제도이지 반드시 자녀의 생산을 전제로 해야 허락 받을 수 있는 타율적 강제를 수반하는 제도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결혼의 사회적 개념에 대한 재정립은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그러니까 2005 년 여론조사 통계를 보니까 전체 유권자의 약 60 퍼센트가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고 있고 79 퍼센트는 동성간의 결합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동성결혼 합법화를 가장 반대했던 그룹은 한국계 기독교인들이었습니다.

 

캘거리에 있는 모 대형(?)교회에서는 반대 서명운동도 벌였습니다. (그 교회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Celebrating Our Diverse Sexual and Gender Identities

 

동성애자들의 축제에 참가한 비동성애자 (표현이 이상한가요?) 단체의 축하 현수막입니다. Sexual Geder를 구분해 놓은 것이 특이하지요?

 

Sexual 은 자연적으로 부여 받은 性을 Gender 는 사회적으로 결정된 性을 의미하겠지요.

 

캐나다에서는 해마다 6 월부터 7 월 사이에 열리는 축제가 있습니다. GAY & LESBIAN PRIDE FESTIVAL이 그것입니다. 토론토, 밴쿠버, 몬트리올, 캘거리, 오타와, 에드먼턴, 위니펙 등 대도시에서는 물론이고 전국 22 개 도시에서 거리행진을 비롯한 각종 전시회 와 공연 등 대규모 문화행사로 진행됩니다.

 

이 행사에는 시장과 시 경찰국장이 참석하는 시청에서의 정식 축하행사를 비롯해서 결혼식도 종종 열립니다. 여기에서 열리는 결혼식이란 물론 동성결혼식이겠죠^^ 이 행사에는 동성애자뿐 아니라 이성애자들도 가족 동반으로 대거 참여합니다. 사실 이성애자가 수적으로는 월등히 많이 참여합니다. 저는 5 년 전쯤 당시 아들 아이와 유학 와 있는 조카 딸아이를 데리고 행사장에 가 본 적이 있어요.

 

암튼 성소수자에 대한 정서와 문화가 이토록 다르니 신청자 김경환 씨가 호소한 내용과 IRB 측에서 나름 조사했을 한국 군부대내에서의 동성애자의 위상과 현실에 대한 자료를 접하고 그를 난민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 입니다.

 

성소수자가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열악한 처지에 있는지는 이 사건이 밝혀진 후 국방부에서 해명이랍시고 내놓은 성명에서부터 잘 설명해 줍니다.

동성애 행위는 군기문란이라 처벌대상이고 동성애 성향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발표했는데, 이 말이 자기들 딴에는 합리적인 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 성명을 발표한 사람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한심한 발언이었습니다. 마치 우리는 수령님의 은덕으로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있다는 소리에 필적할만한 놀라운 발언이라고 하겠습니다. 

차라리 군형법 제 92 조에서는 그냥 넓게 성추행이 범죄이며 친고에 의해서 처벌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던데, 그럼 군 형법에 나온대로 동성에 의한 것이든 이성에 의한 것이든 성추행은 범죄다 그냥 이야기하면 좋았을 것을, 동성애 행위를 강조하는 바람에 그런 이상한 발언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지요. 이 군간부의 발언은 은연 중 동성애 행위와 성추행을 동일시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니까요.

 

아울러, 동성애 자체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색낼 이야기가 아니고 당연한 소리지요.

 

암튼......

 

국가의 법률이나 관습과 개인의 천부적 기본인권이 충돌할 때는 개인의 기본인권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원칙 같습니다. IRB 는 이 원칙을 준수한 것이니만큼 저는 IRB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sarnia (clip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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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  2011-12-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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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합법화를 반대하는 "현대의" 보수종교인들을 보면, 미국에서 inter-racial 결혼합법화를 반대한 "50년전" 보수종교인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종류의 반대는 몇년지나면 ("인종간 결혼합법화" 반대가 그랬던거처럼) 허접하고, 자랑스럽지 못하고, 소수자를 억압하는, 시대를 역류하는 꿀꿀한 생각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왜 그렇게 뻔히 허접한 생각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는 옛생각의 끝자락을 그렇게 붙드시는 속칭 보수 종교인들이 딱한 생각들때가 있습니다.

동성결혼합법관련한 얘기가 나오면 반대 votes가 많은걸 보구 오랜만에 덧글 답니다. 저는 이 망명사건 몰랐는데, 필비님, 클립보드님 글 잘 읽었습니다.

토마  |  2011-12-1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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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안냈는데요, 옛생각을 붙들기 위해 꿀꿀한 생각을 고집하지 마시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든 사람들이 포용할 생각을 받아들이는 "쿨" 한 태도를 갖자라는 저의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론을 내립니다.

http://features.pewforum.org/gay-marriage-attitudes/index.php

미국같은 "수퍼종교국가"도 이제 이문제는 10년내로 반대자가 소수자로 전락할 것입니다. (위의 slide 참조)

clipboard  |  2011-12-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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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먹고 퓨쳐샾가서 컴 하나 새로 사왔습니다.

이 망명사건 아무도 몰랐지요. 모두 어젯밤 처음 안 겁니다. 반대보터도 관심이니까 다 내 집에 놀러 온 손님이려니 합니다 ㅋㅋ ^^

내사랑아프리카  |  2011-12-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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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님 링크보니, 그런 수치의 변화는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언제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니면 어느 대학생과 대화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대학생들의 대다수가 동성결혼법제화를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이것은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학생이 대학들어가자마자 진보적인 인식을 가졌다기 보다는 동료 학생들이 동성성적지향을 인정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캐나다에서 이민자들이 일반적인 캐나다사람들보다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한인들의 경우도 대다수 보수기독교인이니까 성적소수자 또는 성적지향성의 차이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같습니다.

보통 hate crime이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타인에 대한 무지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어느 신학자가 쓴 글을 보니, 성적소수자를 반대하는 기독교인이나 교역자 대부분이 게이나 레즈비언을 한번도 만나보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더군요. 이들에게는 이상한 상상된 규범 (imagined norms)이 있는데 동성애자는 도덕적으로 일탈했거나 타락했다는 지각(perception)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개신교단인 The United Church of Canada]는 이미 1972년 교단총회(The General Council)에서 a comprehensive study of human sexuality를 위임했고, 1988년 교단총회에서 동성적 성적 지향을 가진 남성이나 여성이든 상관없이 연합교단 목사가 될 수 있는 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결실을 모은 책 [The First Stone: Homosexuality and the United Church](1990)입니다. 300 pages가 되는 방대한 양입니다. 2010년에는 성적지향에 대한 성서공부 교재인 [Moving toward Full Inclusion: Sexual Orientation in the United Church of Canada]라는 책자를 발간해서 보급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철저한 포함"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여파로 연합교회 내의 보수복음주의적인 교인들이 이탈하게 된 역사적 계기 또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현재 다문화사회인 캐나다에서 중요한 사회정의(social justice)는 바로 성적 소수자와 인종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정의입니다. 보수복음주의적 교회는 여전히 문화적 섬 (enclave)를 갖고 있지만 그들의 태도가 변화되리라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 증거를 우리는 캐나다 사회에서 보고 있습니다.

토마  |  2011-12-1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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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과격하게 말하면, 종교가 사회윤리를 영향을 주지 못하는 사회, 그런 건전사회가 이루어졌음합니다. 캐나다나 북서부 유럽국가는 거의 이런 사회를 만족할만큼 이루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님이 말씀하신 한인사회의 문화적 섬은 이런의미에서 이들국가가 이성을 가지고 이룩한 건전성에 반대되는 윤리를 제공합니다. 시간날때마다 이들 보수종교인들이 갖는 윤리의 해악을 이야기 해야 할것입니다.

내사랑아프리카  |  2011-12-1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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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정치적 현상처럼 문화적 현상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회윤리가 종교윤리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종교의 탈세속화론(desecularization)을 따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종교가 사회윤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사회가 도래한다는 토마님의 기대는 쉽게 이뤄질 것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종교적인 사람들이 자녀 생산을 많이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적게 한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면 스웨덴도 비스웨덴인들의 국가가 될 거라고 합니다. 어쨌든 종교가 제공하는 사회윤리가 일반사회윤리와 배치되었을 때, 사회윤리가 승리를 거듭거듭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건 그렇고, 심리학자 Timothy D. Wilson의 [Redirect: The Surprising New Science of Psychological Change] (2011)를 읽고 있는데 사람들을 행동을 규제하는 기제가 핵심신념 (core narrative; worldviews)이라고 하는데 종교가 이런 핵심신념을 제공해 주는 중요한 출처라고 하는군요. "Organized religions are important sources of core narratives. Virtually all faiths explain how we came to be, how we ought to live, and what happens to us after we die" (p. 52).

또 한가지 위에서 제가 말한 보수복음주의적인 대학생들이 행동하는 것을 윌슨의 개념을 차용하여 이해할 수도 있을 것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내가 인지하는 것을 윌슨은 descriptive norms이라고 하는데, 내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상당히 의식하기 때문이겠죠. 한편 "내"가 다른 사람이 승인하거나 승인하지 않거나 (aprove or disaprove) 하는 것을 인지하는 것을 injunctive norms라고 하는군요 (p. 172). 내가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당히 신경쓰인다는 것이겠죠 ("...people are very sensitive to what their peers think and do" p. 177). 이 책은 제 구미에 잘 맞아서 곧 끝마칠 것같습니다. 저야 이 쪽엔 전혀 모르니까 티모디 윌슨이 어떤 분인지도 모릅니다. 이거 끝나면 그의 [Stranger to Ourselves: the Adaptive Unconscious]도 볼 예정인데 재밌을 것같습니다. 이 분의 평가가 어떤지는 모르지만요.

philby  |  2011-12-1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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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위에는 성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서양사람이 3명 있는데 3명 모두 냉대와 차별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캐나다가 법과 제도로는 성적 소수자를 공평하게 대하지만 실제 현실과과 풍속, 인식은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3명 중 1명은 정치학 박사인데 피자배달과 허드레 일로 연명합니다. 취직을 했다가도 교묘하게 해고 시키니까 차별 당했다고 법에 호소도 못하고 ㅠㅠ.
물론 3명의 경우를 갖고 캐나다 성적소수자를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요.

내마음의 평화  |  2011-12-1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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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마틴 정부때였죠.
그 때 그 교회를 다녔었는데..
교인이면 누구나, 아무런 의심없이, 모두가 분노하며
그 서명지에 서명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예의 경멸적인(자유당 정부와
그 지지자들을 향한) 표정을 지으며 법안 반대 서명지를 흔들던 모습.

"동성 결혼 합법화는 참으로 소중한 법안이라서 저는 적극 지지 하는데요"

예배후, 집에 가는데 서명 잊지 말라는 권유에 제가 해준 대답이지요.

세상의 온갖 성범죄와 성적 타락은 거의 99.9%가 이성애자들에 의해
자행되고 만연해 있다는 것. 군내에서 여군들에 대한 성추행은 모두가
계급을 빌미로 고위 상급자들이 행하고 있다는 것. 군관계자들도 알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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