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 종착역에
그래 엊그제
시발역(始發驛)을 떠난 은빛 기차가
설원의 풍광을 벗어날 때
가벼운 입김으로 그려넣은 차창속 그림은
마음을 부려놓은 꿈의 선(線)이었지.
나를 싣고 가는 열차의 행선은
반드시 내 목적의 예정지를 부탁하진 않았건만
우리 모두의 무임승차를 묵인한 채
눈녹은 마을을 지나
봄꽃 기어오르는 산허리 에둘러
철거덕 철거덕 철교를 지나는
뼈아픈 신음소리를 내며
간간히 묘역이 있는 간이역에
몇 몇을 툭툭 떨궈 놓기도 했지.
더러 꽃구경 단풍놀이를 위해
환승을 노리는 그대들도 종내는
다시 흰 눈 떨어지는 12월,
그 역광장에 모여
빗나간 후회를 술잔에 버무리며
한 해의 마지막 기적소리를 가슴에 담으리라.
그래 우리 모두의 생은 또다시
새해 아침 뜨는 열차를 운명처럼 승차해야 하니까요,
20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