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주에 자기 아이를 좋은 대학을 보냈다고 자랑하시는 부모랑 우연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식이 20살이 되도록 기러기 생활을 하는 어머니이신데.. 본인께서는 어떻게 자식을 교육시켰는지 주위에 알려주시려고 하시는 듯 했습니다.
스무살때쯤인가요. 이런애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한테 그런다고 하더군요. "너 대학만 가라. 그러면 어른대접해준다." 그래도 자식을 어른대접해주는 부모는 많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군대만 다녀와라. 그러면.." 다녀와도 않해줍니다. 결혼하면 어른으로 대접해줄려나.. 그래도 아닙니다. 애를 낳아 기르게 되면, 그나마 대접받는 듯 합니다. 부모가 어른대접을 해줘서 느끼는 게 아니라, 사실은 본인이 그 입장이 되보니 본인 스스로가 '아주 조금'은 그 마음이 이해가 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요즘 한국은, 저희가 대학을 다닐 때 (90년대 초)와는 달리 다른나라로 유학/어학연수를 가는 젊은이들이 한국에 많은 것 같습니다. 초중고생들은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치마바람에 못이겨서 온아이들이 대부분이것 같습니다만.. 그나마 스무살이 넘어서 온 젊은이들은 그나마 자기의지가 있어서.. 그것도 남들이 가니깐 이력서에 한줄 더 추가하려고 온 젊은이들부터, 사명감을 가지고 온 이들도.. 유학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얼마나 근사한가 말입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들 중에 많은 이들이 부모 피땀흘린 돈으로 온 것이라, 유학중 부모가 보내준 용돈으로 생활비 쓰고, 술마시고..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거 가겠다고 얼마나 부모한테 생때를 썼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쩝
이게 다 나쁘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걔중에는 부모 뜻에 따라 열심히 목메달면서 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요. (유학생분들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그렇게 유학보내서 잘못되거나 부모 뜻을 몰라주면 그 부모들은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실거고. 그뜻을 거역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그것을 '효' 라는 답례를 위해서 마음을 잡고 하는 착실한 친구들도 있겠고요. 부모는 그 '효'를 당연히 받아야 할 어떤 보상으로 생각하는게 한국의 부모님들의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기브 엔 테이크.
예전 한국드라마 같은 데서 자식이 시험기간이라고, 자식된게 마치 유세라도 하듯이 부모한테 감내와라 배내와라 하는것을 가끔 본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 부모는 그 기간동안 부부생활도 하지 않습니다. 결혼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 난 후에도 한국의 부모님들은 자식을 그간 키운게 있는데.. 라는 생각으로 자식을 자기의 영역에서 놓지 않으려 합니다.
부모님들이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아니면 사회가 그렇게 부모, 자식을 의도되지 않은 방식으로 몰고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여기 캐나다에도 일부) 30대가 넘은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사실 아직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숙어른들이 많은 듯 합니다. 그게 30대 40대까지.. 아니 부모가 죽을때까지 이어지는 듯 합니다.
요즘에 그나마 좋아진 것은, 예전에는 그냥 부모돈 받아서 공부만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워킹홀리데이로 오는 한국 젊은이들이 참 많이 늘어난것 같습니다. 몇년전에 비해.. 본인 스스로가 돈벌어서, 공부하고, 여행하고.. 이런 친구들을 만나보면 소위 우리가 말하는 '정신자세' 가 된 친구들이 많습니다. 기특합니다. 젊은애들이지만 이친구들은 그나마 어른들입니다. 유럽, 호주, 일본에서 온 젊은이들이 이런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부모돈 받아서 오는 친구들은 한국, 중국, 멕시코, 브라질 에서 온 애들이 대부분입니다. (멕시코, 브라질, 중국은 워킹홀리데이 협정이 없는 나라여서 더 그럴수 있다.) 이들 나라들을 보면,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입니다. 이들 나라를 욕하거나 비하 하는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브라질이라는 나라가 참 매력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저도 부자가 아닌 저희집을 원망한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부끄럽습니다. 혼자 내가 어디를 떠난다면 걱정은 하셨지만, 결국 제 의사를 존중해줬던 것 같습니다. 돈은 못대줘도. 그래서 저도 10년전에 이민을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런 어머니가 고맙습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사실 전 아직도 엄마라 부릅니다. 가끔 한국에 방문할때 마다, 크지 않은 돈이지만, 한국갈때마다 가져다 드리려 합니다. 그러면 엄마는 제가 돌아갈때 그보다 많은 돈을 손에 쥐여쥐십니다. 실랑이 하다가 결국 받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저도 이제 먹고 살만혀.."
전 그렇게 다짐한적이 있습니다. "부모가 되면 난 내 자식이 스무살이 되면 내보낼거다." 그리고 지금은 저도 부모가 되었고, 지금도 그마음은 같습니다.. 그렇다고 발로 차서 내보는게 아니라. 혼자 떠날수 있게 준비는 해줄려고 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그게 정말 될것 같아?그때되면 그렇게 할수 있을지.." 하면서 농담반 진담반 으로 말씀들을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말씀에 가끔 흔들립니다. 과연 내가 그럴수 있을지.. 그래도 저와 제와이프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제 자식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제 아이가 다 자란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소리 정말 하고 싶지 않더군요. 그래서 내 제 아이때문에 등골휘여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도.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맞는 말일수도 있겠습니다. 중학교때가 배웠던 맹모삼천지교. 궁극적으로 학군때문에 이사를 그렇게 많이 갔다는 얘기인데. 맹자가 만일 결국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분명 맹모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저는 이 맹모가 참 극성스럽구나. 라는 생각외에, 맹모삼천지교가 주는 교훈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학군이 그렇게 중요하다는게 교훈인지.. 혹시 명쾌한 답을 아시는 분 있으신지요?) 이게 자식을 키우는 정답이고, 이건 오답이고 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자기 방식이 옳다고 하면 그게 정답 아니겠습니까? 단, 우리 한국 보모님들은 자식때문에 등골은 휘여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부생활은 해야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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