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
2012 년 1 월 말 어느 날.
Gnosticism Task Force Team 소속 여성 수사관 한 명이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공항청사밖으로 나온 그녀는 의외로 쌀쌀한 날씨에 코트깃을 여미며 랑데뷰포인트에서 대기하고 있는 검은 색 랜드로버에 올랐다.
말이 없는 40 대 팔레스타인계 운전기사가 모는 랜드로버 디스카버리는 황량한 준사막지대를 통과하는 프리웨이를 달려 약 두 시간 만에 갈릴리 호수 서쪽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는 Khirbet Mejdel 라는 영어표기가 새겨진 나무표지판이 서 있었다.
누구야! 우리 형수님을 무시하는 넘들이!
sarnia 수사본부가 마리아 막델리나의 출생지로 수사관을 직접 파견하게 된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수사본부장 sarnia 는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주변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기독교 교회의 교역자들을 수소문해 몇 차례 만났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전통 기독교 핵심 교리인 부활 사건을 최초로 목격하고 전파했던 인물일 뿐 아니라, 예수가 가장 사랑했던 사실상의 수제자였던만큼 교역자들만 면담해도 많은 기본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었다.
교역자 면담 결과는 실망스러운 차원을 넘어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그들은 자기들 종교의 제 2 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중요한 핵심 인물에 대해 놀라우리만치 무식했다. 그것은 이 분야를 좀 더 깊게 공부했다는 신학자들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 중에는 여전히 마리아를 창녀 출신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나자로의 둘째 여동생 마리아와 같은 인물인 것으로 혼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진 수사본부는 더 이상의 교계인사 인터뷰를 포기하고 수사관을 직접 이스라엘로 출장을 보냈다. 마리아 막달레나를 직접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수사관과 마리아 막달레나의 참고인 인터뷰 만남은 갈릴리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Khirbet Mejdel (현재 지명)의 한 조용한 음악카페에서 이루어졌다. 갈색톤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그 음악카페에서는 Era의 앨범 중 The Mass가 은은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사관: 안녕하세요. 이렇게 여사님을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한 가지 질문하겠습니다. 여사님을 창녀라고 거짓 선전한 교황 그레고리우스 1 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으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마리아: 글쎄요. 저는 그가 악의를 가지고 저를 모략할 목적으로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아키나아의 귀족 출신으로 철저한 남성중심사상과 교권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심성 자체가 못된 인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가 교황에 취임한 6 세기 말 (CE 590 년)은 로마가 그 전성기로부터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롬바르트족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던 시기였는데 보다 강고한 교권확립을 위해 몇 가지 신학적 테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저를 창녀로 둔갑시켰다가 ‘회개녀’로 부활시킨 경우인데,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저 (마리아)처럼 회개만하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만든 셈이지요. 여성인 저를 교회의 중심역할로부터 제거하기 위한 음모가 그 동기였다기보다는 교회의 관용을 선전하기 위한 신학적 또는 정치적 목적이 먼저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제가 그를 고소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수사관: 하지만 그 동기야 어찌됐든 가부장적 교권은 교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았건 것이 사실 아닙니까? 하도 설치기를 좋아하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수제자라고 오인하고 있는 베드로부터가 여사님의 뛰어난 영적, 재정적 능력을 질투한 나머지 예수에게 여사님을 쫓아내자고 제안하는 등, 사도들간의 갈등을 부추키다가 예수 선생으로부터 “사탄아 물러가라”는 불벼락을 맞은 적이 있구요. 같은 여성 입장에서 제가 보기에는 당시 교회의 여사님에 대한 질못된 누명씌우기는 결국 교회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엄청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었던 여사님의 여성으로서의 모델링 가능성을 여지없이 파괴한 결과를 가져온 거 아닐까요?
마리아: 좋은 지적이예요. 남성 사도들의 텃세와 당시 사회및 교회의 지배적인 여성학대문화, 결정적으로 그레고리우스 1 세의 ‘창녀 설교’ 덕분에 제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위치로부터 멀어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실 자체가 개인적으로 억울하거나 서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실의 확립’ 차원에서라면 사실이 사실대로 밝혀지는 것은 중요하겠지요.
수사관: 놀라운 것은 아직까지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여사님에 대해 너무 잘못 알고 있다는 것 입니다. 성서 어디를 찾아보아도 여사님이 창녀 출신이라는 대목은 없는데 왜 그런 오류가 발생한 것일까요?
마리아: 성서해석상의 오류가 어디 한두가지인가요. 다른 것들에 비하면 제 문제에 대한 오류는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마저 드는걸요. 보수적인 신학교인 Denver Seminary 의 성서학자 Craig Blomberg 에 따르면 이런 오류는 proximity (근접성) 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군요. 신약에서 제 이야기가 처음 등장하는게 누가복음 8 장인데 그 바로 전 장인 7 장 37 절부터 마지막 절에 이르기까지 어떤 죄인 여자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사실 이 여자도 그저 죄인 (sinner) 라고만 했지 창녀 (prostitute) 라는 말은 없는데, 어쨌든 나중에 사람들이 멋대로 창녀로 해석한 이 여성 죄인 분을 또 바로 다음 장에 등장하는 내 이야기에 멋대로 연결하여 제가 졸지에 창녀로 둔갑한 거지요.
수사관: 여사님께서 누가복음 7 장에 나오는 죄인 여자 이야기를 하시니까 캐나다에 계시는 sarnia 본부장님이 생각나는군요. 그 분은 누가복음 7 장에 나오는 죄인 여자 이야기가 무려 열 다섯 절에 걸쳐 길게 쓰여진 이유가 딴 게 아니고…… 초대한 바리새인이 발 씻을 물도 주지 않고 머리에 향유는 커녕 감람유조차 부어주지 않은데 대해 예수 선생께서 화가 나신 나머지 지금이라도 당장 물하고 기름 가져와서 손님대접 재대로 하라는 의미였다고 하던데요.
마리아: ㅎㅎ 농담이라면 유머감각이 뛰어나신 분이고 진담이라면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하신 분 같네요 ^^
수사관: 이번에는 좀 실례되는 질문같습니다만 여사님과 예수 선생은 단지 사제지간이셨나요? 아니면 그 이상의 로맨틱한 관계였나요?
마리아: 그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그 분이 말씀하시는 하늘의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었고, 그 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을 때 엄청난 빛이 뇌리를 때리는 충격을 받곤 했다는 것 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때 스승님을 따라다니던 제자들 중 그 분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던 사람은 저와 유난히 따지기를 좋아하는 토마스 군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렸던 존 군은 무얼 알아들었다기보다는 그냥 스승님의 푸근하고 한없이 넓은듯한 마음에 마냥 이끌렸던 것 같고요. 스승님은 저를 여자로 대했다기 보다는 자기와 말이 통하는 거의 유일한 제자로서 많이 신뢰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수사관: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여사님께서는 그 날 새벽 무엇을 목격하셨습니까?
마리아: ……
수사관: 예수선생이 십자가형을 당하고 나서, 안식일 (토요일)이 지난 다음 날 새벽 그 분의 무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여쭈는 겁니다.
마리아: 제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안 하면 안 될까요? 그 이야기를 현대어로 답변하면 여러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관: 여사님의 목격담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곳은 사복음서 중 요한복음 20 장 16 절 입니다. 요한복음에 기록된 여사님의 목격담은 너무나 구체적이기 때문에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었던 것 입니다. 마가복음의 부활 이야기는 후대에 가필된 것이고 다른 두 공관복음서는 마가의 기록을 베낀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별 주목할만한 게 없지만, 여사님이 그 저자또는 가장 중요한 자료출처라고도 추정되는 요한복음은 다른 공관복음서들과는 전승도 문학장르도 달라서 혹시나 하고 질문드렸던 것인데 곤란하시면 답변 안 하셔도 좋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sarnia 본부장님이 꼭 답변을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
마리아: (미소를 지으며) 무슨 질문인가요?
수사관: 우리가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예수 선생께서는 우주의 본질과 개인마다에 잠재하고 있는 신성의 깨침을 얻은 사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싯다르타에 필적할만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분이지요.
그런 분이 자신의 신성을 깨달은것을 기회로 삼아, 다시말해 깨달은 자가 이 부근에서는 자기 혼자 밖에 없다는 것을 빌미삼아 자신 혼자만 ‘하나님의 독생자” 라고 선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만을 믿고 따라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을까 하는 점 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그건 이상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아예 말이 되지 않는 소리 같습니다. 물론 대속론이 핍박과 가난, 죄의식에 싸여 있던 당시 민중들에게 일시적인 위안이 될 수 있는 신학이었을지는 몰라도, 그런 요구는 초월적 깨침을 얻은 예수나 싯다르타같은 인물이 결코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불교에서는 그런 이상한 요구가 없는데 기독교에서는 그게 핵심교리라니 많은 기독교인들이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말씀들을 많이 합니다.
여사님이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여사님은 예수 선생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들은 거의 유일한 제자라고 하셨는데 지금 정통기독교가 핵심교리로 삼고 있는 대속신앙과 구원론이 예수 선생이 가르침과 부합하나요?
마리아: 간단하게 답변해도 될까요?
수사관: 그럼요. 예 아니오로 답변하셔도 됩니다.
마리아: 솔직히 저는 개인적으로 대속신앙과 구원론이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사상들이 등장했는지도 모르겠구요.
분명한 것은 스승님 생전에 제게 하신 말씀은 제가 모두 알아 들었는데, 그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너 자신 안에 있는 신성을 깨닫고, 모든 것과 함께 선을 이루는 삶을 살아가라” 는 것이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거기에서부터 모든 진리가 출발한다는 거지요.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사관: 충분한 답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sarnia (clipboard)
12 months 20 days to kick your mous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