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보라/ 민초 펄펄 눈이 내리네 함박눈이 오면 내 얼굴에 눈이 눈물로 흘렀고 부슬비 모양 내리는 눈이 오면 새까만 가슴 속에 쌓여있는 오물들을 깨끗이 씻어내며 눈꽃송이처럼 정처없이 날아가 보았네 가끔은 휘몰아치는 회한의 추억을 안고 내 못난 생존의 빛깔을 씻어내며 그 님이 있는 곳까지 찾아갔었네 찾아가 만난 곳 동토의 모진 땅에서 내 몸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었지 내가 녹아 물이 된 자리 그 깊고 깊은 땅 밑에는 웅덩이가 파여져 있었고 마마 자국만 세상을 덮고 있었으며 두견새와 승냥이 울음소리만 들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