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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의 빗물
작성자 민초     게시물번호 5192 작성일 2012-02-12 08:55 조회수 1337

맹세의 빗물

안 만난다고 마음을 굳게 다짐한 날
나는 또 그를 만나야 했다
안 마신다고 맹세를 하고 집을 나갔는데
오늘도 술을 마셨다
오늘은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각오를 했는대 말을 더 많이 했다
말 많은 사람을 만나니 나도 말을 많이 했고
말을 하지 않고는 살수가 없었다
술 마시는 사람을 만나니 술을 마셔야했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니 나도 말을 했다
삶이 그런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나를 더 괴롭히는 것은 나 그녀를 생각하지
않겠다고 생각을 거듭하면서
낮과 밤 꿈 속에서도 그녀만 생각했다
내 눈안에는 그녀의 자태만 하루 종일 아롱거렸다
인연이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흘러가는 강물을 보았다
겨울 짧은날 석양이 꼴깍 산을 넘어가고
허수아비가 초저녁 바람 속에
헛 손질을 하면서 휘파람을 불고있다
겨울 반딧불이 눈보라 속을 날아가며
별것아닌 것이 인생살이라며 헛기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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