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한국 갈 즈음에 카메라에 문제가 생겼다. 사진을 찍어보면, 특히 하늘을 찍으면 반점인지 얼룩인지 거뭇거뭇한게 보이는 것이다. 렌즈 갈아 끼우면서 센서에 이물질이 들어 간 것으로 추측되었다. 이물질의 실체는 먼지일 가능성이 많고.
동네 McBain에 갔더니 원인규명에 40불, 원인 제거에는 얼마가 들어갈지 모르고 어디론가 보내서 수리하기 때문에 7일-10일 정도 걸린다고. "센서에 먼지가 들어간 것 같아." "그래도 뜯어봐야 알지. 우리는 추측으로 일하지 않아." "앓느니 죽지 미쳤냐?" 그냥 나왔다. 서울 가면 해결할 수 있겠지.
사실 내가 해도 되긴 되는데 "카메라는 정밀기계니까 전문가에게 맡기는게 낫다"라는 고정관념이 문제라...
서울에서 카메라 가게 갔더니 웬 노인네, 나 보다 몇살 연상으로 보이니까 노인네도 아니지만 그 노인네가 '5,000원'만 달라기에 줬더니 문제를 반 정도 해결했다. 반점과 얼룩이 많이 없어지긴 했는데 아직도 많이 보인다. 제대로 안 되었다고 하니까 노인네 아들 가라사대 "이건 기계로 닦아야하는데 기계는 Nikon 대리점에 가야 있다." 5,000원 때문에 기분 잡치기 싫어 관대한 마음으로 나왔다.
나이콘 대리점을 찾아갔다. "카메라 영수증 있어요?" "캐나다 있는데." "영수증 없으면 안되요." "왜?" 구구절절 이유를 말하는데 요점은 "내가 안 판 것은 손 안댄다."는 것이다.
그럭저럭 휴가 기간은 끝나고 그냥 돌아왔다. 그러다 겨울이 되고 카메라 쓸 일도 없어 쳐박아 두었는데 요즘 다시 카메라 생각이 나서 어제는 다운타운 카메라 가게로 전화를 했다. 시원시원하게 이야기 한다. "42불"
카메라를 갖고 갔더니 얼굴도 예쁘고 관능적 몸매의 여자가 "battery should be fully charged." 바테리가 3/4 정도는 남아 있는데 'fully charged'가 되어야 센서를 닦아 준단다. 이유는? 작업시간이 오래 걸릴지 모르니까. "센서 닦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It depends on how busy we are but mostly it takes half an hour." "그럼 바테리가 이만큼 남았는데 왜 안되는거야?" "it's our policy. battery should be fully charged during service."
모처럼 다운타운 갔다 헛걸음 치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스태플이 보이길래 "컴퓨터 먼지도 날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압축 공기 두통을 샀다. 두통이 한팩으로 되어 있다.
디지털 카메라 센서는 내가 직접 닦아본 적도 없고 "정밀기계는 전문가에"라는 고정관념에 내일 다운 타운 카메라 가게를 다시 가봐야지 라고 생각하다 경험자에게 물어봤더니 "순도 높은 알콜을 사서 면봉으로 살살 닦아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알콜 사러 가기 귀찮아서 그만 두고 "아깝지만 42불 주고 전문가에게 맡기자"
자다 생각하니 압축공기 사온게 생각났다. "반드시 면봉에 알콜 묻혀 닦아야만 되는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났다.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카메라 렌즈 빼고 셔터를 10초정도 열어두고 압축공기로 불어냈다. 셔터 열어 놓은 시간이 10초지 압축공기로 불어낸 시간은 5초도 안 걸렸다.
흰 종이를 놓고 사진을 찍어보니 흠없이 깨끗하게 나온다. 이럴 때 "Bingo"라고 하는거다. 문득 고정관념이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정밀기계는 전문가에게" 그러나 나도 전문가도 똑같은 호모 사피언스라는 사실...
내가 나이가 좀 더 젊었으면 생각이 더 유연했을텐데... 그저 나이 들고 늙으면 고집과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니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이 헛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