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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이 주는 황당함
작성자 philby     게시물번호 5205 작성일 2012-02-16 10:12 조회수 1926

지난 10월 한국 갈 즈음에 카메라에 문제가 생겼다. 사진을 찍어보면, 특히 하늘을 찍으면 반점인지 얼룩인지 거뭇거뭇한게 보이는 것이다. 렌즈 갈아 끼우면서 센서에 이물질이 들어 간 것으로 추측되었다. 이물질의 실체는 먼지일 가능성이 많고.

동네 McBain에 갔더니 원인규명에 40불, 원인 제거에는 얼마가 들어갈지 모르고 어디론가 보내서 수리하기 때문에 7일-10일 정도 걸린다고. "센서에 먼지가 들어간 것 같아." "그래도 뜯어봐야 알지. 우리는 추측으로 일하지 않아." "앓느니 죽지 미쳤냐?" 그냥 나왔다. 서울 가면 해결할 수 있겠지.

사실 내가 해도 되긴 되는데 "카메라는 정밀기계니까 전문가에게 맡기는게 낫다"라는 고정관념이 문제라...

서울에서 카메라 가게 갔더니 웬 노인네, 나 보다 몇살 연상으로 보이니까 노인네도 아니지만 그 노인네가 '5,000원'만 달라기에 줬더니 문제를 반 정도 해결했다. 반점과 얼룩이 많이 없어지긴 했는데 아직도 많이 보인다. 제대로 안 되었다고 하니까 노인네 아들 가라사대 "이건 기계로 닦아야하는데 기계는 Nikon 대리점에 가야 있다." 5,000원 때문에 기분 잡치기 싫어 관대한 마음으로 나왔다.

나이콘 대리점을 찾아갔다. "카메라 영수증 있어요?" "캐나다 있는데." "영수증 없으면 안되요." "왜?" 구구절절 이유를 말하는데 요점은 "내가 안 판 것은 손 안댄다."는 것이다.

그럭저럭 휴가 기간은 끝나고 그냥 돌아왔다. 그러다 겨울이 되고 카메라 쓸 일도 없어 쳐박아 두었는데 요즘 다시 카메라 생각이 나서 어제는 다운타운 카메라 가게로 전화를 했다. 시원시원하게 이야기 한다. "42불"   

카메라를 갖고 갔더니 얼굴도 예쁘고 관능적 몸매의 여자가 "battery should be fully charged." 바테리가 3/4 정도는 남아 있는데 'fully charged'가 되어야 센서를 닦아 준단다. 이유는? 작업시간이 오래 걸릴지 모르니까. "센서 닦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It depends on how busy we are but mostly it takes half an hour." "그럼 바테리가 이만큼 남았는데 왜 안되는거야?" "it's our policy. battery should be fully charged during service."

모처럼 다운타운 갔다 헛걸음 치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스태플이 보이길래 "컴퓨터 먼지도 날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압축 공기 두통을 샀다. 두통이 한팩으로 되어 있다.

디지털 카메라 센서는 내가 직접 닦아본 적도 없고 "정밀기계는 전문가에"라는 고정관념에 내일 다운 타운 카메라 가게를 다시 가봐야지 라고 생각하다 경험자에게 물어봤더니 "순도 높은 알콜을 사서 면봉으로 살살 닦아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알콜 사러 가기 귀찮아서 그만 두고 "아깝지만 42불 주고 전문가에게 맡기자"

자다 생각하니 압축공기 사온게 생각났다. "반드시 면봉에 알콜 묻혀 닦아야만 되는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났다.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카메라 렌즈 빼고 셔터를 10초정도 열어두고 압축공기로 불어냈다. 셔터 열어 놓은 시간이 10초지 압축공기로 불어낸 시간은 5초도 안 걸렸다.

흰 종이를 놓고 사진을 찍어보니 흠없이 깨끗하게 나온다. 이럴 때 "Bingo"라고 하는거다. 문득 고정관념이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정밀기계는 전문가에게" 그러나 나도 전문가도 똑같은 호모 사피언스라는 사실...

내가 나이가 좀 더 젊었으면 생각이 더 유연했을텐데... 그저 나이 들고 늙으면 고집과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니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이 헛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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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by  |  2012-02-1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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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에 먼지를 털어내고 생각이 나길래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센서 청소하는 방법에 대해 참으로 자상하게 나와 있군요.

그러고보니 생각나는게 설탕이 바위덩어리 처럼 굳었는데 그걸 해결하려고 인터넷 찾아보니 "식빵을 넣어두라" 식빵을 넣어두니 바위덩어리 처럼 굳었던 설탕이 거짓말처럼 설탕이 뽀송뽀송해지더라구요.

그후부터 뭐든지 인터넷 검색을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센서청소는 왜 인터넷 검색을 안해 봤는지 참... "그래서 늙으면 죽어야합니다" 아직 늙은것 같지는 않은데 하는 행동, 생각이 늙었으면 늙은거지요.

Pamoramas  |  2012-02-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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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홍수이후로 하나님이 인간의 연수를 120년으로 정하였습니다 (창세기 6장 3절). 청 노인 때에 빨리 세상을 등지면 캐나다의 그 많은 곡물은 누가 다 소비 시킬것 입니까? 하나님이 정하여 주신 연수를 건강히 잘 지키시기 바라고 나이 들어서 얻는 지혜를 봉사 활동에 잘 사용하시며 사시기 바람니다.

clipboard  |  2012-02-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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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홍수 이후로 하나님이 정한 건 딱 한가지 뿐 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물로 세상을 멸하지 않으리라'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자명합니다. 제사를 드려줄 사람이고 제물이 될 동물이고 싹 죽어버리는 바람에 하나님 스스로가 굶어죽을 뻔 했기 때문이지요.

philby  |  2012-02-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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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이야 제3세계에 굶주리는 사람들 많으니 나눠먹어야지요. 더불어 사는 삶은참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삶입니다. 그게 또한 성경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말이지요, 오래 사는 것보다 하루를 살아도 의미있게 사는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내가 사는게 남에게 폐가 된다면 그건 의미 있는 삶이 아니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파모님.

philby  |  2012-02-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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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설화가 중동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걸 보면 홍수가 있긴 있었는데 홍수 이야기가 구전되다 글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실제 홍수가 일어난 시기보다 훨씬 후대겠지요? 이부분은 내사랑 아프리카님 전문분야일텐데...

홍수설화도 문서비평 시각에서 본다면 길가메쉬 서사시에 나오는 홍수 이야기보다 구약 홍수이야기가 더 세련되고 자세하니까 구약이 후대의 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와치독  |  2012-02-1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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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댓글에 저도 하나 추가해 봅니다.

약 1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북반구 지역을 덮고 있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는데, 약 7,000년 전 경에 이르러 지중해가 크게 불어나면서 지금의 터키지역을 뒤덮어 버렸던 지질학적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1993, 2007).

홍수가 났던 지역은 농사가 많이 발달해 있었던 지역이고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큰 자연재해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이 구전으로 당시 경험담을 세대를 거쳐 전하다가 성경에 옮겨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홍수관련 이야기는 philby님 말씀대로 성경 뿐 아니라, 바빌론 왕국을 노래한 길가메쉬의 서사시에도 나오고, 듀칼리온/피라 이야기 같은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 아일랜드 전설에도 등장합니다.

당시 지중해 홍수는 그 지역 local event 였지만, 그곳 거주민들에게는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은 충격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있어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CNN으로 생중계로 볼 수 있는 시절도 아니었고 말이죠.

와치독  |  2012-02-1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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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09/02/090206-smaller-noah-flood.html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내쇼널 지오그래픽 관련 기사 링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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