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최근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을 고르라면 토마님으로부터 소개받은 동물학자 France De Waal의 [Primates and Philosophers: How Morality Evolves]와 [The Age of Empathy: Nature's Lessons for a Kinder Society]입니다. 그의 책들은 인간처럼 동물도 얼마나 어떻게 타자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착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했을 때, 이런 표현은 어쩌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지 동물도 많이 착하고 도와 주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동물님들이 이런 "짐승만도 못한 인간"을 자기들과 비교하는 것을 엄청 싫어하겠죠. 저는 고양이를 두마리 키우고 있는데 충분히 동물님들의 착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같아요.
그런데 저의 독서적 영향에 또 하나가 첨가되었습니다. Thrift store에서 발견한 언어학자 George Lafoff의 [The Political Mind]입니다. 이 책은 전에 소개한바 있지만 어떻게 우리의 사고가 framed 되는지 은유적 표현이나 담론을 통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레이코프에 푹 빠진 저로서는 그의 다른 책들을 계속 읽지 않을 수가 없을 것같습니다.
그래서 이어서 짬나는대로 그의 다른 책 [Moral Politics: How Liberals and Conservatives Think] (제 2판),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2를 읽고 있습니다. 레이코프는 진보주의자 (liberals)은 언어사용에서부터 보수주의자들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언어 사용에서 두 캠프간의 차이를 단어분류를 통해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의 의도는 진보주의나 보수주의를 판단규정 (prescriptive)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 서술 (descriptive)하게 정리했다고 합니다.
극우든 극좌든 우리가 타자를 이해할 때 미리 규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나와 너무나 다른 타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왜 (why)와 어떻게 (how)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무엇(what)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안되죠.
보수주의 담론(discourse)에 나오는 말들:
character, virtue, discipline, tough it out, get tough, tough love, strong, self-reliance, individual responsibility, backbone, standards, authority, heritage, competition, earn, hard work, enterprise, property rights, reward, freedom, intrusion, interference, meddling, punishment, human nature, traditional, common sense, dependency, self-indulgent, elite, quotas, breakdown, corrupt, decay, rot, degenerate, deviant, lifestyle,
진보주의 담론에 나오는 말들:
social forces, social responsibility, free expression, human rights, equal rights, concern, care, help, health, safety, nutrition, basic human dignity, oppression, diversity, deprivation, alienation, big corporations, corporate welfare, ecology, ecosystem, biodiversity, pollution
등입니다. 각 단어가 사용되는 담론(담화)가 없어서 잘 와닿지 않을 수 있겠지만, 여기 게시판에서 토론할 때, 사용되는 단어들을 보면 어떤 사람이 어느 부류에 속한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레이코프는 진보와 보수는 방사적인 범주(radial categories)라고 합니다. 즉 각각의 입장은 중심 모델이 있고, 그 모델에 근거한 변형들이 죽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우선 레이코프가 사용하는 위의 언어의 분류는 주로 미국적 상황을 고려한 것같습니다. 인권(human rights)이라는 단어는 주로 진보적인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인데,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왜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북한의 인권은 외치지 않는가 불평합니다. 그런데 이 인권의 문제를 거대이념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보십시오. 가령, 여성의 인권, 미혼모의 인권, 게이와 레즈비언의 인권, 제 3세계 이주자의 인권 등등은 보수주의자들의 지배 담론에 사용되는 단어들이 아닙니다.
가령, 복지 문제와 관련해서, 보수주의는 개인의 성실함, 근면함과 책임을 묻고, 진보주의는 사회적 관심이나 돌봄을 묻습니다. 그런 입장들은 대화를 통해서 선명히 드러납니다. 이것은 종교적인 문제에도 그렇습니다. 오늘이 저의 스승이자 구주이신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기념하는 성금요일(Good Friday)인데, 보수주의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십자가 대속과 개인적 죄를 강조합니다. 그래서 복음성가에서 "예수여 이 죄인도 용서받을수 있나요 벌레만도 못한 내가 용서받을수 있나요" 등을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고,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고난을 사회적 고난으로 보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죄란 "소외"로 보고 사회구조적 개혁과 해방, 그리고 약자의 복지를 강조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진보적 보수적 입장의 차이는 우리의 일상, 선거, 토론, 사회적 활동 곳곳에 드러납니다.
어쨌든 레이코프 선생이 제시한 이러한 언어적 표현들을 통해서 나는 어디에 속하는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여러분은 어떤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십니까? 특히 정치와 사회에 관련된 여러분의 담론/담화(discourse)은 어떠하신가요? 여러분이 개인의 성실함, 개인적 성공, 책임, 권위, 자수성가 등등의 말을 많이 사용한다면 보수주의자에 가깝고 사회적 돌봄, 사회적 관심, 생태계 보전 등을 강조한다면 진보주의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것은 가치 판단 이전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갖는 방식입니다.
사람이 로봇이나 기계가 아닌 이상 사고(thought)나 동기(motive)가 없는 행동(action)은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고 "저 사람은 사고방식이 그래"라고 했을 때, 사고가 실천되는 통로(방식)을 통해서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말이 가능할까요? 레이코프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적 표현들은 무의식적을 표현된 것이 많다고 합니다. 이것은 프로이트나 융이 말한 무의식이 아니라 우리가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별생각없이 내뱉는 말들이 그 사람의 도덕성이나 사고방식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레이코프는 reflexive thought(반사적 사고)와 reflective thought(성찰적/반성적사고)를 구분합니다. 전자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사고이고 후자는 의식적으로 하는 사고를 의미합니다. 사람의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은 고스돕 칠 때라고들 하죠. 쩜 백으로 하면 그래도 한판에 수천원이 왔다갔다 하니 목슴 떼놓고 덤벼드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이런 행동을 반사적 사고라고 하고, 담배 필 때, 담배 한까치 빌려 달라고 하면 두말없이 그냥 주는 것은 담배 한모금 피고 연기를 내뿜을 때 깊은 성찰을 해서 그런지 모르죠 (농담). 고수돕 치면서 (이것이 일종의 게임인데), 게임에 지는 것도 기분 나쁜데 돈까지 잃으면 더 기분 나쁘니까 아예 밤을 새고 눈에 쌍불을 켜고 열받아 고수돕을 칩니다. 이러한 반사적 행동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의 성격이 확 드러난다는 것이져. 열받을 때 하는 행동에서 그 사람의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니까요. 실은 이런 열받은 순간에 나오는 말에서 오히려 일반적인 기초적인 도덕성까지 드러나게 됩니다. 레이코프 식으로 보자면 이럴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 다음에 시간이 되면, 레이코프 선생에 의지해서 보수주의자들이 좋아하는 말인 "상식" (common sense)의 "비리"를 폭로해 보겠습니다.
** 참조: 단어 liberalism이 혼돈을 줄 수 있는데, 고전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유주의 (theoretical liberalism)과 정치적 진보주의 (political liberalism)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레이코프가 말하는 자유주의는 정치적 진보주의를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