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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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이 좀 불편하다. 그래서 음악은 차분한 카바레 모드로 깔았다. 왜 클릭만 하면 음악이 자동으로 나오느냐고? 옵션이 아니라 패키지 포함사항이라 그러니 이해하시기 바란다.
시작하겠다.
나는 이 자스민이 누군지 몰랐다. 지금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판단할만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지금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전부다.
필리핀 출신 여성이라는 것, 필리핀 중에서도 열악한 지역인 민다나오에서 태어났다는 것,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것, 근데 그 남편이 급류에 휩쓸린 아이를 구하려다 사망했다는 것, 한국에서는 다문화 가정과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해 왔다는 것, 새누리당의 비례공천 15 번 후보로 제 19 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것, 선거기간 중에는 학력위조 여부를 둘러싸고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는 점 등이다. 그가 ‘완득이’ 등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는 배우라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세계최악의 인종주의가 횡행하는 대한민국같은 나라에서 외국인 귀화자의 신분으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는 사실자체가 세계토픽에 나올만큼 경이로운 일이다. 비록 그가 소속된 당은 내가 전혀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사실과는 상관없이, 일단 이 자스민 비례대표 당선자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다.
대한민국을 두고 “세계최악의 인종주의가 횡행하는 나라”라는 ‘너무 정직한’ 표현을 한 나에게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 인사들이 엄청 많을 걸로 짐작한다.
왜냐고? 대한민국은 세계최악의 인종주의가 횡행하는 나라니까. 거기다 국가라든가 민족같은 추상개념 주위에 삼중철조망을 쳐야 할만큼 엄청난 존경가치가 있는것으로 생각하는 인구비율도 높은 나라니까.
우선 내가 이 자스민이라는 이름을 온라인에서 처음 접한 사연부터가 비정상이었다. 그를 향해 십자포화처럼 쏟아지는 쌍욕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그가 무슨 파렴치범인 줄로 착각했었다. <외국인 불체자>로부터 시작해서 쓰레기, 그지, 세금 도둑년, 창녀 등등 온갖 비열한 표현들이 가득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이념의 좌우에 상관없이 손발이 척척 맞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좌우합작 외국인 마녀사냥에 참가하고 있는 ‘좌파’ 중에는 ‘새누리당을 까는 도구라면 인종주의도 선’이라는 피플도 즐비한 것 같다. 새누리당이 외국인 귀화자 한 명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킨 사례 하나가 ‘반외세 자주화운동’의 흐름을 이런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것일까?
한편 우파 진영에서 주로 나오는 주장은 ‘왜 대한민국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불법체류자 지원하자는 외국x 에게 세비갖다 바치느냐는 거다. 그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10 분 만에 계산해 낸 통계에 의하면 약 20 여 만 가구의 다문화 가정을 이 자스민이 내 건 공약대로 지원했다간 대한민국 전체가 하루아침에 거덜나서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한다.
내 기억으로 이념의 좌우에 관계없이 손발이 척척맞아 본 사례는 ‘이휘소 소설극장’ 이래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인종주의 대한민국 소리에 부글부글 심사가 불편해졌으니까 가라 앉히는 의미에서 ‘이휘소 소설극장’ 이야기나 쪼끔 더 하자.
이휘소 소설극장이란 1990 년대 초반 소설가 김진명이 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와 그 소설의 바탕이 된 공석하의 장편소설 <핵 물리학자 이휘소> 에 시사된 내용들을 실화로 잘못 해석한 나머지 벌어진 해프님이었다.
황당한 소리들 중 가장 핵심적인 스토리는 박정희의 정성이 담긴 비밀편지를 받은 이휘소가 박정희의 제안을 받아들여 다리 안에 핵개발과 관련된 기밀문서를 숨겨가지고 입국해서 박정희와 감격적인 해후를 했다는 이야기다.. 철저한 반유신론자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박정희 정권의 접근을 피하려고 주한미군사령부 용산기지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에만 머물렀던 이휘소 박사가 들으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만한 황당한 소리들이 사실로 받아들여졌었다. 당시에는 ‘수구꼴통에서부터 종북좌파’ 에 이르기까지 제정신을 가진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가짜 스토리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었다.
1990 년대 초반 벌어졌던 좌우합작 대 붕신쇼는 눈이 먼 민족주의에 그 감상적 바탕을 둔 것이었다면 2012 년 총선 직후 벌어지고 있는 좌우합작 ‘외국인 마녀사냥’은 인종주의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쇼의 성격과 장르는 다르지만 황당하고 천박하기로는 도낄개낄이다.
정말 가지가지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제노포비아는 이념이 아니다. 일종의 인격장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