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의 기자수첩(퍼온 글)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게 된 첫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 이자스민(35) 씨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은 크게 '3+알파'로 나뉜다.
◇ 초코렛 장식 얹는다고 초코 케익은 아니다
첫째는 자질이나 경력으로 볼 때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하는 지적이다. 텔레비전에 출연해 인지도가 높다는 것만을 보고 공천한 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력은 필리핀의 한 사립대에서 생물학과를 다니다 중퇴했고 필리핀에서 생물학과는 의대로 진출하게 되어있어 의대 중퇴라고 오해가 빚어진 적이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법을 전공할 필요는 없지만 입법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은 필요하니 우리 사회와 역사, 문화에 대해 전체 다문화가정을 대변할 만큼 경험하고 배웠어야 한다. 이것은 의정활동을 지켜보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 갈 일이다.
둘째, 새누리당의 공천이 정책적 비전과 검증을 통해 이뤄졌는가의 문제도 있다. 새누리당이 다문화가정 이주민들을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그들을 위해 당 차원에서 정책을 제시하며 열심히 뛰겠다면 좋다. 그것이 아니고 단순한 정치적 배려이거나 인기 영합전술이라면 곤란하다.
다문화가정의 이주민도 우리 사회의 당당한 정치적 주체가 되려면 대표 한 명이 국회에 앉아 있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정치와 정당의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 당내에 다문화가정을 담당하는 조직부서가 있고 이주민으로 구성된 보좌진이나 연구팀 정도는 갖춰야 이자스민 의원이 활동을 할 수 있다. 현재 새누리당에는 그런 부서가 없다. 국제국? 재외국민국? 여성국? 직능국? 이자스민 의원을 뒷받침할 국은 어디인가?
셋째, 이자스민 당선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이다.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일 뿐'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전형적인 제노포비아(Xeno phobia), 즉 분별없는 외국인 혐오증이다. 어디 출신이건 이미 한국인으로 귀화했고 이자스민 씨가 비례대표가 된 것은 다문화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이 우리나라 인적(人的) 자원 구성에서 중요한 축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갖는 포용력과 내공을 보여준다. 이것을 갖추지 못하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한 것이고 진정한 선진문화 강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 결혼 이주민이 20만 명, 그들의 자녀가 15만 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무분별한 외국인 혐오증은 고쳐야 한다.
이주민에 의한 사회적 문제나 범죄 때문이라고 이유를 대기도 하고 현실 속에서 충돌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이주민은 사회적응이 어렵고 생활고에 쪼들리는데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 언론에 더 강하게 노출된다. 조사나 처벌 과정에서도 이리 저리 손도 쓰고 사정도 하고 변호할 수 있는 내국인보다 훨씬 불리하다. 그런 점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국회로 진출한 한국인 여성들도 있다.
뉴질랜드 멜리사 리 의원. 2008년 집권당인 국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다. 이민 20년 만에 한인으로 최초 국회 입성이었다. 2011년 11월 비례대표 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해 소수민족부 정무차관을 맡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를 따라 말레이시아로 이주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호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친 뒤 1988년 뉴질랜드에 정착했다. 신문기자와 방송 앵커를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캐나다 상원의원 중에도 한국인이 있다, 연아 마틴, 한국 이름으로 김연아 씨. 21년 간 교사로 재직하다 2009년 한인 최초로 상원의원이 되었다. 여성이며 교육자라는 점 외에 소수민족인 한국계의 대표 자격으로 상원의원에 지명됐다.
캐나다 상원의원은 75세까지 '종신'으로 의원직을 수행한다. 정치입문 3년 만에 상원 사무총장자리에 올랐고 인권과 이민자 처우 개선과 교육, 빈곤 퇴치에 힘을 쏟고 있다.
◇조선일보의 꼼수에 놀아나는 지상파 방송
이제 '3+알파'의 알파를 살펴보자. 이자스민 당선자가 새누리당 소속이기 때문에 SNS나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이자스민 후보에 대한 심각한 인종차별적인 발언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고 보수신문들이 보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사람들은 이자스민 씨에 대한 인종 차별적 발언이 인터넷과 트위터에 등장은 하지만 결코 많지 않고 오히려 인종차별을 걱정하는 발언들이 대다수였다며 조중동 신문의 보도에 대해 갸우뚱하고 있다. 오히려 보수신문의 보도에 호응해 인종차별이 극심하다는 보도를 열심히 퍼 나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했다.
그런데 지난 16일 MBC <뉴스테스크>가 '새누리 이자스민 인종차별 공격 난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문제는 MBC <뉴스데스크>가 트위터 화면을 보여주며 "매매혼으로 한국에 왔다고 비난한다, 쌍욕을 퍼부으며 제 나라로 돌아가라 한다..." 등 인종차별 발언이 난무한다고 보도했으나 한 블로거가 뉴스화면에 흐릿하게 배경으로 비친 트위터 글들을 일일이 찾아내 대조한 결과 '인종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쌍욕을 퍼붓는다고 인용한 대목도 그렇게 욕을 한 게 아니라 그런 인종차별 발언이 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를 일방적이라며 꾸짖는 내용을 살짝 오려내 확대해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결국 화면을 조작연출했다는 결론이다. 이와 유사한 보도가 KBS, YTN에서도 방송돼 함께 비난을 받고 있다.
보수신문 중 가장 인종차별 발언들을 심각하다고 문제 삼은 <조선일보>의 움직임은 따로 생각해 볼만하다. 그동안은 외국인 이주민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최근에도 '조선족 연쇄살인범'을 강조하며 조선족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겼다.
또 '오야지까지 꿰찬 외국 인력들'이란 최근의 노동현장 관련 기사에서도 "막노동으로 시작한 조선족 인력이 10년 이상 공사 현장에서 기술과 경력을 쌓으면서 인맥과 노하우가 생겨 속칭 '오야지'(작업반장)급으로 진출했고, 이들은 다시 값싼 외국 인력이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서비스 업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 일부 대형 식당에선 내국인 종업원이 '소수'가 되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였다.
그렇다면 이번에 인종차별 발언을 부각시키려 힘을 쏟은 건 무슨 까닭일까?
결국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자꾸 늘어나는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SNS 공간 사람들'이라는 이름을 빌려 마음껏 풀어냈고, 진보세력 쪽 사람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가는 한편 새누리당의 이자스민 씨 공천에 대한 검증 공격을 눌러 버리는 '일타 삼피'의 절묘한 수를 편 셈이다.
여기에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텔레비전 방송사는 이를 베껴 화면 연출까지 하다 욕을 먹었으니 조선일보로서는 자기네 종편채널의 경쟁자인 MBC KBS YTN 까지 덤으로 물 먹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리 되면 '일타사피'가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