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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비둘기호 기차가 타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비둘기호가 사라진지 오래다.
어디에 가면 그 기차를 탈 수 있을까?
당일치기로 다녀올만한 구간을 찾아 보았다.
'남똑'에 다녀오기로 했다.
천정에서 선풍기가 돌아가는 3등 완행열차다.
남똑으로 가는 기차는 카테리니 행 기차보다 10 분 일찍 떠난다.
떠난 후 세 시간 쯤 지나 칸차나부리 역에 도착한다.
칸차나부리 역에서는10 분 정도 정차한다.
정차하는 동안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는 몇 량의 외국인 전용 객차들을 연결한다.
방콕에서 현지인들을 태운 기차를 끌고 온 기관차를 일단 분리하여 외국인 전용차량 앞에다가 연결하고,
다시 외국인 전용차량을 후진시켜 방콕에서부터 온 객차들에 연결하는 식이다.
기관차와 외국인 전용차량을 연결할 때 한 번, 그리고 외국인 전용차량과 일반 객차들을 연결할 때 한 번,
모두 두 번 연결작업을 하는데, 연결할 때의 충격이 상당히 큰 편이다.
객차와 객차가 연결을 위해 서로 부딪힐 때마다
외국인 전용차량에서는 “Wow” “What the heck?” 을 비롯하여 제각기 자기 나라말로 질러대는 탄성과 비명소리가 요란하다.
그 중에는 “다 부셔라 부셔” 하는 한국말 목소리도 어김없이 끼어있다.
칸차나부리 역에서 외국인 전용차량을 앞대가리에 가져다 붙이는 이유는
여기서부터 ‘The Bridge of the River Kwai” 여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전용차량은,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가는 100 밧 자리 ‘이코노미 클래스’와
딱딱한 나무의자 위에 방석 하나씩을 깔고 앉아가는 300 밧 짜리 ‘비즈니스 클래스’로 나뉘어 진다.
외국인들은 여행 구간에 관계없이 등급에 따라 100 밧, 또는 300 밧을 내야한다.
일반객차의 푹신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가는 현지인들 눈에는
푹신푹신한 의자 놔둔 채,
비싼 돈 더 내고 나무의자에 방석깔고 앉아 가는 꼴이 약간 이상하고 의아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외국인 전용차량은 칸차나부리에서 남똑까지 갔다가 다시 칸차나부리 역에 돌아오면,
기관차에서 분리되어 칸차나부리 역에 홀로 쓸쓸히 남겨진다.
기관차는 현지인들을 태운 일반객차들만을 데리고
구슬픈 기적소리와 함께 다시 방콕을 향해 출발한다.
많지는 않지만, 방콕까지 가는 외국인들은
칸차나부리 역에서부터 일반객차로 옮겨타야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멍청하게 자리에 그냥 앉아 있다가는
기관차 떠난 객차에 남아 새가 되는 수가 있다.
싸르니아는 아예 남똑 역에서부터 일반객차에 올랐다.
남똑에서 방콕까지는 다섯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에어컨이 없어도 생각보단 덥지 않다.
지루하지도 않다.
하루종일 초롱초롱한 눈으로 재미있게 기차여행을 했다.
기차 안에서 '홍익회' 이모가 파는 도시락과 과일을 사 먹었다.
고구마 과자도 한 봉지 샀다.
태국 고구마 과자는 등고선 무늬가 없다.
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들은
엄청나게 키가 큰 바나나나무와 옥수수나무들
그리고,,
방콕에 가까워지면서부터 철길 양 옆으로 늘어선,,,
정말 차창 밖으로 손을 뻗으면 닿는 (닿을듯한-이 아니고) 거리에 있는
기차길옆 오막살이 집들이다.
죽음의 철도공사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9 만 여 명의 동남아시아인들의 넋을 구천에 남겨둔 채,,
내가 이 연합군 묘지에 먼저 참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