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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끝났어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군요. 축하해요.
싸르니아는 직접, 보통, 평등, 비밀선거를 통한 다수결 선출을 가장 보편 타당한 민주선거제도라고 인정해요. 아직까지 인류의 능력으로는 이보다 더 보편 타당한 선거 제도를 찾아내지 못했으므로 아무리 엉쭝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도 거부할 수는 없어요.
일단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축하까지 할지 말지는 각자 선택이지만 싸르니아는 축하도 해 드리겠어요.
싸르니아는 오늘 하루종일 박근혜 당선자에게도 과연 좋은 점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았어요.
노력끝에 두 가지를 발견했어요.
첫째는 그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거라는 점이고,
둘째는 그가 특별한 종교를 가지지 않았다는 점이예요.
놀라운 것은 제가 선거 전에는 이런 좋은 점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는 언젠가 자신이 카톨릭 신자임을 밝힌 적이 있지만, 그건 아마도 자기 모교 (서강대)를 떠 올리고 엉겁결에 둘러댄 말 같고, 아무튼 특별한 종교가 없는 것은 확실해요.
그가 여성이라는 걸 그다지 실감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가 페미니즘과 관련된 어떤 논리적 견해도 표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섬찟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와 말투에서 느껴지는 '성정체성'상의 중성적 image 때문이었어요.
암튼 그건 그렇고요.
박근혜 당선자가 앞으로 가장 중요하게 상대해야 할 두 사람,
즉 일본의 새 총리, 그리고 주한미국대사와의 인연이 참 기구하고도 기묘해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며칠 전, 일본에서 벌어진 총선에서는 자민당이 압승하고 아베 신조가 총리가 되었어요.
이 달 28 일 인가 공식 취임한다고 해요. 이 사람 몇 년 전에도 총리를 한 거 같은데 남들은 한 번 해 먹기도 어려운 총리를 자주 하네요.
박근혜 당선자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예정자는 참 운명적 인연같아요.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는 잘 알려진대로 기시 노부스케라는 사람이예요.
기시 노부스케는 제국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식민관료를 하다가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체포된 경력이 있는 사람이예요. 도조 히데키 전쟁내각에서 상공부 장관으로 전시물자공급 총 책임자였지요.
박근혜 당선자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는 같은 만주국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지만, 실제로 그 두 사람은 그 시대에는 서로 만난 적이 없고, 1961년인가 62 년, 박정희 씨가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에 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서로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되어요.
그때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수상 이었던 기시에게 5.16 쿠데타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했어요.
“명치유신의 우국지사들을 떠 올리면서 군사혁명을 했습니다” 라고요.
기시 노부스케는 원래 본명이 사토 노부스케였는데 그에게는 동생이 있었어요. 사토 에이사쿠라고 해요. 사토 에이사쿠는 1960 년 대 중반 일본 수상을 했어요.
바로 이 사람이 그 유명한 독도밀약을 이끌어낸 장본인이예요.
박근혜 당선자는 자기 아버지가 선생님으로 모셨던 사람의 외손자를 일본국의 총리로 만나게 되었군요.
동시에 그 일본국 총리는 박근혜 당선자 아버지에게 독도를 팔아먹는 비밀 계약서에 서명을 해 준 사람의 외조카손자이기도 하고요.
Sung Y. Kim 주한미국대사의 심경은 지금 어떨까요?
Sung Kim 은 1973 년 어느 날 밤 갑자기 가족들과 함께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야반도주를 해야했던 비운의 소년이었어요.
살인미수범의 아들 신세가 되어 미국으로 쫓겨 간 그 소년은 37 년 후, 놀랍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주한미국대사가 되어 지금 서울에 있지요. 그의 아버지에게 살인교사를 한 장본인이 바로 박근혜 당선자의 아버지였어요.
자기 아버지를 하루아침에 파렴치범 신세로 만든 사람의 딸을 앞으로 두 달 후면 주재국의 대통령과 대사의 입장으로 자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야 할 처지가 되었군요. 물론 사적인 문제때문에 공적인 업무를 왜곡시킬 인물은 아니지만 어쨌든 기분은 참 묘할 거예요.
선거결과 놓고 마음 상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오늘은 그냥 그런 거 다 접어두고 앞으로 자주 만날 세 사람의 기구한 운명을 생각해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