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음악은 앵콜이므로 1 년 만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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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화 혁명> 이라는 말이 있다. 책 제목이다. 원제는 The Measure of Reality..
여기서 Reality 는 그 의미상 <현실> 보다는 그냥 <세상>이라고 번역하는 게 낫겠다. 세상을 측량하는 기술,, 즉, 주변 사물의 제원과 운동법칙을 수학적으로 규명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적어도 15 세기 이후에는 유럽이 이 기술에서 우위를 점했던 모양이다.
바로 이 기술을 선점함으로써 유럽은 향후 수 세기동안 전 세계를 물리력으로 지배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수학을 더 잘했던 사람들이 세계를 집어먹은 것이다.
나는 이제부터
수학선생님을 이뻐하기로 했다.
말라카를 최초로 지배한 포르투갈에 이어 두 번 째 침략자가 상륙했다. 네델란드인들이었다.
그들은 언덕 위에 있던 포르투갈 교회를 파괴한 뒤 묘소로 만들어버리고 그 아래에다 저 교회를 새로 지었다.
저 교회를 보면서 왜 뚱딴지 같이 영화 <여고괴담> 광고문구들과 나레이션들이 떠 올랐는지 모르겠다.
<우리 교회에 놀러 오세요!>
한 아이가 리스본에서 왔다. 수학을 잘했다. 그 아이가 죽었다.
한 아이가 암스텔담에서 왔다. 수학을 잘했다. 그 아이가 죽었다.
한 아이가 런던에서 왔다. 수학을 잘했다. 그 아이가 죽었다
한 아이가 도쿄에서 왔다. 수학을 잘했다. 그 아이도 죽었다.
찬송가 소리에 이어 축도하는 소리가 들렸다.
"말레이해협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식민지 약탈을 무사히 해 먹을 수 있도록 우리를 보살펴 주시옵고, 시간나시면 저 야만적인 원주민들에게도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가끔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나 살짝 미친 거 아닐까?
네델란드군과의 전쟁 중 폐허가 된 포르투갈 교회 St. Paul Church.
지붕이 사라지고 건물벽만 남았다.
졸지에 상이용사가 된 폴 (바울) 선생
오른쪽 손모가지가 잘려나갔다.
포르투갈은 고지전에 실패했다. <악어중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덕 위 교회는 그대로 사제와 병사들의 무덤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비오는 밤이면 저 나무 뒤 언덕 위에 있는 교회묘지에서는 기분나쁜 울음소리같은 것이 들려오곤 한다.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야 잘자라 ~~
실제 묘소주인들은 성직자들이 많다.
싱가포르에서 말라카가는 버스는 종류가 많다. 회사도 제각각이다. 그 중 하나 고르면 된다.
내가 고른 버스는 이렇게 생겼다. 네 시간 쯤 걸렸다.
말라카 센트럴 버스터미널에서 시내 중심에 가려면 시내버스 17 번을 타야한다. 요금은 1.5 링깃이다.
말라카는 예쁜 도시다. 시간을 내서 들러볼만하다. 정확히 말하면 예쁘게 낡은 도시다.
토요일에 가면 주말시장을 볼 수 있다. Jonker Street 에서부터 차이나타운에 이르기까지 길고 좁은 길과 주변 골목에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즐비하다. 토요일 저녁에는 말 그대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 같지만, 실제로 여기저기 박물관들이 산재해 있다.
내가 간 곳은 Muzium Istana Kesultanan Melaka. 15 세기 말라카 술탄왕국 시절에 술탄 (이슬람왕국의 정치지도자를 지칭하는 이름) 이 실제로 거주하면서 집무를 보던 술탄궁전이었다.
때마침 국가반역혐의로 끌려온 한 피고인에 대한 특별군사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이 재판은 술탄 이스칸다르 샤라가 직접 주재했다. 술탄은 피고인에 대한 판결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반술탄, 반이슬람 종파분자'이며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ㆍ음모가인 피고인의 머리 위에 내려진 증오와 격분에 찬 우리 왕국 신민들의 준엄한 철추에의 요구가 하늘에 다다랐다. 천인공노할 반역행위를 저지른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쓰레기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피고인에 대한 사형집행은 판결 19 시간만에 집행됐는데, 판결과 집행 사이의 간격이 가장 짧은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 기록은 약 500 년 후인 1975 년 4 월 9 일 새벽, 말라카 왕국으로부터 동북쪽으로 약 4 천 여 킬로미터 떨어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법무부에 의해 '18 시간'으로 새롭게 갱신됐다.
주말에 시간나시면 말라카에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