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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건설) 첫 여성임원 이경숙 상무...
작성자 운영팀.     게시물번호 6935 작성일 2014-01-01 12:37 조회수 3476
앨버타주에서도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GS건설이야기라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GS그룹 첫 여성임원 이경숙 상무
입사 23년만에 GS건설 임원에
건설업계서도 전무후무한 기록
“청소·커피 심부름에 임금차별
이 악물고 견디며 바꿔나가…
여자라서 못할 이유 전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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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럭키엔지니어링(현 지에스(GS)건설)에 입사한 50명의 대졸 사원 가운데 여성은 그를 포함해 단 3명뿐이었다. 부서마다 컴퓨터가 한두대에 불과하던 시절, 직원들이 손글씨로 써온 문서를 타이핑해주는 직원들이 별도로 있었다. 그도 문서를 내밀었다. 돌아온 답변은 당혹스러웠다. “니가 쳐!” 남자 동료들이 가져온 문서의 타이핑은 군말없이 바로 해줬지만, 여직원들에게는 그런 편의를 제공해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억울했지만 이를 앙다물고 컴퓨터 자리가 빌 때를 기다려 일을 마치곤 했다.

그는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지에스그룹의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이 된 이경숙(47·사진) 지에스건설 상무다. 건설업계 전체를 통틀어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역삼동 지에스타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신입사원에서 상무가 되기까지, 그가 거쳐온 23년 간의 직장생활은 이른바 ‘유리천장’(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을 깨는 고단한 여정이었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원래 정유회사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한창 ‘잘 나가던’ 정유회사에 지원하려고 취업설명회를 갔다가 “여자는 안뽑을 거니까 괜히 헛수고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정유공장을 짓는 일을 하는 엔지니어링업계가 그를 받아줬다.

입사 초기부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행해지는 이런저런 부당한 대우에 맞서야 했다. 남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서 책상을 닦고 손님이 오면 커피 심부름을 해야 했다. ‘플랜트 프로젝트’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 이런 부가적인 일까지 떠맡아야 했지만, 임금은 같은 직급의 남성에 견줘 83%에 불과했다. “상사에게 건의를 했어요. 후배들이 버젓이 있는데도 내가 매번 커피를 가져다주면, 외부에서 업무차 온 손님들이 내 말을 얼마나 신뢰하게 될까 싶더라구요. 그나마 회사에다 건의를 하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이런 문제로 따지면 ‘니가 안하면, 누가 하냐’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입사한 지 3년여 만에 남자 동기들과 임금 수준이 같아졌다고 그는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고비는, 외환위기 직후에 몰아친 대량 감원의 후폭풍 과정에서 겪었다. 900명의 직원 가운데 300명이 회사를 나가야 했다. 당시 여직원들은 권고사직 우선 순위였다. “남편이 돈을 벌지 않느냐”가 이유였다. 이 상무도 임원으로부터 사직을 권유받았지만, 평소 그의 업무 성과를 인정해준 직속 상관(부장) 덕분에 감원 한파를 비켜갔다.

야근이 잦은 건설회사에서 일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98년에는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떼어놓고 프로젝트 참여차 중국에서 2년 가까이 근무를 하기도 했다. “매일 밤늦게 유치원에 가서 아이를 데려오다 보니, 어 날은 아이가 아예 집에 혼자 있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마음이 참 심란했어요. 제대로 직장생활을 하려면 최소한 3명 정도가 번갈아가면서 도와줘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허허벌판에 공장 설비가 들어서고 하나 둘씩 조명이 켜질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고 이 상무는 말한다. 2007년, 부장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맡은 지에스칼텍스 여수공장(No2.HOU) 프로젝트를 가장 잊을 수 없다. “간혹 ‘험한 일’이 많은 건설회사에서 여자가 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드러내는 분들이 있어요. 플랜트는 한번에 수천명이 참여하는 수십억원대의 프로젝트가 많은데, 그만큼 ‘하모니’(조화)가 중요합니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도록 조율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딱히 여자라서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임원이 되고 나서 주변에선 ‘연예인보다 더 유명해졌다’고 그를 추켜세웠다. 첫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로 수많은 언론 매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가 입사할 때와 달리, 지금은 여직원이 300명 이상 됩니다. 그들이 임원이 될 때는 더 이상 인터뷰할 필요도 없을만큼 숫자가 늘어나 있겠죠? 신문에 나는 거 진~짜 싫거든요.(웃음)” 연봉이 두배 가량 오르고 그랜져 차량이 지원되는 것 말고도, 그에겐 임원이 되고나서 달라진 일상이 하나 더 있다. 사내에서 여직원들과 만날 때마다 “당신들도 최소한 상무되기 전까지 (회사) 그만두지마!”라는 인삿말을 건네는 일이다.

글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http://m.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179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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