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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유언비어 퍼뜨리는 사람들은 진짜 누구일까여?
작성자 내사랑아프리카     게시물번호 6940 작성일 2014-01-01 23:54 조회수 4248

항상 침묵으로 일관하시던 수첩여왕께서 요즘 말씀을 자주하십니다. 그 중에서 한 말씀이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하여 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는 이런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개혁의 근본 취지는 어디로 가 버리고 국민의 혼란만 가중될 것라고 하시면서 유언비어 퇴치론을 들고 나오셨다라고 카들 합니다. 아마도 여왕님께서는 유언비어라는 말이 굉장히 무시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사실 "유언비어"라는 말이 한국에서 나름대로 학문적으로 정리된 책은 원우현 편집 [유언비어론] 제 3쇄, 청람문화사, 1989가 가장 본격적인 것이 아닌가 제 나름대로 짐작해 봅니다. 이 유언비어라는 말은 이 책 편집자도 언급했듯이 영어로는 rumor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소문이라는 말이죠. 동아 새국어사전엔 유언비어를 "아무 근거없이 널리 퍼진 소문"이라고 정의내리고 있지만, 위의 펀집된 책안에 있는 논문의 저자인 Tamotsu Shibutani는 "주로 사람들의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권위있는 소식원의 확인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해 관련 집단의 상당부분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서술, 예상 또는 설명을 가리킨다"(원우현 7면)고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정의를 따른다면, 여왕님게서 왜 철도노조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소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충분히 짐작하실 것입니다. 다리가 저리신 모양이겠죠.

그런데 유언비어라는 말은 이미 상당히 때가 묻어서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힘듭니다. 유언비어의 기능에 대해 권력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박정희 때나 전두환 때라는 독재시대라고 본다면, 진실이 이른바 대중매체라는 공식루트를 통해서 전달되지 않을 때, 유언비어가 중요한 정보쏘스로 통용됩니다. 옛날엔 이것을 아마도 "유비통신"이라 하였다죠. 유언비어나 유비통신이나 이러한 소문이 통용되는 구조는 거의 같으니까 그냥 동의어로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래서 Tamotsu Shibutani에 따르면, "권위있는 뉴스를 박탈당한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추측하게 되며 저마다 가지고 있는 정보를 무엇이든지 하나하나 모은다. 보고 들은 모든 정보는 그것이 당연한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해석되며, 그 결과 지배적인 판단은 가장 그럴듯한 것이 된다"(13쪽).

특히 유언비어 또는 rumors에 사람들이 귀를 깊이 기울이는 것은 바로 언론출판집회결사 등이 자유롭지 않은 독재정권 또는 권위주의 정권 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찌 때 유인물을 목숨걸고 돌리거나 박정희 전두환 때 유인물 돌리고 대자보를 몰래 쓰는 이유는 사람들이 진실을 제대로 모르고 이른바 어용언론에만 의존할 때 많이 일어났다는 것은 다들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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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막 인기를 끈다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제 5편을 집에서 보길래 저도 봤는데, 경찰에 찾아간 사람이 이렇게 일갈합니다. "이건 엄연히 공권력이 주도해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거 아닙니까?"라고 합니다. 경찰이 누구시냐고 묻자 이 "천송이 빠돌이요!" 저는 이 말에 뼈있는 진실이 들어있다고 봅니다 (드라마 44분에 나옴). 어쩌면 드라마 작가가 지난 주 여왕님의 발언을 듣고 이 대화를 삽입해 넣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번에 철도노조 파업철회에 대해서 새눌당의 김무성 의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위의 드라마를 보면서 혹시 "찌라시" 발언한 의원이 이 사람이 아닐까 검색해보니 그렇군요. 새누리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으로 유출/열람하여 대통령 선거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이는 가운데, 김무성 의원이 대선유세 때 한 발언의 이 유출자료와 너무나 비슷해서 물어보니 한다는 말이 자기 정보의 출처가 "찌라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사람은 무혐의 처리되었습니다. 짐작이지만 권력을 틀어쥔 여왕님 당에 계시니까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요? 원본하고 찌라시하고 내용이 거의 상동하다는데요. 그런데 이분이 철도노조 파업문제를 해결한 브로커였다니, 참 한국 사회 알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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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유언비어는 두가지가 가능합니다. 하나는 이른바 모든 정보를 틀어쥔 지배집단이 대중을 조작하려고(manipulate) 하는 것과 이러한 정보를 독점하는 억압체제에서 진실을 캐려고 노력하는 대중들의 노력 두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인지하다시피 지난 1년간 끊임없이 국정원은 정보 물타기로 대중들을 혼란스럽게 하였고, 여기에 덩달아 새누리당 등등에서는 정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비판적이면 종북, 친북, 좌파로 몰아갔습니다. 그러니까 조작적 유언비어의 출처가 어딘지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대중의 여론조작을 극렬하고 극악하게 한 집단들이 이사람들이 아닐까요?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정보를 완전히 날조하여 무고한 생명을 8명이나 앗아간 인형당 조작사건입니다. 클립보드님께서도 언급하셨지만, 세계 최단시간인 18시간만에 사형을 집행한 사건은 바로 박정희 정권 때 일어난 것입니다. 이분들은 모두 무죄로 최근에야 사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 12월 23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법원은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족들은 회한에 받쳐 오열했다. 그리고 또 다시 4월은 찾아왔고 산과 들에는 진달래가 어김없이 붉은데,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http://k.daum.net/qna/view.html?qid=4xnlW

저는 박근혜님께서 "유언비어" 운운하시는 것을 보고 도대체 정신이 제대로 박힌 분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른바 유언비어가 가장 중요한 정보원(sources)인 시대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던 분이 이런 발언을 하시는 것은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박근혜님이 해야 할 일은 공포의 정치 (the politics of fear), 불통대통령이 아니라 소통하는 대통령, 관용하는 대통령, 포용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여왕님께 가장 심각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말인 "유언비어"라는 발언을 2013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즈음에 하셨으니 이분 옆을 보좌하는 대원군을 포함해서 비서진은 진짜 모자라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것같습니다.

Tamotsu Shibutani는 유언비어가 항상 나쁘게 보면 안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즉 "유언비어는 집단문제 해결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사회변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유언비어는 병적이기는커녕 전체적인 사회과정의 일부이며, 무상한 인생과 대결하는 끊임없는 인간 노력의 중요한 한 측면인 것이다" (원우현 18쪽). 저는 이 편집번역된 위의 한글책을 보고 감동을 받고 몇년 전에 이분의 Improvised News: A Sociological Study of Rumor (1966)을 구해서 좀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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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 보듯이 소문 또는 유언비어라는 것은 임시변통의 뉴스입니다. 바로 유언비어는 사회가 문제가 생겼을 때 집단적으로 문제해결하려는 (collective problem-solving) 단계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것이라고 글쓴이는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rumors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제 2차 세계대전 때, 북미의 일본계 사람들이 일제협력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강제수용을 당한 것은 바로 잘못된 정보와 소문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전시상황에서는 불가피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그대로 돌아갑니다.  Tamotsu Shibutani는 모든 지식은 사회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지식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이 되려면 소통이 자유롭게 원만한 사회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국민의 절반을 종북좌파로 몰아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일 수 없습니다.

광복군 출신이자 박정희를 열등의식을 갖게 한 민족민주투사인 장준하 선생, 하지만 박정희 치하 때 의문사를 당한 선생의 미망인 김희숙여사를 박근혜님이 만나며 유감을 표현할 때 저는 이 분이 괜찮은 분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동안 즉 박정희 이후 당한 설움을 앙갚음하는 분으로 여겨져 씁쓸합니다. http://blog.daum.net/rich0770/12074631

박근혜님께서 처음부터 국정원 개혁을 분명히 하고 사회화합을 지향했다면 정권퇴진이라는 주장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는 커녕 아버지때 써먹은 정보통제를 지금도 써먹을려고 하시는 것을 보고 역시 사람들은 보고, 듣고, 배운대로 행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비정상의 정상화"는 아무 때나  쓰는 것이 아닙니다. 이른바 박근혜님의 주장대로 현 한국 사회가 비정상이라서 유언비어가 난무한다면, 그 유언비어를 생산하는 주체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유언비어와 비정상"을 주장하는 이 분은 그러한 사회적 지식을 생산하게 하는 비정상적인 주체가 자신인지도 모르고 남의 면상을 향해 비정상이라고 외치는 격입니다. 먼저 알만한 나이가 되셨으니 거울 한번 더 보시구요. 그래서 서정주님의 국화꽃 시 한수 선사합니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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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uk2  |  2014-01-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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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분의 시로 올려주세요,서정주는 박정희는물론이지만 전두환 정권에 앞장서며 전씨찬양 헌정시까지 올린사람입니다.80인가90생일에 낭독한글은 듣기 역겹기까지합니다.기회가 있으시면 이사람도 비판해주세요, 제한계는 여기?

내사랑아프리카  |  2014-01-02 11:55         
0     0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린 것입니다. ^^

baduk2  |  2014-01-02 12:32         
0     0    

그래서 제한계는 여기, 앞으로는 우리가 잘못알고있는 유명한 인간들 시리즈로 글 부탁드립니다.

내사랑아프리카  |  2014-01-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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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용은 인터넷에서 왠만하면 다 찾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런데 글 올리는 것 사명감갖고 올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안에 대해서 평소에 읽고 생각한 것을 즉흥적으로 올릴 뿐입니다. 유언비어론은 소통이론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냥 평소에 알고 있었고, 마침 박근혜님께서 으름장을 놓으시길래 생각나는대로 올렸을 뿐이죠. 모든 사람에게는 앎의 한계가 있고 자기에게 어울리는 주제가 뜨면 그냥 글을 올리는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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