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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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보도가 실린 씨엔드림 종이신문을 읽고 맘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분들의 연배는 대체로 나보다 열 살에서 스무 살 정도 많고, 성별로는 누님들보단 형님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는 소문도 접했다.
우선 시국선언에 참여한 알버타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선언문을 읽고 맘이 크게 상하셨다는 동포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종이신문을 보는 그 형님 누님들 중 몇 분이 온라인 게시판에 들어오시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그분들과 가벼운 잡담이나 하자는 기분으로 가벼운 맘으로 글을 올렸다.
그 형님 누님들이 좋아할 것으로 예상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 부터 시작해 보자. 여기서 처음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며칠 전 비슷한 분들과도 나눈 적이 있는 이야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또 무슨 친일파 유신독재 궁정동 서부활극 같은 이야기로 포문을 열거라고 예단을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런 단순한 이야기 하려는 거 아니니까 끝까지 듣고나서 의견 있으면 주시길 바란다.
지난 해 말, 박정희를 찬양하는 목사를 가리켜 멍충이라고 빗댄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거기서는 목사라는 구체적인 한 인물을 사례로 삼았지만 사실 이 말은 박정희 찬양론자 전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었다. 만일 그 멍충이 목사를 비롯한 박정희 찬양론자들이 독일에서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네오나치가 되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히틀러를 찬양하는 집단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히틀러의 만행과 박정희의 폭압을 질량으로 비교할 수는 없으되 네오나치나 박정희 찬양론자들이나 사고방식의 수준은 같은 과에 속하기 때문에 그런 추론을 하는 것이다.
박정희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자주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업적이고 기적이다”
시국선언 읽고나서 "이런 빨갱이같은 넘들이 있나!" 하고 장탄식을 연발하신 형님들과 누님들도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그 '빨갱이같는 넘들' 중의 하나인 싸르니아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파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모델은 지금 어느 저개발국이 다시 차용한다해도 결코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알버타 애국보수 형님 누님들도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싸르니아도 그렇게 생각한다 (놀랐죠?)
근데,,,,,,
이 말을 뒤집어 말하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유일무이한 일회적이고도 우연적 사건이었다는 것,, 즉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모델은 아무 자원도 기술력도 없는 최빈국이 선택할 수 있는 모범답안이나 교보재가 전혀 아니었다는 말과 같은 뜻의 문장이다. 아마도 박정희는19 세기 후반 압축성장을 한 일본의 후발독점자본주의를 모델로 삼아 그 100 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그런 모험을 감행했을 것이다.
이제 좀 어려운 질문을 하나 해 보자.
유신독재가 없었으면 (현재와 같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이 가능했을까?
이건 좀 복잡하고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질문인데, 싸르니아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시라고? 빨갱인줄 알았는데 박정희 찬양론자였잖아 !!)
폭력기구로서의 국가독재가 없었다면 강제적인 자본동원과 특혜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신독재란 다른 게 아니었다. 운명을 건 대도박에 판돈을 쓸어모으기 위한 폭력적인 갈취조직이었던 셈이다. 1972 년부터 1979년 까지의 한국 자본주의를 관료독점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이유는 유신독재의 경제관료조직이 은행과 자본에 대해 자기들의 의사결정을 관철시켜 나갔기 때문이다.
지력과 양심을 동시에 갖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 즉 (경제성장과 유신독재) 에서 심각한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모든 세상사에 선이면 선 악이면 악, 한 면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엄연히 존재했던 역사를 각색하려고만 시도한다. 박정희를 반대하는 쪽은 아마도 그 도박의 주인공 명단에서 박정희를 빼고 싶을 것이고 박정희 찬양론자들은 그 도박을 선견지명으로 바꾸어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싸르니아가 만일 박정희 찬양론자였다면 선견지명 운운 하는 엉터리 소리를 하는 대신 이렇게 주장할 것 같다.
“박정희 그 넘이 난봉질을 일삼은 노름꾼이긴 하지만 돈을 따 왔으니 조금 봐 줍시다”
왜 우파진영에는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 놓는 사람이 없을까? (나를 대한민국 국정원에 채용해 줘!!)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가치를 부여하고 박정희를 찬양하려면 유신독재를 같이 찬양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버린다. 이 두 가지 즉1970 년대 관료독점자본주의와 유신독재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좋을까?
오늘의 서구 선진자본주의가 높은 수준의 복지와 인권을 누리고 있는 그 물질적 배경에는 수 세기에 걸친 참혹하고 잔혹한 식민지 약탈사가 자리잡고 있다.
그 본원적 자본축적의 대상을 국내의 저곡가-저임금 민중들의 피와 땀으로 삼았던 1970 년대 대한민국 경제발전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약탈 대상이 주로 외부였느냐 내부였느냐가 다를 뿐이었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가 함유하고 있는 다양한 면을 관조하면서 아이러니와 딜레마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민거리와 토론거리가 생긴다고 본다.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가치를 도구로 하여 어느 한 면만 선택해서 재단하고 심판해선 안 되듯이, 그 반대의 경우, 즉 과거의 암울했던 역사적 조건 아래서 일정한 물질적 성과를 가져다 준 나쁜 가치들, 즉 독재,노동착취, 무한경쟁, 식민지 약탈 같은 것들을 오늘에도 적용해야 할 선한 가치로 둔갑시키려고 하는 시도 역시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정도가 아니라 정말 사악한 행위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시대의 가치를 이 시대에 적용해도 되는 가치인 것 처럼 선전하고 강요한다는 데 있다. 선전과 강요에 국가의 공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이거 아주 위험한 사람이다. 자기 머리에서 나온 것 같지는 않고, 지난 8 월 친위 쿠데타 이후 등장한 친유신 극우 이론가들에 의해 지도받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
유신독재의 나쁜 점만 배워 써 먹고 있는 그의 딸을 위해 그 암울했던 시대의 나쁜 가치를 오늘에도 적용해야 하는 가치인 것 처럼 선전하고 있는 일부 우파논객들.. 참 나쁜 인간들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이렇게 사악한 자들이 설쳐대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여기에 대한 싸르니아의 대답은 '예스' 이다.
설쳐대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바로 이들이 권력 중심을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오죽하면 친박출신 새누리당 김무성 조차 '박대통령과 일부 측근들이 휘두르는 철권-강경-불통 드라이브'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인정을 했을까? 오죽하면 보수논객 송호근 조차 보수언론 중앙일보 칼럼 '성은이 망극한'을 통해 독재권력의 아첨꾼들을 비난하고 나섰을까?
2004 년 '박근혜 천막쇼' 와 함께 등장한 엉터리 역사만들기 주동자들이 10 년 공을 들였다는 역사교과서가 어떤 꼬라지로 폐기처분됐는지를 보면 이 자들의 앞 날 또한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의 식민지 덕분에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고, 게으른 조선민족이 합리적인 생활습관을 갖게 됐으며, 정신대는 돈을 벌기위해 일본군을 따라다닌 창녀집단이라는 뉘앙스가 물씬풍기는,교과서는 도대체 어떤 넘들이 무슨 의도로 제작해서 배포하려 했는가?
결국 그들의 사악하기 짝이 없는 '역사비틀기 의도'는 시민들의 양심적 저항 앞에 철저하게 무릎을 끓고야 말았다. 이제 불과 만 27 세도 되지 않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1987 년생) 의 힘이 참으로 눈물겹도록 대견하지 않은가?
양심을 가진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반대하는 건 그가 박정희의 딸이어서가 전혀 아니다. 그가 제대로 된 철학과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박정희의 딸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의 딸이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박근혜 같은 사람이라면 비록 안중근 의사의 딸이었어도 똑같이 퇴진투쟁을 벌였을 것이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박정희 시대의 가치를 오늘 대놓고 찬양할 수 있는 가치인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지력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