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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캐나다대회 4강 신화…컬링 불모지가 세계 최강을 꺾다
작성자 운영팀.     게시물번호 7060 작성일 2014-02-10 08:21 조회수 3797
(운영팀_2년전 앨버타주 릿스브릿지에서 열렸던 세계여자 컬링선수권대회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들 그리고 영광의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네요.. 당시 대회에서 4강 진출이 교두보다 되어 이번 동계 올림픽에 한국팀이 컬링본선에 처음 진출하게 되었구요. 바로 오늘(10일밤 10시) 일본팀과 그 첫 예선전을 치루게 됩니다.  캐나다와의 예선전은 17일(월) 아침 8시입니다. 사뭇 기대가 됩니다) 



[멀티미디어 특별기획] 내 사랑 스톤 - 컬링 여자대표팀의 올림픽 도전기
②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3) 기적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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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여자대표팀이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WCF>

"감독님, 팀에서 제가 제일 언니긴 한데, 그러다 보니 저를 혼내고 가르쳐 줄 사람이 감독님밖에 없어요. 이번 선수권대회, 저희랑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2012년 1월의 어느 날, 주장 미성은 정영섭 감독의 집을 찾아갔다. 성신여대를 휴학 중이던 김은지가 팀에 합류한 뒤 세계선수권을 준비하고있던 때였다. 미성은 놀란 정 감독의 표정을 뒤로하고 다짜고짜 말을 꺼냈다.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지도자 한 명만 참가할 수 있다. 그래서 `무보수 명예직`인 정 감독은 그동안 세계대회에 최민석 코치를 보냈다. 2승 9패, 출전 12개국 가운데 11위로 무릎을 꿇었던 2011년 덴마크 에스비에르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그랬다. 

2012년 3월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미성은 정 감독에게 부탁을 했다. "이번에는 정말 이기고 싶거든요. 감독님께서 가시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성의 부탁에 정 감독은 사비를 털어 캐나다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대회 최약체로 꼽혔다.

3월 17일. 체코와의 첫 경기는 너무도 안타까웠다. 상대적으로 약체였던 체코는 반드시 꺾어야만 했다. 3대6. 한국의 패배였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기에, 상심이 컸다. 컬링장 관중석에 앉아있던 정 감독은 경기장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선수들을 관중석으로 불러냈다. "권투도 주먹을 날려봐야 경기가 되는 거야. 너희도 주먹은 날려봐야지. 왜 몸을 사려?" 거침없는 호통이 터졌다. 

기적이 시작됐다. 몇 시간 뒤 열린 전년도 우승팀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9엔드까지 6대8로 뒤지고 있던 한국 국가대표팀은 10엔드에서 극적으로 경기를 뒤집는다. 한꺼번에 3점을 따내면서 9대8로 승부를 뒤집었다. 한번 승기를 잡은 한국 대표팀은 거침이 없었다. 말 그대로 파죽의 연승이 시작됐다. 다음날 열린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도 6대5로 역전승을 거둔다. 19일 열린 스코틀랜드, 미국과의 경기는 압승을 거뒀다. 선수들은 신들린 듯 겁없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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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적 캐나다를 꺾고 4강에 진출한 한국 컬링 여자대표팀이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WCF>

이어진 덴마크와의 경기. 10엔드에서 극적인 득점으로 8대8 동점을 이룬 한국은 11엔드 연장전에서 점수를 따냈다. 9대8, 역전승이었다. 이어 중국에도 승리를 거둔 한국팀은 캐나다에 패했지만 독일에 또 한번 승리를 거뒀고, 러시아마저 꺾으며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2002년 첫 세계선수권 9전 전패에서 세계 최강팀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까지 꼭 10년 만에 눈물겹게 일궈낸 `기적`이었다. 비록 동메달 결정전에서 캐나다에 패했지만, 이들이 이뤄낸 4강 신화는 한국 동계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역사적인 순간을 슬비는 이렇게 기억했다. "처음에 쉬운 상대인 체코한테 졌고, 스웨덴을 역전승으로 이기고 나서는 계속 이겼어요. 우스갯소리로 이러다가 4강 가는 거 아니냐고 했거든요. 그때 정말 겁없이 달려들었어요. 안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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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잃었던 태극마크,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4강의 기적. 이전엔 상상도 못한 미디어의 환대도 받았다. 구름 위에 떠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을 1년 앞뒀고, 세계 강호들을 줄줄이 꺾고 돌아온 지 불과 2주 만에 국내에서 2012~2013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세계선수권대회 4강에 올랐어도 이번 선발전에서 탈락하면 더 이상 대표팀이 아니다. 

붕 뜬 기분에서 출전한 국가대표 선발전, 그리고 외국과는 전혀 다른 국내 컬링장의 빙질. 게임이 제대로 풀릴 리 없었다. 5개팀이 출전한 여자 대표팀 선발전에서 경기도 팀은 준결승에서 경북체육회에 패해 1년간 국가대표 자격을 내주고 만다. 패배의 순간. 선수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대표팀 탈락의 후유증은 바로 다음날부터 나타났다. 당장 훈련할 공간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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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컬링장은 태릉선수촌과 경북 의성 두 곳밖에 없다. 국가대표라면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이 가능하지만, 대표팀이 아니면 훈련장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근근이 빌려 쓰는 수밖에 없다. 

최 코치가 꾀를 냈다. 새벽 1시, 선수들이 훈련장 앞에 집결했다. 그리고 몰래 들어갔다. 손전등 2개만 손에 든 채로. 칠흑 같은 어둠. 손전등을 빙판 위에 엎어놓아야 불빛이 반사돼 과녁의 위치를 겨우 가늠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행여 소리가 새어나갈까, 숨죽인 채 스톤을 던지며 훈련을 했다. 

힘겨운 훈련이 계속되는 사이, 정 감독은 현정의 빈자리를 채울 유망주를 찾았다. 대표팀의 당찬 막내, 엄민지였다. 민지는 2018년 평창올림픽을 겨냥해 정 감독이 데려온 신예다. 1991년생으로 최고참 미성과는 띠동갑이다. 컬링 경기에는 한 팀이 4명씩 출전한다. 제5의 멤버를 뜻하는 `핍스(fifth)`는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대신 출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후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느 포지션이든 소화해야 한다. 

그러던 2012년 9월, 때마침 낭보가 들려왔다. 경기도체육회 소속이던 컬링팀이 `경기도청 컬링팀`으로 승격되면서 정식 실업팀이 된 것이다. 컬링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신세계그룹은 컬링경기연맹과 후원 협약을 통해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100억원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2013년 3월 24일. 세계컬링연맹은 국가별 올림픽 포인트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이 8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한국 여자컬링의 올림픽 첫 출전이 결정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불과 보름 후, 올림픽에 나갈 국가대표 선발전 겸 한국컬링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장소는 춘천 의암 실내 빙상장이었다. 참가팀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망은 모두가 마찬가지였고 실력도 대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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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팀이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스톤을 던지고 있다. <사진=대한컬링경기연맹>

문제는 `난적` 경북체육회였다. 1년 전 경기도청팀을 제치고 국가대표가 된 그 팀이었다. 경기도청팀과 국내 여자컬링의 양대 산맥인 경북체육회는 전용 컬링장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체육회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경북체육회의 결승전 7엔드. 경북체육회에 6대5, 1점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서 있었다. 8엔드에 1점을 따낸 경기도청팀은 9엔드에 3점을 추가했다. 10대 5. 한 엔드가 더 남았지만 경북체육회는 경기를 포기했다. 

순간 경기장이 고요해졌다. 경북체육회가 경기를 기권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선수들은 모두 멍했다고 한다. 민지는 옆에 있던 은지에게 물었다. "우리 이긴 거야?" 

지선은 말했다. "한번 무너지고 나니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 같아요. 되돌아보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큰 대회 나가고, 다음 경기 준비하는 방법을 깨닫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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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 진성기(팀장) / 신헌철 기자 / 정승환 기자 / 최승진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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