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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athy라는 말의 번역의 문제 공감 또는 입감? 차라리 엠파씨로 부르자면,
작성자 내사랑아프리카     게시물번호 7349 작성일 2014-06-15 21:44 조회수 7971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님은 "공감교육"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후보로 나섰습니다. 사시, 행시, 외시 등 삼시 합격에다가 미국의 유명 법대에서 학위까지 받고 또 주식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리는 유명인이라 후보 중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았는데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딸 캔디고님의 페이스북 글 한편으로 그의 모든 것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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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지향하신 공감교육이란 말은 최근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인 empathy에서 나온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 공감교육이란 말은 "empathic education" 정도의 번역어 정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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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mpathy라는 말을 "공감"으로 번역하려면 sympathy라는 말을 희생시켜야 할 것같습니다. 영한사전에 보면, sympathy는 동정, 연민, 공감, 동감 등으로 번역됩니다. 접두어 sym은 with의 뜻이고 pathy는 feeling을 뜻하는 그리스어 pathos에서 나온 말입니다. 어원상 보면 sympathy는 "함께 느끼는 마음"입니다. 


이와는 달리, 전통적으로 empathy는 "감정이입"이라는 말로 번역되는 것이 옛날에는 대세였습니다. 어원도 접두어 em은 안을 뜻하는 in과 pathy의 결합이니까요. 최근이 아니면, 제가 아는 한 어느 누구도 empathy를 이전에 "공감"으로 번역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국어시간에 시를 읽을 때, 항상 듣는 말이 "감정이입"이라는 단어였고, 그 감정이입은 시적 화자가 시적 대상에 감정을 넣어 타자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을 의미합니다. 이런 empathy의 문학적 의미가 철학적 심리학적 맥락에서 새로 정의내릴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말이 어느새 sympathy는 "동정"으로 번역되고, empathy는 "공감"이라는 말로 번역되었습니다. 한국심리학회라는 웹싸이트에서 심리학용어사전에서 sympathy라는 말을 치면, "공감"이란 단어가 나오고, empathy라는 말을 쳐도 동일하게 "공감"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상당히 무책임한 번역용어사전입니다. 

https://www.koreanpsychology.or.kr/psychology/glossary.asp


어느 블로그에는 이 말의 개념적 차이를 역사적으로 추적하면서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http://blog.daum.net/goodking/545

empathy를 공감으로 번역해야 하는 필연적 귀결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어느 국어 사전에 보니 "공감"( 共感)이란 "(남의 생각이나 의견, 감정 등에 대하여) 자기도 그러하다는 느낌, 또는 그런 감정"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는데, 이 말은 sympathy에 가깝지 empathy는 아닙니다. empathy가 타자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면 그것은 "공감"이라기보다는 "감정이입"에 더 가깝습니다. 어느 영영사전에서도 empathy를 정의내리기를 "the ability to understand another person's feelings, experience, etc."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정의는 사전적 의미에만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프랜스 드 왈이 주장하는 여러층의 감정적 반응을 봐도 공히 타자의 마음을 읽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empathy는 나라는 주체가 너라는 객체의 감정 또는 상황을 이해하려는 일방적 측면을 지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empathy의 과정은 주체와 객체의 감정적 상태를 모두 포괄하는 것이니까요. 어떻게 객체 또는 타자의 마음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한쪽으로만 향하겠습니까? 우리는 대상과 관계할 때, 우리의 느낌은 항상 상호적 또는 교호적이니까요. 


이렇게 본다면, empathy를 공감으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sympathy를 번역할 때 전통적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동정, 공감 등으로 번역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단어는 그대로 두고 empathy는 다른 대체 번역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존의 한자가 의미하는 문자적 의미를 파괴하면서까지 "공감"이라는 말로 empathy를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차라리 좀 어색하더라도 "입감"(入感)으로 번역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말은 새로운 상황에서 말은 새로 형성되는 것이고,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쉽게 소통될 수 있습니다. 조선이 근대화되면서 수많은 신조어가 만들었졌듯이, 우리는 여전히 신조어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공감이라는 기존 단어를 파괴하면서 굳이 이 말을 사용하는지 여전히 의문스럽습니다. 


물론 empathy를 모두 "공감"으로 번역하고, 이것이 요즘 대세라서 저도 어쩔 수 없이 "공감"이란 말을 이런 맥락에서 사용하고 번역하고 있지만, 이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한 번 대세면 영원한 대세니까요. 


다시 고승덕으로 돌아가서, 이 분이 딸의 마음에 resentment를 쌓게 했다면, 이것은 그동안 서로 교류가 없었다는 것, 즉 감정의 교류(sympathy)가 결여된 것으로 보이구요. 딸의 페이스북의 글 이후, 공개적으로 큰소리로 "딸아,미안하다"라고 외친 것은 empathy의 결여, 즉 딸의 마음을 헤아려보려는 마음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와 동일하게 박근혜님이 세월호 관련 사과성명서 발표하면서 눈물을 주르륵 흘린 것은 나름대로 sympathy를 가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남이 슬퍼하는 것보고, 그냥 감정이 흐르지 않은 냉혈인간은 드무니까요. 그러다가 친박인사를 단행하는 것을 보면서, 이분은 empathy는 전혀 없는 분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외친 새눌당 의원들도 마찬가지구요. 세월호 가족의 슬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것은 단순한 감정의 교류가 아니라 바로 그분들의 슬픔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 일부는 세월호 진상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도 포함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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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달리 sympathy와 empathy를 다 가진 온국민이 잊지 않겠다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찾아가거나 촛불집회를 갖는 것은 그분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것, 즉 empathy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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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죽음을 보고 함께 느끼는 마음(sympathy)의 감정적 교류도 없고, 타자의 슬픔을 나의 슬픔으로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empathy)가 없는 사회, 우리는 그런 정권을 여전히 보고 있습니다. 무서운 엄벌을 내리는 사람이 아닌 자상한 마음으로 타자에게 다가가려는 소통은 empathy를 향한 그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생래적으로 그렇지 못한 인간이 바뀌리라는 기대는 안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것은 너만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이기 때문에 도전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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