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토) 캘거리 한인산악회에서는 밴프 국립공원내 모레인 레이크에서 출발하는 템플산 정상까지의 산행이 있었다.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고민않고 따라 나섰다.
원체 힘든 코스로 알려져서 그런지 나 포함 6명으로 조촐하게 출발했다. 게다가 산악회 강종탁 회장 내외도 그날 밴프에서 열리는 자전거 대회 출전하는 관계로 못나왔다.
해발 3543M의 템플산은 케네디언 록키산 중에서 8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다. 레이크 루이스의 뒤 배경이 되는 빅토리아 산 보다도 80M가 더 높다. 최고봉은 재스퍼쪽에 있는 롭슨 산(3954M)이다. 밴프 인근에 있는 명산인 Mt Assiniboine(3618M)는 6번째이다.
캘거리 한인사회 만해도 산악회가 5~6개에 달할 정도로 등산은 인기가 높다. 그러나 등산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 중 템플 정상을 밟을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곳을 오르는 것은 강인한 체력과 담대함을 갖춘 진정한 산악인임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그런 곳인 셈이다. 기독교적으로 표현해 보면 세례를 통해 진정한 기독교 인으로 태어나는 그런 절차라고나 할까?
모레인 호수에서 시작해 왕복 23km, 수직높이 1690M를 올라야 하는 템플 산은 공식 등산로가 아닌 탓에 길은 닦여 있지 않고 이정표도 없다. 등산로는 경사가 심해 잘못 발을 디디면 곧바로 천길 낭떠러지 행이다. 게다가 정상 부근에는 한여름에도 눈과 얼음들이 덮여 있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중간에는 약 7~8M 높이의 바위절벽이 가로막고 있다. 별도 장비 없이 맨 손으로 오를 수 있는 정도지만, 절벽 아래 낭떠러지를 내려다 보면 안된다. 윗쪽 등산객들로 인해 자갈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헬멧은 필수. 지대가 높아 산소 부족도 느껴진다.
6명중 5명이 정상을 밟았고 한명은 고지를 10분정도 남기고 결국 포기..
다행이 내려올때는 속도가 비슷해서 지체되는 일은 없었다.
체력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도전하지만 그래도 정상까지 밟은 사람은 전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보일 정도로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많이 볼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도 좀 험하고 중간에 절벽도 놓여 있고 눈과 얼음으로 길도 미끄러워 우리도 포기할 뻔 했지만 함께 동행한 산악회 배테랑 회원이 제작년과 작년에 이어 3번째 등반이라 그분 인솔자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산행 시작 5시간 50분만인 오후 2:50분경 정상 도착
3:40분경 내려오기 시작
오후 7시 40분경 주차장 도착, 이날 산행 시간만 10시간 40분 소요..
본 등산코스 소개 기사는 이번주(8월 29일자) CN드림을 참조하세요
해발 3천미터 부근의 등산로 중간에서 찍은 사진, 주변 경치가 좋아서 기념 촬영 한방씩 찍느라 서로들 바쁘다.
360도로 펼쳐지는 경치들이 멋지지만 특히 북쪽으로 보이는 Ringgrose Peak(3281M)와 Wenkchemna Peak(3206M) 그리고 아래로 펼쳐지는 파라다이스 밸리와 호수가 절경이다.
모레인 호수(1887M)에서 센티넬 패스(2611M)까지 일단 올라서 잠시 쉬고 30분정도 급경사 코스를 오르면 이런 경치들이 시작.. 저 아래로 센티넬 패스가 작게 보이네요.
센티넬 패스에서 부터 고난의 행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부터 수직높이 932M를 올라가야 한다. 오르는 동안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다.
크게 위험한 구간은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경사가 심해서 왠만한 체력으로는 도전하기 힘들다. 윗 사람에서 떨어져 나온 돌맹이들도 떨어져 헬멧은 필수
해발 3천미터 되는 곳에서도 다람쥐들이... 원래 먹이를 주면 안되는데 (자생 능력이 떨어져 겨울에 굶어 죽는다고) 주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다.
중간에 딱 한번 7~8M 높이의 절벽을 통과해야 한다. 별도의 장비 없이 맨손으로 오를 수는 있지만 바로 아래는 천길 낭떨어지라 잠시라도 방심할 수 없다.
이날 날이 흐려 구름들이 3천미터 정도 높이에 머물고 있어 우리는 구름속을 통과해 올라갔다. 주변 경치들이 구름속으로 보였다 사라졌다 했는데 에베레스트 등반하는 그런 분위기다.
정상을 약 10분정도 남겨두고 있다. 오른쪽은 완전 절벽인데 (모레인 호수에서 보이는 쪽) 구름이 이 봉우리를 넘지 못하고 걸쳐져 있는 모습인데 신기할 뿐이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파라다이스 밸리쪽 모습.. 올라가는 내내 포기하려는 마음도 몇번 들었고, 다리에 쥐가 나려고 해서 걱정도 많았는데 올라가서 이런 경치를 보니, 역시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캐나다의 록키산맥에서 별도의 장비 없이 일반인들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인 템플산의 정상모습 (해발 3543M) 일년 내내 눈이 쌓여 있어 일반인들의 접근은1년에 3주정도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8월이면 등산객들로 북적이는 곳. 템플산 올라가 보지 않고서는 어디가서 등산좀 한다고 명함 내밀기 힘들다. 그래서 진정한 산악인으로 인정받는 세례 의식이 행해지는 곳이라고 하면 적당할 듯 싶다. ㅎㅎ
정상에서 바라본 모레인 호수 모습.. 우리가 갔던 날은 구름이 많이 끼어 절반 밖에 보이지 않아, 다른날 찍은 사진을 대신 올렸다. 모레인 호수까지 수직높이 1656M
내려오면서 동쪽 방면을 찍은 모습.. 멀리 모레인 호수의 배경이 되는 Ten Peak의 모습들이 구름에 가려 옅게 보인다.
해발 2611M의 센티넬 패스 고개는 피나클 산과 템플 산을 좌우의 산을 끼고 있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산이 피나클 산이다. 해발 3057M로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암벽타는 장비들이 있어야 가능한 곳이다. 내려올때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만났는데 피나클 산에 다녀오는 길이라면서 정상을 90M남기고 아쉽게 내려왔다고 했다. 너무 수직으로 된 절벽이라 도저히 올라갈 수 없었다고.. 아마도 다음번엔 좀더 나은 장비를 챙겨서 다시 오려는 할듯 해 보였다.
캐나다에서 등산다니며 부럽게 보인 점은 젊은 남녀들을 산에서 많이 볼수 있다는 거였다. 공부에 찌들고 생존경쟁 법칙만 익혀야 하는 한국의 젊은이 생각나서였다. 캐나다에선 세월호 같은 것 탈 필요도 없고.
경치가 너무 좋아 파노라마도 찍어 보았다.
템플산 정상 부근만 찍은 사진이며, 노란선이 등산로이다. 실제 가보아도 보이는것처럼 완전 절벽이다. 등산로에서 잘못 발을 헛 딛으면 천길 낭떨어지가 기다리고 있어 한시도 방심할수 없다. 내려와서 위를 오려다 보니 까마득해 보인다. 내가 어떻게, 무슨 정신으로 저기까지 갔었는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 또 갈 생각은 현재 전혀 없다. 그래도 무슨 근사한 자격증을 하나 받은 느낌이라 뿌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