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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고독과 그리움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7948 작성일 2015-03-31 23:07 조회수 2142
 
  

고독과 그리움 / 조병화

쓸쓸합니다. 쓸쓸하다 한들 당신은 너무나 먼 하늘 아래 있습니다. 인생이 기쁨보다는 쓸쓸한 것이 더 많고, 즐거움보다는 외로운 것이 더 많고, 쉬운 일보다는 어려운 일이 더 많고, 마음대로 되는 일 보다는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고, 행복한 일보다는 적적한 일이 더 많은 것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외롭고 쓸쓸할 땐 한정없이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이러한 것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감정이라 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당신이 그립습니다. 참아야 하겠지요. 견디어야 하겠지요. 참고 견디는 것이 인생의 길이겠지요. 이렇게 칠십이 넘도록 내가 아직 해탈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고독'입니다. 살기 때문에 느끼는 그 순수한 고독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제일로 무서운 병은 고독입니다. 그 고독때문에 생겨나는 '그리움'입니다. '고독과 그리움', 그 강한 열병으로 지금 나는 이렇게 당신을 앓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앓고 있는 '고독과 그리움'이 얼마나 많은 작품으로 치료되어 왔는지 당신은 알고 계실 겁니다. 지금 그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그리움', 그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참으로 많은 '고독과 그리운 사연'을 당신에게 보냈습니다. 세월 모르고. 멀리 떨어져 있는 당신에 대한 내 이 열병 치료는 오로지 '고독과 그리움'을 담아 보내는 이 나의 말들이옵니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 심하게 생겨나는 이 쓸쓸함, 이 고통이 나의 이 가난한 말로써 먼 당신에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만분지 일이라도. 어지럽게 했습니다. 난필(亂筆)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많이 늙었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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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1921 ~ 2003 ) 호는 편운(片雲). 경기도 안성(安城) 출생. 1938년 경성사범학교, 1945년 일본 도쿄[東京(동경)]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였다. 1949년 첫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발간, 문단에 데뷔하였다. 이어 제2시집 《하루만의 위안(1950)》, 제3시집 《패각(貝殼)의 침실(1952)》 등 계속적으로 시집을 발표하며 정력적인 작품활동을 하였고, 많은 국제대회에도 참가하였다. 현대적 도시풍의 서정시인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하였으며, 일상의 평이한 문맥으로 진솔하게 그려 일반 대중의 호응을 받았다. 1960년 아시아자유문학상, 1974년 한국시인 협회상, 1985년 대한민국예술원상 및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하였다. 1982∼1984년 시인협회장, 1989∼1991년 문인협회 이사장, 1995년 예술원회장이 되었다. 기타 번역시론집 《현대시론(1956)》, 수필집 《사랑은 아직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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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그리고 한 생각>


유난히 한국에서만 특출나게(?) 발달한 등단제도(신춘 및 문예지)를 통하지 않고, 순수히 자신의 시집으로 등단한 시인.. (조병화 시인외에 몇분 더 계시긴 하지만, 어떤 의미론 그것이야말로 등단의 정석定石이라 여겨진다 - 서니의 개인적 생각) 趙炳華 시인의 시편들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건 인간의 내적 고독을 시적 서정抒情으로 발현시키는데서 형성되는 [순수 고독의 세계]라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생각하면, 고독이라는 건 이웃과의 모든 연관성이 배제排除된 고립감에서 환기되는 정서이기도 하다 '고독과 그리움'에서는 시인 자신도 말하듯이, <제일로 무서운 병病>으로서의 고독이 어떻게 외부세계에 대한 소망과 그리움의 정서로 표출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시에서는 그 어떤 상대를 향한 서간문書簡文(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조금 심도深度있게 살펴보면 그것은 곧 바로 자신과의 내밀內密한 대화임을 알 수 있겠다 즉, 그리움의 정서로 표출되는 타자他者 지향성指向性마저도 자아의 고요한 내면으로 귀환하는 내적內的 정서로 귀결되고 있으니까 아무튼, 뭐랄까... 그의 시편들의 패턴 pattern은 거개擧皆가 삶 → 고독 → 소망으로서의 그리움 → 대상對象(내 안에 깃든 너)의 형식을 취하는 것 같다 시인은 2003년도에 운명하셨다 이제, 하늘나라에서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으시려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 희선,



All myself to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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