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리아 사람들이 부산으로 파난와서 개발한 음식이 두 가지가 있다. 밀면과 돼지국밥이다.
나는 어렸을 때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집안 종교가 히브리 경전을 따르는 희귀교파였기 때문이다.
돼지국밥을 처음 접했던 건 부산에서 군생활을 할 때 였다. 당시 서면시장과 부평시장에는 돼지국밥을 잘하는 유서깊은 식당들이 모여 있었다.
주말에 외박을 나오면 보통은 서울 집에 가기 위해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를 타려면 가짜로 만든 휴가증이 있어야 했다. 외박증으로는 서울에 갈 수 없었다. 위수지역 이탈이기 때문이다.
가짜 휴가증을 만들지 못한 주말에는 그냥 부산 시내에서 놀았는데, 그럴 때면 반드시 재래시장에 있는 돼지국밥집에 들르곤 했다.
돼지잡뼈들을 고아 우려낸 뿌연 국물에 모듬고기가 담뿍 들어있고 새우젓과 생부추를 얹어 먹는 부산 돼지국밥의 맛은 일품이었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이었으니 30 년이 지났는데도, 그 맛을 잊지못한 나머지 KTX 를 타고 유명한 돼지국밥 집을 찾아 밀양까지 가기도 했다.
밀양 영남루 아래있는 사당에 내려갔다가 아랑낭자의 원귀를 보고 혼비백산하기도 했고, 그 영남루 옆에 있던 친일 작곡가 박시춘의 생가에 들르기도 했다.
돼지국밥을 떠 올리게 하는 이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 역시 그 사람이 곡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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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요일 저녁 에드먼튼에 새로 개업했다는 설렁탕집을 찾았다.
한국 식당 거의 가지 않는데, 지난 달 한국여행할 때 종로구정 근처에 있는 유명 설렁탕집에서 먹은 명품 설렁탕 생각이 나서 거기서 약속을 정했다.
신기하게도 메뉴에 돼지국밥이 있었다. 설렁탕 대신 돼지국밥을 시켰다.
뚝배기 그릇이 크고 국의 양도 많았다. 국에 조미료나 우유를 넣은 흔적도 없었다. 서면시장과 부평시장에 있는 60 년 전통 명가들이 내는 그 맛 이라고까지는 단정할 수 없겠으나,
국물의 밍밍한 맛이나 잡냄새 없는 고기, 시간이 지날수록 밥과 어우러져 진해지는 국밥 특유의 특성 또한 합격점을 줄 만 했다.
다음에 갈 때는 국물을 설렁탕과 같은 사골로 우려내는지 아니면 돼지국밥 답게 돼지의 모듬부위를 사용하는지 물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