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싹 / 성영희
지펠 속 신선 실
덮어 놓은 신문지를 밀고 뾰족
감자 싹이 올라왔다
굵고 싱싱할수록
단단하고 탐스럽던 감자는 쪼글쪼글
쓴물 단물 다 바치고
녹말가루 묻어 날 듯 부드러워진
팔순 어머니 뱃가죽 같다
저 춥고 어두운 서랍 안에서
어떻게 싹을 틔웠을까
절망이 깊을수록 더욱 간절해
식어가는 심장에 꽃불 켜는가,
제 몸 소진해서라도 다시 살고 싶은 생이
껍질을 뚫고 깨어나
덩굴을 이루듯 어둠을 밀어냈다
도려낸 싹 차마 버릴 수 없어
화분에 옮겨 심고
흙 꾹꾹 다지는데
자신을 바쳐 뽑아 낸 또 다른 생이
불끈, 힘줄처럼 팽팽하다
* 지펠 Zipel : 냉장고 브랜드
초현(初弦) 성영희
충남 태안 출생
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국 수필문학 회원
갯벌문학 회원
좋은문학 詩부문 신인상
서곶예술제 수필부문 장원
시흥문학상 전국 公募에서 시部門 우수상
한국서정문학 작가회의 회원 및 편집간사
詩集 <섬, 생을 물질하다> 2010 서정문학刊
*共著* [우표없는 편지][맨발로 우는 바람] 等
<감상 & 생각>
냉장고 안에서 잊혀진듯 숨어있던,
감자에서 우연히 발견한 새 싹.
이 눈부신 생명의 반짝임은
결국 이 시의 테마 Theme와 관련이 되고,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경외敬畏로움으로
승화昇華되고 있네요.
춥고 어두운 냉장고 서랍 안에서
감자가 품었던 그 깊은 절망,
그 죽음과도 같았던 깜깜한 시간 속에서,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차가운 고독 속에서,
저 홀로 솟아난 새 싹은
죽음에 이르러 生 또는 재생再生으로 다시 일어서는
경이驚異로움, 그 자체일 것입니다.
시들어 죽어가는 자신을 바쳐 뽑아 낸,
또 다른 生.
이는 소멸消滅로부터 비롯되는 소생蘇生의
비범非凡한 방정식(팔순 어머니 뱃가죽)이기도 하며,
생사生死를 관통貫通하는 대목이기도 하며,
생명이 지향指向하는 <영원에의 갈증渴症>이 싹 틔운,
고통 있는 희열喜悅의 절정絶頂이기도 합니다.
(이 시의 핵核이라 할까)
무심히 스쳐 지날 수도 있는,
생활 속의 평범平凡한 사물事物이
시인의 사려思慮 깊은 시선視線에 의해서
비범한 사물로 다시 태어나고 있네요.
청신淸新한 새 생명의 파아란 희열이 되어...
-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