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영복님이 저서 ‘담론’이 발간되었다.갓 나온 새 책이라 아직 읽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그의 명성으로 볼 때 많은 기대가 되는 책이다.그 동안 여러 강연회를 통해 발표했던 내용들을 책으로 엮은 거라고 한다.
책 출판기념회를 팟 캐스트로 들을 수 있었는데 노회찬 전 국회의원이 설명하기를 신 교수의 저서‘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한번으로 끝내지 맑고 몇번씩 읽어야 할 명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래서 이 참에 책장에 꼽혀 있던 이 책을 다시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딱 한번 읽었으니 근 30년만에 다시 꺼내어 읽은 셈이다.
신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 후, 숙명여대 강사로 그리고 육사 교관으로 근무하던 중 1968년7월 통역당 사건으로 투옥,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대전과 전주 교도소에서 20년20일을 복역하고 1988년 8월 14일 석방되었다.
이 책은 수감시절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들의 모음인데,감동적이 내용들로 가득 차 출간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존경스럽고 훌륭한 분이라 생각되며 이제는 연로해 지셨지만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기여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로 대한민국 대표 소주인 ‘처음처럼’의 상표는 신영복 선생의 글씨에서 따 왔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또 한 명의 무기수가 생각났다. 이인모 - 전 인민군 종군기자로 6.25동란에 참가해 기자로 활동하다가 52년1월 지리산에서 부상을 당해 포로가 된 이후 줄 곳 감옥에 있다가 신 교수보다 두 달 늦은1988년 10월 출소했다.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겠다는 전향서에 서명만 하면 자유인이 될 수 있었건만 조국을 버릴 수 없어 끝내 전향을 하지 않아 근40년을 빨갱이란 낙인이 찍혀 감빵에서 살아야만 했던 양심수 이인모 노인, 학창시절 읽었을 때도 눈물 꽤나 흘렸던 일이 기억나던데 지금 읽어봐도 눈시울이 뜨거워 지고 가슴 뭉클해질 뿐이다.
감옥에서 펜이 허용되지 않아, 모든 것들을 기억속에만 담아두고 있다가 출소 후 월간‘말’지의 신준영 기자의 도움으로 어린 시절부터 수감 시절까지의 모든 내용을 수기로 기록해‘말’지에 연재했다가 1992년 책으로 출간되었다.
비록 북한에 충성을 다 했던 인물이지만 국경과 국익을 떠나 조국을 사랑했던 그의 열정에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그의 수기에는 투옥시절 이야기도 많지만 전쟁 이전 항일운동 때의 이야기들이 생동감 넘치게 펼쳐진다.그리고 전쟁 때 지리산에서 빨치산으로 지낼 당시의 이야기등은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다.
전쟁 직전 결혼해 갓난 아이를 두고 종군기자로 나왔다가 평생 이산가족이 되었던 이인모 노인.출옥해서는 그의 부인과 아들이 북한에 살고 있음을 전해 듣게 되었고 그 즈음 민주화 운동 물결에 따라 양심수 송환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다.
결국 1993년 3월19일 자신의 조국인 북조선으로 송환되었고 당시 영웅의 귀환은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바 있다.
조선인민공화국 첫 송환자로서 북한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나 선전용 교화소를 둘러보고 나서“나 같은 사람은 이런 곳에선 단3년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 후 모든 선전활동이 중단된 채 고립돼 외롭게 죽었다.분단의 비극은 민족의 영웅에게도 끝내 상처만을 남겨 준 셈이다.
일제시대와 전쟁 그리고 독재정권 치하로 이어지던 한민족 비극의 시대에 힘들고 외롭게 투쟁했던 그의 일대기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감동적이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