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시장에는 사람보다 꽃이 더 많다
사람이 꽃을 품은 것이 아니라
꽃이 사람을 품고 있다
자세히 보면 꽃도 사람을 살핀다
꽃 가까이서 향기를 맡으려 할 때는 조심하시라
사람이 꽃의 향기를 맡는 것이 아니라
꽃이 사람의 향기를 맡는 것이므로
꽃눈을 열어
안쪽까지 들여다 볼 수 있으므로
사람이 제 이야기에 맞는 얼굴로
꽃에게 꽃말을 부여하듯
꽃도 사람의 빛깔에 맞는 향기로 부르고 싶어 한다
아름다운 등을 가진 사람 두엇 꺾어다가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이 꽃을 들여다 볼 때
허리가 반쯤 꺾이는 것이다
경북 포항 출생
2006년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섬 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꽃 피어야 하는 이유>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시집, <바코드 2010> 等
<감상 & 생각>
꽃에게도 사람을 살피는, 눈(花眼)이 있는 것을.
흔히,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말도 합니다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각박刻薄한 모습을 보자면...
실로, 그런 말에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인간 본연本然의 모습을 상실한 채,
그 본연의 삶의 향기를 잊은 채,
험상궂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아픔을
꽃의 시선視線을 빌어
그 어떤 구원救援의 경지境地와 손을 잡게하는,
시인의 따스한 이끌음...
그 손길 끝에 놓인,
묵직하면서도 조용한 감동이 시를 읽는 이의 가슴에
소리 없이 자리하네요.
그렇죠.
꽃의 살피는 마음이 저러 할진데...
사람의 마음이 그만 못하다고 해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꽃에겐) 사람이 풍경이다.
'꽃'이란 대상對象에다 인간의 삶을 얹어
상실된 인간의 사랑을 소환하는 깊이에 있어
적어도 詩가 무엇이라는, 그 의미를 깨닫게 하는
좋은 작품이란 생각도 해 보며...
-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