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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미국이 한국을 전략적 동맹국으로 보고 있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미국, 더 정확히 표현해 미국의 최종정책결정기구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입장에서 한국은 전략적 동맹국이 아니다. 군사적 의미로 그 범위를 축소해서 보자면 미일군사동맹의 부속관계이자 중국-러시아-북코리아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하는 전초기지일 뿐이다. 성품이 비교적 온화하고 외교적 제스처에 탁월한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반가운 척 환하게 웃어주니까 뭣 모르는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일으킨 착시현상을 한미관계의 진면목이라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백악관의 입장에서는 요즘 박근혜 대통령이 이쁘기는 커녕 만나자마자 뒤통수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밉살스럽고 답답할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베 정부와의 화해를 거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이 천만뜻밖이었을 것이다. 싸르니아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전까지의 역대 한국의 친일-보수 리더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기가 아니라고 굳게 믿게 된 대목과 관련해서는 웬만해서 양보를 하지 않고 돌쇠처럼 고집을 부리면서 상대를 속썩이는 특이한 기질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그의 이런 점은 때때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할 뿐 아니라, 정작 그의 직속상관이나 다름없는 백악관을 몹시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희한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근현대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수준이 평균이하일 정도로 낮고, 개별 사건이나 이슈들이 어떤 상호관계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유독 위안부 문제 하나만 따로 떼어 대일정책의 obstacle 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가 한반도에 근대적 문명을 전파했다는 결과론적 인식은 한국 우익진영 일반과 공유하고 있으면서 유독 위안부 문제만을 가지고 아베정권을 원수취급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귀가 맞지 않는 모습은 국민들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한편, 미국과 한국의 보수진영에게는 뚱딴지같은 행동으로 비춰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박근혜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친미주의자들은 뉴라이트 논객들을 동원해 그를 조롱도 해보고, 동생 박근령 씨를 통해 "위선떨지 말고 정신차리라"는 자극도 가해보고, 급기야 미국이 직접 나서 아베 일본총리의 친서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기도 하는 등 벼라별 짓을 다 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마치 1977 년 최태민 목사의 접근을 차단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상대로 단식투쟁을 했던 처녀시대의 똥고집 정신을 발휘하여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진보 보수의 이념차이나 옳고 그름을 떠나 그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되 황당한 느낌만큼은 서로 일치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상한 행동이야 어쨌든,,,,,,
백악관은 지금 시간이 없다.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어제 조선로동당 창건 70 주년 기념 열병-분열식 행사에 등장한 300 mm 방사포와, 그 탄두가 소형화-경량화형으로 업그레이드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논평을 일체 거부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국언론들은 잠수함발사미사일이 등장하지 않은 것에만 약간의 안도를 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잠수함발사미사일이란 타격목표를 향해 발진할 잠수함에 장착하고 소리소문없이 비장되어야 할 무기이지, 열병식 차량에 싣고 이리저리 끌고다니면서 자랑하기 위해 만든 무기가 아니다.
미국은 이제 어떠한 형태의 대북선제공격도 감행 할 수 없는 중대한 상황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북정책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책을 목차부터 다시 써야하는 기막힌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작전명 50 으로 시작하는 대한반도-대북군사정책은 결국 북코리아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임을 인정하고, 미국이 재무장한 보통국가 일본과의 강화된 전략연대를 통해 북코리아와 대칭적 상호견제관계로 공존하는 수 밖에 없다는 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일본의 보통국가전환으로 그 성격이 완전히 바뀐 미일동맹에 한국을 하부단위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사실 백악관은 이것을 설득하기 위해 지난 여름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었다. 근데 개뚱딴지같이 탄저군 배달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미국의 해외 세균전 음모가 구체적으로 폭로될 위기에 몰리자 미국은 부랴부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방문을 취소시켰었다. 명목상이긴 하지만 주권국가의 대통령이 미국까지 갔으면 탄저균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렇게 되면 문제가 아주 복잡하게 꼬일 수 있고, 초청의 본래목적인 한국정부의 일본 재무장 수용과 보통국가로 거듭날 일본에 대한 굴욕적 협조강요가 물건너 갈 게 뻔 한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 방미취소결정은 너무나 당연한 거였다. 한국언론은 때마침 확산일로에 있던 메르스 때문에 한국정부가 방미취소를 주체적으로 결정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결정한 한국 대통령의 방미를 한국 정부가 제멋대로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대통령이 13 일부터 16 일까지 3 박 4 일 동안 미국을 방문한다. 한국의 연합통신은 오늘 보도를 통해 "양국정상이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북핵문제의 공조를 재확인할 것" 이라는 전망기사를 내놨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런 쓰나마나한 형식적인 소리를 전망기사랍시고 작성한 기자를 당장 해고했을 것이다. 10 월 16 일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철두철미하게 지켜왔던 항일 역사의식을 슬그머니 후퇴시키고 딴 소리를 실실 하기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예의 1977 년 불굴의 단식투쟁 정신으로 대통령 자리를 내걸고 백악관과 맞서 싸울 것인지, 싸르니아는 일단 짐작을 유보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