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 / 안희선
차갑게 응결된 침묵
그러나, 바람에 스치는
하얀 아우성
묻어나는 조각(彫刻),
언어보다 아름다운
<시작 Memo>
때로는 바람결 머금은 대리석 조각이
수다스럽고 번잡(煩雜)한 인간의 언어에 비하면,
훨씬 아름답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침묵은 가장 강력한 웅변이란 생각도 들고...
더욱이 그것이 사물에 잠겨있을 때 더욱 그러한 느낌
사실, 시적 대상(對象)을 묘사함에 있어 인간의 언어만큼
불완전한 것도 없을 거 같다
- 가령, 적당히 익은 사과 하나를 말하는 것도
그에 합당한 시적(詩的) 언어를 찾는다는 건 너무 지난(至難)한 일
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물 한 잔의 맛은 또 어떠하던가
- 사람마다 천차만별(千差萬別)의 느낌이 있으리라
개인적으로는 언어 . 문자의 해탈(解脫)을 꿈꾸어 보지만,
그것들의 초극(超克) 후에 또 다시 현실로 돌아와 무언가를
주저리 주저리 말해야 한단 면에서 늘 한계에
봉착하는 거 같고...